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필요한 것은 600세트 전부인가, 행사에 쓸 300세트인가
“포장 방식은 크게 신경 안 써도 됩니다. 납기만 맞추면 됩니다.” 수요일 오전, 위생생활용품 J사 영업 담당자가 나에게 전화를 건다. 금요일 오후 세 시까지 판촉·체험용 키트 600세트를 행사장으로 보내는 주문이다. 그런데 전날 키트에 넣을 구성품과 동봉물 요청이 바뀌어 최종 확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창고 작업 담당자는 오늘 안에 구성을 확인받아도 검수와 포장을 마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고 말한다. 고객이 괜찮다고 했으니 먼저 묶기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작업표의 구성품 칸을 다시 본다. 어떤 제품을 무엇과 함께 넣을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납기만’이라는 짧은 말이 서로 다른 생략을 허용하는 것처럼 번지기 시작한다.
“납기만 맞추면 된다”는 말을 창고에 그대로 전하면 어떤 일이 시작될까. 작업표에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구성품이 남아 있다. J사에 다시 전화하기 전, 같은 금요일을 두고 서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짚어 봅니다.
상대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금요일 전체 수량 도착일 수 있다. 장식용 띠지처럼 조정 가능한 요소를 줄이자는 제안일 수도 있다. 또는 일정이 급하다는 사실만 강조했을 뿐, 완성 기준을 바꾸겠다는 뜻은 전혀 없을 수 있다. 납기의 중요성과 품질 기준의 변경은 같은 말이 아니다.
특히 “크게 신경 안 써도 된다”는 표현은 담당자마다 다르게 듣는다. 고객은 장식 띠지를 생략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작업자는 개별 검수를 줄여도 된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물건이 도착한 뒤 드러나는 이 차이는 일정 단축으로 얻은 이익을 쉽게 지워 버린다. 제품의 필수 표시와 보호 포장까지 생략해도 된다는 뜻으로 넓혀서는 안 된다.
우리 계획에 여유가 부족했을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최초 확인 일정과 작업 소요 시간을 제대로 공유했는지, 변경 요청을 받았을 때 영향 시간을 바로 알렸는지 확인한다. 원인을 전부 고객의 수정 요청으로 돌리면 지금 가능한 해결바카라도 함께 좁아진다.
먼저 ‘도착’의 뜻부터 맞춘다. 금요일 오후 세 시가 행사 시작인지, 창고 입고 마감인지, 현장 배치 완료 시각인지 묻는다. 택배 기사에게 인계한 시각과 행사 담당자가 수량을 확인한 시각은 다르다. 장소, 인수 담당자, 반입 가능 시간을 알아야 운송까지 포함한 일정이 나온다.
다음은 반드시 필요한 수량이다. 확인 결과 금요일 판촉 행사에는 300세트가 필요하고, 남은 300세트는 다음 주 월요일 거래처 체험 행사에 쓰인다고 한다. 이제 전체 납기를 막연히 압박하는 대신 분할 납품이라는 선택지가 생긴다. 단, 앞선 300세트도 최종 구성품·동봉물 확인과 필요한 검수를 거쳐야 한다.
창고와 운송사에 확인하니 수요일 정오까지 구성품과 동봉물을 승인받으면 금요일 오후 세 시 300세트, 월요일 오전 열 시 300세트를 납품할 수 있다. 이 사례의 분할안은 두 차례 운송비까지 포함해 기존 견적 안에서 진행하는 조건이다. 전체 600세트를 금요일에 보내려면 장식 띠지를 생략하고 추가 인력과 전용 차량을 사용해야 하며, 추가 비용은 18만 원, 부가세 별도다. 두 안 모두 제품의 필수 표시, 보호 포장과 정해 둔 검수 과정은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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