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팬암 103편 폭파 사건》

우리가 배운 애도의 방식

by조하나


지난 7월 30일, 넷플릭스가 6부작 드라마 《팬암 103편 폭파 사건》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지금 이 시리즈는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2위,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퍼센트를 기록 중이다.



1988년 12월 21일, 뉴욕으로 향하던 팬암 103편이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 로커비 상공에서 폭발했다. 탑승자 259명 전원과 지상의 주민 11명, 270명이 그날 밤 사라졌다. 리비아 정보요원들의 소행으로 밝혀지기까지 3년, 재판이 끝나기까지 12년, 새로운 용의자가 다시 기소되기까지 32년, 그 신병이 확보되기까지는 34년이 걸렸다. 이 드라마는 그 긴 시간을 정직하게 따라간다.



한국인으로서 이 드라마를 보는 마음은 조금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세월호가 가라앉던 그날, 이태원 골목에서 사람들이 무너지던 그 밤,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끝에서 불길에 휩싸이던 순간을 나는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몸이 어떻게 굳었는지까지. 이 드라마가 로커비를 그리는 방식을 보면서 나는 자꾸 그 밤들을 겹쳐 보게 됐다.



이 드라마가 결국 하려는 이야기는 비행기 폭파 사건이 왜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사람이 무너진 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무엇을 했는가라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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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와 스펙터클, 영웅이 없는 드라마



재난을 다루는 창작물은 자주 함정에 빠진다. 영웅을 만들어 카타르시스를 팔거나, 참사 장면 자체를 흥행 요소로 이용하거나, 눈물을 쥐어짜 슬픔을 소비하게 만들거나.



《팬암 103편 폭파 사건》은 그 중 어느 쪽으로도 가지 않는다. 폭발 장면조차 기내의 공포가 아니라 로커비 주민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자신들의 마을이 잔해와 불길로 뒤덮인 걸 목격하는 시선으로 그려진다. 카메라는 처음부터 파괴의 스펙터클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의 자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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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드라마는 수사관들을 완벽한 정의의 집행자로 그리지 않는다. FBI 요원 딕 마퀴즈는 처음 스코틀랜드에 도착했을 때 자신을 대단한 인물로 여기며 현지 경찰을 얕봤다가, 그들이 증거 수집을 놀랍도록 꼼꼼히 해내고 있다는 걸 깨닫고서야 자신의 자만을 내려놓는다. 극 중 5화에서는 FBI의 값비싼 실바카라 하나가 드러나기도 한다. 정의를 세우는 사람들도 결국 흔들리고 오판하는 인간이라는 것. 이 드라마가 지치지 않고 반복해서 보여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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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이 드라마가 카메라를 오래 두는 곳은 따로 있다. 로커비의 주민들, 특히 여성들이다. 증거로도 인정받지 못한 희생자들의 유류품, 옷가지와 시계와 사진 같은 것들을 그들은 손수 씻고 스코틀랜드산 헤더를 곁들여 정성껏 포장했다. 경찰들은 그 꾸러미를 들고 세계 곳곳을 다니며 유가족들에게 돌려줬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었다. 증거로서의 가치는 이미 사라진, 그저 한 사람의 유품일 뿐인 물건들을 위해 마을 사람들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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