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걸 보는 것과 짧은 걸 좋아하는 건 다른 이야기
8초라는 거짓말
요즘 사람들은 긴 걸 못 견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집중력이 금붕어만도 못하다는 말, 쇼츠에 절여져 글도 못 읽는다는 말. 롱폼형 인간이 쇼츠형 인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다. 나도 한동안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당신은 지난 주말에 몇 시간짜리 콘텐츠를 봤나.
우리가 아는 그 문장, 인간의 집중력이 8초로 금붕어보다 짧아졌다는 이야기의 출처는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 캐나다의 보고서다. 그 보고서는 다시 한 마케팅 회사의 주장을 인용한 것이었고,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뒤져도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나오지 않는다.
20년 넘게 대학생의 주의력을 재온 시카고대학의 한 심리학자는 그 수치가 수십 년에 걸쳐 놀라울 만큼 안정적이었다고 말한다. 주의 연구의 원로로 꼽히는 또 다른 학자는 1800년대 후반 처음 측정된 이래 사람의 기본 주의 용량이 변했다는 실질적 증거는 없다고 말한다.
집중할 수 없는 환경
물론 짧은 영상을 많이 보는 사람에게서 주의 관련 지표가 나빠진다는 연구들은 분명히 있다. 다만 그 연구들 상당수가 한 시점에 설문으로 잰 것이라 무엇이 원인인지 말할 수 없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관계가 양방향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붙는다. 짧은 것을 많이 볼수록 지속력이 줄고, 지속력이 줄면 더 짧은 것을 고르게 되는 순환이다.
증거는 오히려 반대편에도 쌓여 있다. 집중력이 8초라는 사람들이 주말에는 드라마 한 시즌을 연달아 본다. 화장실도 참으면서.
조 로건의 팟캐스트는 한 회가 세 시간인데 조회수는 수백만이다. 미국에서 사람들이 TV 화면으로 영상 팟캐스트를 본 시간이 1년 만에 두 배가 됐다. 화면이 커지자 시청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30초를 못 견딘다는 사람들이 거실 소파에서 세 시간짜리를 보고 있다.
가장 자주 인용되는 47초라는 숫자도 실은 다른 것을 잰다. UC 어바인의 정보학자 글로리아 마크는 2003년부터 사람들이 컴퓨터 화면 하나를 열어두고 머무는 시간을 재왔다. 처음엔 평균 2분 30초였다. 20년 뒤 그 수치는 47초가 됐다. 이건 사람이 47초 넘게는 집중을 못 한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 우리 화면 환경에는 47초에 한 번꼴로 다른 탭이나 메신저, 알림처럼 옮겨갈 핑계가 있다는 뜻에 가깝다. 얼마나 오래 붙잡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옮겨갈 이유가 주어지느냐를 잰 숫자라는 얘기다.
그 증거로 마크 본인의 이야기가 있다. 그는 바카라을 쓸 때는 몰입에 들어가는 데만 10분이 걸렸고, 한번 몰입하면 47초는커녕 훨씬 길게 붙잡고 있었다고 말한다. 옮겨갈 다른 창이 없는 환경에서는 같은 사람도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마크 본인도 우리가 집중하는 능력을 잃은 게 아니라,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달라졌을 뿐이라고 썼다.
다만 한 가지는 덧붙여야 공정하다. 2025년과 2026년 사이에 나온 연구들은 짧은 영상을 보는 빈도 자체와 지속 주의력 저하 사이의 인과관계 쪽으로 조금씩 근거를 두껍게 쌓고 있다. 하루에 화면을 보는 총 시간이 똑같은 아이들끼리 비교해도, 그중 짧은 영상 비중이 큰 쪽에서 주의력 지표가 더 나쁘게 나왔다. 화면을 오래 봐서가 아니라 짧게 끊어서 보는 형식 자체가 문제라는 뜻이다. 다만 아직은 뇌가 자라는 중인 청소년에게서 특히 두드러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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