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우의 부활, 한국의 미래가 될까

'명랑한 올림픽'으로 시작된 비극

by조하나






"극장이라는 게, 어린 마음에 그렇게 신기했어."



오래전 해외를 떠돌던 시절 독일인 친구가 한 말이었다. 동독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90년 동서독 재통일 이후 처음으로 멀티플렉스라는 곳에 가봤다고 했다. 여러 개의 스크린이 한 건물에 몰려 있고, 팝콘 냄새가 복도를 채우고, 무슨 영화를 볼지 고를 수 있는 그 자유가 낯설었다고. 서독 아이들에게는 당연했던 그 풍요가, 그녀에게는 국경 하나를 넘어야 도착하는 다른 세계였다. 그리고 지금도, 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동독 출신이라고 하면 은근한 무시를 느낄 때가 있다고.



그때 그 이야기가, 최근 다시 떠올랐다. 2026년 9월 6일,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가 44퍼센트에 육박하는 표를 얻었다. 나치 독일이 항복을 선언한 1945년 5월 8일 이후, 극우 정당 최대 득표율이다. 어쩌면 81년 만에 처음으로 극우 성향 지방정부가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 숫자를 보며 반세기 전 같은 나라에서 벌어진 다른 사건 하나를 떠올렸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1972년 뮌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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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태양의 그림자



1972년 서독은 올림픽을 유치하며 두 가지를 골랐다. 대회 공식 구호는 '명랑한 경기', 엠블럼은 '밝은 태양'. 1936년 베를린에서 나치가 치렀던 올림픽의 기억을 지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세계를 향해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때의 우리가 아니다. 보라, 이렇게 밝고 평화로운 나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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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대가 무너지는 데는 사흘이 채 걸리지 않았다. 9월 5일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검은 9월단이 선수촌에 난입해 이스라엘 선수단 두 명을 살해하고 아홉 명을 인질로 붙잡았다. 이스라엘에 억류된 팔레스타인 포로 234명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이 순간을 취재하던 ABC 스포츠 중계진의 눈으로 그린다. 원래 수영 경기를 중계하려던 이 팀은 순식간에 참혹한 생중계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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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종을 다루는 프로듀서와 중계진은 스스로에게 거룩한 이름을 붙인다. 저널리즘. 진실을 알릴 바카라임. 그러나 그 이름 아래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은 그리 거룩하지 않았다. '테러리스트'라는 단어를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과, 검증도 없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려는 사람이 부딪힌다.



그리고 최악의 순간이 온다. 인질 전원이 무사히 풀려났다는 소식이 확인도 없이 전 세계로 타전된 것이다. 적어도 세 곳 이상의 출처를 교차 검증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어긴 사례였다.



몇 시간 뒤, 인질 전원이 사망했다는 정정 보도가 나갔다. 대단한 특종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그 기본조차 지키지 못한 실무 사이의 거리. 그 거리가 이날 방송의 진짜 얼굴이었다. 이 사건은 미디어 역사상 테러가 처음으로 실시간 생중계된 순간이었다. 시청률은 치솟고, 전 세계 9억 명이 화면을 지켜본다.







이 영화의 제작자 중에는 배우 숀 펜도 있다. 그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로 지금까지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고,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왔다. 반세기 전 국가 폭력의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 사람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 한복판을 오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뮌헨 올림픽 참사 카메라 밖에서는 또 다른 실패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자국 특수부대의 투입을 요청했지만, 서독은 이를 거절했다. 자국 경찰력으로 해결하겠다고 고집했다. 훗날 이 결정은 폭력을 거부하는 평화주의 국가의 원칙으로 포장됐다. 독일군이 등장하는 장면을 세계에 보이고 싶지 않았다는 이야기, 법령상 군 투입 자체가 제한돼 있었다는 이야기가 함께 따라붙었다. 그럴듯한 말이다.



그러나 본질은 독일의 준비 부족과 무능이었다. 진압 작전 직전까지 이들은 테러범의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독일 정부 측 저격수들은 인질극 진압 훈련을 받지 않은 인원이었다. 더 심각한 건, 경찰의 진압 작전 준비 장면까지 ABC 카메라를 통해 고스란히 생중계됐다는 사실이다. 위장한 경찰들이 인질범들이 있는 건물 쪽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그대로 잡혔고, 인질범들 역시 그 방송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그들은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자신들을 노리는 작전을 눈치챘다. 인질범들이 요구한 헬리콥터가 착륙하는 방향조차 계획과 다르게 잘못 정해졌다. 누구도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있지 않았다. 모두 다 상부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말만 남았다.



결국 인질 아홉 명과 경찰관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평화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무능이 부른 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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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싸우는 자는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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