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야 피는 얼굴도 있다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

by해루아 healua

요가 수업을 듣다 보면 가끔 '현타'가 찾아오는 몇 가지 동작들이 있다. 유연성이 필요해서라거나 힘이 들어서가 아니다. 내 표정을 어디까지 망가뜨려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자세.


바로 '사자자세'다.


무릎을 꿇고 손을 두 무릎에 올린 채 허리를 곧게 세운다. 그리고 눈은 위로 치켜뜨고, 혀는 턱끝까지 닿을 듯 길게 내민 채 "하-" 하고 숨을 뱉는다. 이름 그대로 사자가 포효하는 모습이다.



사자자세


처음 이 자세를 마주했을 때 나는 기겁하며 속으로 외쳤다.


'이걸 진짜 하라고? 으, 이걸 어떡해?'


예전에 독소 배출을 위해 참기름이나 올리브유를 머금고 있다가 뱉어내던 '오일풀링'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민망함이었다. 당황스러움에 몸이 뻣뻣하게 굳어갔고, 차마 혀를 다 내밀지 못한 채 날름거리는 소리만 어색하게 냈다.


그리곤 곁눈질로 슬쩍 수강생들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평소 단아하던 분도, 조용히 운동하시던 분도 모두 같은 표정으로 사자 포효를 하고 계신 게 아닌가. 순간 안도감과 함께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용기를 얻어 나도 쭈뼛거리며 조금씩 따라 했다.


1분이 지난 후, 요가 선생님의 유쾌한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여러분, 정말 잘했어요. 이 동작이 조금 보기가 우스꽝스럽고 못생겨 보이죠? 하지만 어때요, 예뻐질 건데! 혀끝으로 뇌를 자극해 면역력에도 좋고, 안 쓰던 안면 근육을 써서 긴장도 풀어주고요. 입 안의 악취나 독소도 서서히 제거해 줍니다."


그 한마디에 요가실 안 여기저기서 풋 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시원한 한마디에 내 얼굴에 들어가 있던 팽팽한 힘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아무리 서른 후반이 되어 타인의 시선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어도, 멀쩡한 얼굴을 요가실 한복판에서 일부러 구기는 건 또 다른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는 아주 오래된 애씀이 나도 모르게 얼굴 근육을 거머쥐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얼굴에 '힘'을 주고 살았다.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단정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흐트러지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타인에게 완벽해 보이고 싶었던 열망은 내 얼굴도, 마음도 굳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잠시 못생겨진다고 해서 내 본래의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얼굴의 힘을 내려놓을 때, 잔뜩 웅크리고 있던 마음도 함께 느슨해졌다. 억지로 예뻐 보이려고 애쓰는 것보다 먼저 내 안이 편안해지는 것. 그 편안함에서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움이야말로 사람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진짜 '힘'인지도 모른다.


요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친 하루의 잔재를 털어내듯 얼굴의 힘을 다정하게 빼본다.



해루아의 세 번째 온라인카지노북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는 매주 화, 목 요가 매트 위에서 배운 삶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전 글 <남의 시선은 반납합니다>

이전 05화남의 시선은 반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