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10대 물류비 180만 원, 지정 위치 반입까지 포함한 걸까
“이건 계약서까지 쓸 일은 아니잖아요. 지난번처럼 편하게 하시죠.” 산업솔루션 K사 담당자의 전화다. 나는 컴퓨터 서버 10대의 납품 물류를 협의하고 있다. 장비 판매대금과 별도로 제시한 물류 견적은 180만 원, 부가세 별도다. 하차와 반입 범위를 정리해 보내자 이런 답이 돌아온다.
말을 듣는 순간 머뭇거린다. 관계를 믿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번에는 서버 5대를 지정된 하차 장소까지 배송했다. 이번 요청에는 층간 이동과 지정 위치 반입, 포장재 회수까지 들어가 있다. 친숙한 상대라는 사실이 이번 작업의 범위를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지난번은 서버 5대, 이번은 10대입니다. 180만 원의 물류 견적 앞에 “지난번처럼”만 남겨 두기에는 달라진 일이 많습니다. 관계를 존중하며 작업 범위를 남기는 답장은 ‘상황별 답장 20개 · 복사해서 쓰는 문장집’ 11번과 연결됩니다.
상대는 반복되는 배송에 긴 검토 절차를 거치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다. 이미 보낸 견적서에 필요한 내용이 다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정이 급해 세부 조건을 나중에 정하고 싶다는 뜻일 가능성도 있다. 어느 경우든 첫 반응을 “기록을 남기기 싫다는 거군요”로 시작할 이유는 없다.
대신 어느 부분이 부담스러운지 묻는다. 문서 길이인지, 내부 승인 절차인지, 제안한 업무 범위인지 구분해야 줄일 수 있는 수고가 보인다. 상대가 계약이라는 단어에 반응했다면 문서의 목적부터 설명한다. 이번에는 장비 수량과 반입 위치가 달라져 운송사와 현장 작업팀이 같은 기준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식이다.
우리 쪽 서류가 과도한지도 본다. 이번 운송과 관련 없는 항목이 붙어 있거나 예전 양식의 다른 프로젝트 이름이 남았다면, 문서가 신뢰를 높이기보다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 필요한 확인을 지키면서 분량과 중복을 줄이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번 주문에서 먼저 맞출 사항은 서버 10대라는 수량, 납품 장소와 인수 담당자, 물류비 180만 원이다. 이 금액은 부가세 별도이며 서버 판매가격은 포함하지 않는다. 여기에 출하 준비일, 차량 도착일, 반입 가능 시간, 대금 지급 일정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 일정만 적으면 지연의 시작점을 알아보기 어렵다.
포함 범위도 구체적으로 묻는다. ‘현장 납품’이 차량 도착인지, 하차까지인지, 건물 안 지정 위치까지인지 확인한다. 층간 이동과 포장재 회수가 필요하다면 견적에 포함됐는지 따로 표시한다. 포장된 장비의 크기·중량과 반입 경로를 받아 운송사 및 현장 작업팀이 실행 가능성을 확인하도록 한다. 영업 담당자의 추정만으로 작업 가능 여부를 약속하지 않는다.
발주하는 쪽에서도 같은 빈칸을 살펴야 한다. 현장 출입을 신청할 사람, 반입 동선을 안내할 사람, 인수를 확인할 사람을 정한다. 여러 부서가 서로 다른 위치를 말하면 작업자는 어느 지시를 따라야 하는지 다시 묻게 된다. 범위안에는 물류사가 맡을 일과 K사가 준비할 일을 함께 적는다.
통화가 끝나면 확인된 항목과 미확정 항목을 나누어 보낸다. 예컨대 수량과 제안 금액은 공유됐지만 반입 범위, 납품일, 포장재 회수가 남았다면 그대로 표시한다. 남은 항목에 “이견 없으면 진행”이라고 붙여 상대의 침묵을 동의로 처리하지 않는다. 회신이 없다는 사실은 아직 확인을 받지 못했다는 뜻으로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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