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의 '소방 재정 빨대'가 건드린 역린

냉정과 열정 사이, 정치는 무엇을 보지 못하는가

by조하나



불 속에 가장 먼저 뛰어든 소방관의 이름은 김진석이다.



10월 16일 오전, 경기 부천의 한 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그는 신고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네 사람 중 하나였다. 가장 안쪽까지 들어간 그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14시간의 치료 끝에, 다음 날 새벽 1시, 그는 숨을 거뒀다.



그가 숨을 거두기 사흘 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경기도지사 추미애는 이렇게 말했다.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습니다."



보고서 위의 숫자와, 불 속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 우리는 이 둘 사이의 거리에 대해 반드시 이야기해야만 한다.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얼굴과 이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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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 집안의 경기도지사



추미애는 올해 6월, 경기도지사가 됐다. 취임 두 달 만에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더니 5,465억 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그런데 정작 그가 머무는 관사는 보증금 12억 원짜리 전세 아파트였고, 타는 차는 7,700만 원짜리 관용차였다. 그러나 순직 소방관들의 희생을 기리는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 사업비 1억 원은 전액 삭감 대상이 되었다.



산후조리비는 9월 신청분을 끝으로 끊겼다. 10월부터 12월 사이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고, 그 부모들은 이 아이들을 '끼인 아이들'이라 불렀다. 어린이집 운영 지원 단가는 원아 한 명당 12,600원에서 6,000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최대 75퍼센트까지 깎는 방안이 검토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저 추미애 안 쫓겨납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사퇴 청원이 3만 명을 넘긴 직후, 한 공식 행사 자리에서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경기도의회조차 장애인 기회소득 19억 5천만 원,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지원 각 30억 원을 늘리려 했지만, 추미애가 동의하지 않아 추경 자체가 멈췄다. 이건 여당과 야당과의 싸움도, 소방관과의 싸움도 아니다. 같은 당 지자체장과 도의회와의 싸움이다. 국민의힘은 이 모든 상황을 두고 민주당을 '콩가루 집안'이라며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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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되지 않는 공직자의 입



경기도는 1,370만 명이 넘게 사는 곳이고, 추미애는 당대표와 법사위원장까지 지낸 정치인이다. 추미애 지사가 진정 경기도민을 위한다면, 6선이라는 고매한 정치력을 발휘해 이재명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며 국비 확대를 조율할 경로가 충분히 있었다. 추미애는 민주당 경기도지사이고, 지금 집권한 건 국민의힘 아니라 민주당 이재명 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 경로 대신, 매번 페이스북과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재명 정부와 대척점에 서는 그림을 만들었다. 9월부터 공개적으로 띄운 소방 재정 문제, 모란공원 추모제에서의 대통령 직격, 김지용 중수청장 인선에 강하게 반대하는 수많은 게시글까지. 우연이라기엔 너무 적나라하게 반복되는 패턴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과거의 패턴을 통해 우리는 향후 일어날 일을 '예상'할 수 있다.



추미애는 2년 후 총선에 나갈 일이 없다. 그는 정청래 전 당대표가 얻었던 김어준, 유시민, 조국 카르텔의 세와 지지를 받아 차기 대권을 노린다. 문재인 정부 '트러블메이커' 법무부장관 시절과 지금은 다르다. 그때는 김어준 카르텔이 문재인의 편이었고 추미애 홀로 싸웠지만, 지금은 그 카르텔이 이재명 정부와 각을 세우며 추미애 뒤에 상당수의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서 있다. 추미애 역시 민주당 내 적어도 반을 차지하는 이 세력의 힘을 확인했고, 현재 김어준 카르텔은 추미애가 뭘 잘못했냐는 레토릭으로 이미 그를 옹호하며 승산을 실어주고 있다.



경기도 민심뿐 아니라 전국의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하루가 다르게 식고 있다. 물론 민주당은 추미애에게 마땅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제명이든 출당이든, 당규상 불가능하지 않다. 2022년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수해 복구 현장에서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는 말 한마디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 사람, 지금도 동두천·양주·연천 지역구 3선, 현역 국회의원이다.



민주당이 추미애를 징계를 내리든, 어쩌지 못하고 그냥 두든, 그건 민주당 지도부와 당원, 지지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변하지 않는 건 당에서 그를 어떻게 처리하든 2030년까지 경기도지사는 추미애라는 사실이다.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은 당적과 무관하게 임기를 보장받는다. 그를 끌어내릴 방법은 사실상 본인의 자진 사퇴, 아니면 요건이 지독하게 까다로운 주민소환뿐이다. 그러니 당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쓴다 해도, 결과는 추미애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민주당 소속이 아닌 추미애가 같은 자리에서 계속 도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게 있다. 경기도민은 민주당 경선을 통해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를 믿고 뽑았다. 그리고 경기도민 모두 그 결과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그 바카라임은 추미애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를 공천한 민주당 전체의 것이다. 국민의힘 이진숙, 김태규, 주진우 의원을 징계하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민주당이 추미애는 과연 어찌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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