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이세요?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

by해루아 healua

"몇 살이세요?"

가끔 그 질문을 들으면 잠시 멈칫한다.


'어? 내가 벌써 그 나이였네.'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을 가장 실감하는 순간은 생일도, 주민등록증을 볼 때도 아니다. 누군가 내 나이를 물어볼 때다. 그제야 잠시 잊고 있던 숫자를 떠올리게 된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요즘 나는 내 나이를 자주 까먹고 산다.


아마 지금 회사에 다니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요가를 하며 몸의 감각에 더 집중하게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슬롯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나이라는 숫자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몇 살인지에 따라 경력과 직급을 짐작하고,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함께 가늠하기도 한다.


숫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쉽게 설명해 버리고, 때로는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이미 어떤 틀 안에 가두어 버린다.


하지만 요가 수업에서는 '나이'라는 숫자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


그곳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과도 몇 살인지 묻지 않는다. 그저 왜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디가 불편한지, 오늘의 몸 상태는 어떤지만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몇 살인지보다 '오늘 내 몸이 어떤지'를 훨씬 더 궁금해한다.


요가실에는 나보다 훨씬 연세가 많은 분들이 많다.


80세가 넘은 분도 이마에 땀을 송골송골 맺힌 채 끝까지 동작을 이어간다. 60대의 한 분은 나보다 균형을 더 잘 잡고, 훨씬 유연하다. 동작이 잘 되지 않아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아, 나이도 이렇게 아름답게 들 수 있구나.'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을 예전에도 수도 없이 들었다. 하지만 요가실에서야 비로소 그 말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요가실의 시간은 늘 천천히 흐른다.


동작이 조금 느려도 괜찮고,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다. 자세가 틀려도 다시 고치면 그만이고, 남들보다 더 잘 해내기 위해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


그 느긋한 여유를 따라가다 보면 신기하게 내 마음의 속도 역시 함께 느려진다.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조급함도,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던 마음도 조금씩 힘을 잃는다.


난 몇 살 인지 잊은 채, 오늘의 나로 살아낸다.



해루아의 세 번째 온라인카지노북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는 매주 화, 목 요가 매트 위에서 배운 삶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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