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
겨울만 되면 내 코는 '루돌프 사슴 코'가 된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안다. 코끝에 손을 살짝 대보면 계절이 느껴진다. 빨갛게 달아오른 코는 겨울이 왔다는 가장 정확한 신호였다.
나는 겨울을 좋아했다. 겨울에 태어났고,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가 있는 계절이니까. 친구들이 "루돌프 왔다!" 하고 놀려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요즘은 겨울이 예전 같지 않다.
추운 건 여전히 참을 만한데, 몸이 먼저 겨울을 힘들어한다. 차가운 공기를 오래 쐬면 목과 어깨는 금세 굳어 버린다. 겨울이면 몸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웅크린다. 목은 어깨 사이로 숨어들고, 등과 어깨는 잔뜩 힘이 들어간 채 굳어 버린다.
그날도 유난히 칼바람이 불었다. 요가 수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내 몸은 핸드폰 진동처럼 잘게 떨리고 있었다.
매트 위에 몸을 웅크린 채 추위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여러분, 겨울에 요가하다 보면 유난히 화장실 가고 싶을 때 많지 않나요?"
'어? 맞는데.'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 이유를 알려주셨다.
"림프 순환 때문이에요."
몸을 비틀고 늘리고 굽히는 동작을 반복하면 림프의 흐름이 활발해지면서 몸속 노폐물이 배출되기 시작한단다. 그래서 수업 중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는 건 몸이 보내는 자연스러운 신호라고.
신기하게도 그 설명을 듣는 순간, 귀찮게만 느껴졌던 현상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몸은 지금 열심히 나를 정화하고 있는 중이구나.'
선생님은 말을 이으셨다.
"여름에 땀만 많이 흘린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소변으로도 노폐물이 잘 배출돼야 건강한 거예요."
몸은 필요 없는 것을 오래 붙잡고 있지 않는다. 흘려보낼 것은 그냥 흘려보내고, 비워낼 것은 비워내며 스스로 제자리로 찾아간다. 그런데 마음은 어떨까. 이미 끝난 일도, 오래전 상처가 된 말도, 지나간 후회도 쉽게 흘려보내지 못한 채 살아가는 날이 더 많았다. 몸의 노폐물을 흘려보내야 건강해지듯, 마음속에 오래 고여 있는 것들도 조금씩 흘려보내야 하는 건 아닐까.
요가 매트 위에서 허리를 천천히 비튼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지금 나는 굳은 근육만 풀기 위해서 이 자세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몸의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길을 따라,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쌓인 먼지들도 함께 털어내기를 바란다.
해루아의 세 번째 온라인카지노북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는 매주 화, 목 요가 매트 위에서 배운 삶의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