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선공개 01 ·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산업부품 12박스의 주소는 바뀌었다. 차량도 새 목적지로 가고 있을까

by핸섬데블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포워딩 담당자의 회신을 읽고 배송 현황표에 ‘변경 완료’를 적으려다 손을 멈춘다. 산업부품을 납품하는 M사가 12박스의 도착지를 기존 창고에서 공장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 첨부한 수정 서류에는 공장 주소가 들어 있다. 그런데 차량 배차 지시에도 같은 주소가 들어갔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고객에게 ‘완료됐습니다’라고 전달하는 데는 몇 초면 충분하다. 그 말이 공장에 도착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빠르다. 서류 한 장이 고쳐진 것인지, 운송 담당자가 변경을 수락한 것인지, 공장이 받을 준비까지 끝난 것인지. 같은 완료라는 말 안에 서로 다른 단계가 들어 있다.


처리한 대상이 문서인지 화물인지


상대가 틀리게 처리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다. 내가 ‘배송지 주소 수정 부탁드립니다’라고만 썼다면 담당자는 서류 수정을 요청받았다고 이해했을 수 있다. 반대로 실제 운송 경로 변경까지 명확히 요청했는데 문서만 고쳤을 수도 있다. 먼저 최초 요청과 회신을 나란히 놓는다.


이때 필요한 질문은 ‘왜 아직 안 바꾸셨나요’가 아니다. ‘현재 완료된 범위가 서류 수정까지인지, 실제 배차 지시 변경까지인지 확인 부탁드립니다’다. 상대의 의도를 해석하기 전에 완료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대상을 맞춘다.


확인할 항목 · 세 칸이 모두 같은 주소를 가리키는가


첫째, 요청이다. 변경 대상이 이번 산업부품 12박스인지, 전체 배송인지, 공장의 어느 인수 장소인지 확인한다. 기존 주소와 변경 주소를 함께 적으면 ‘주소 변경’이라는 표현만 남기는 것보다 대상을 특정하기 쉽다.


둘째, 실행이다. 화물이 아직 출발 전인지, 운송 중인지부터 묻는다. 운송사에 변경 지시가 전달됐는지와 실제 운행 담당자가 이를 확인했는지는 따로 확인한다. 전달한 시각만 있고 수락 여부가 없다면 완료로 표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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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섬데블·최호순 | 무역·물류·영업 26년, University of Wisconsin MBA. 거래의 조건을 풀고, 소설로 인간의 선택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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