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이라는 이름의 성접대

여성의 몸으로 지불된 축구 심판의 하룻밤

by조하나





대한축구협회의 청구서



2026년 8월 6일, JTBC가 문건 하나를 세상에 꺼냈다.



2012년 2월 29일 새벽,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쿠웨이트의 브라질월드컵 예선전이 열리기 몇 시간 전,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안마시술소에서 대한축구협회 법인카드로 50만 원이 결제됐다. 그날 휘슬을 불 심판 두 명을 위한 결제였다. 그리고 이 안마 비용에는 성매매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고, 당시 결제를 담당했던 직원이 직접 진술했다. 이 경기 하나가 아니었다. 2011년 3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월드컵과 올림픽 예선전과 평가전을 합쳐 일곱 경기,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 스무 명. 협회 직원들은 유흥주점과 안마시술소와 노래방을 오가며 법인카드를 긁었다.



감독관은 협회 소속도 한국 소속도 아니었다. 개최국이 심판에게 부당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국제축구연맹과 아시아축구연맹이 파견하는 중립적 외국인 관계자였다. 심판을 매수할 때는 그 감독관의 눈을 피해 결제 시간을 자정 전후로 몰았다고, 당시 심판 업무를 맡았던 간부가 JTBC에 밝혔다. 그런데 카타르전 당일에는 감독관 본인이 접대 대상이었다. 경기가 한창이던 저녁, 마사지 업소에서 그를 위한 결제가 이뤄졌다. 공정성을 감시하라고 파견된 사람이 어떤 경기에서는 피해야 할 눈이었고, 다른 경기에서는 직접 매수해야 할 대상이었다.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이미 다 드러났던 일이다. 그런데 그 감사가 겨냥한 건 애초에 성접대가 아니었다. 협회 전현직 임직원들이 유흥주점과 안마업소, 노래방, 골프장 등에서 법인카드를 1496차례나 긁어 약 2억 원을 쓴 정황, 그러니까 조직 전체의 방만한 예산 집행과 횡령이 감사의 본류였다. 외국인 심판 접대는 그 방대한 문서 더미 속에 파묻힌 항목 하나였을 뿐,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해는 박근혜와 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의 시선을 다 빨아들이고 있던 해였다. 축구협회의 법인카드 내역 따위가 뉴스가 될 자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을까. 2026년 여름의 대한축구협회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여론이 등을 돌렸고,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둘러싼 논란으로 경찰의 압수수색까지 받는 처지가 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감독 선임 파행과 예산 집행 불투명성을 캐묻는 축구협회 청문회를 열었고, 그 과정에서 협회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던 한 의원실이 10년 전 감사 문건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 안에 묻혀 있던 성접대 항목을 JTBC가 취재해 보도한 것이 8월 6일이었다. 묻힌 진실을 다시 캐낸 건 정의감이 아니라, 협회를 흔들 다른 카드를 찾던 정치와 여론의 타이밍이었다. 진실이 드러나는 방식마저 우연에 가까웠다는 것, 이것도 이 이야기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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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 물품이 된 여성의 몸



협회는 이 일을 '관행'이라고 불렀다. 문서 보관 연한이 5년인데 15년 전 일이라 정황을 다 확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지금은 철저한 내부 관리 지침을 마련해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시 결제를 담당했던 심판국 직원의 진술이 공개됐다. 외국인 심판들이 먼저 마사지를 요구해서 접대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휘슬을 잘 불어주지 않겠느냐'라는 말도 덧붙였다.



죄바카라감이 아니라 업무 효율에 대한 판단이 담긴 말이었다. 상대를 만족시켜야 우리 쪽에 유리한 판정이 나온다는 계산. 그 계산 안에서 여성은 협상 카드였다. 카드는 감정도 없고 의사도 없다. 필요할 때 꺼내 쓰고 판이 끝나면 다시 서랍에 넣어두면 그만인 물건이다. 이 남자들에게 여성은 인격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접대 예산의 한 항목, 계산서 위의 숫자, 대체 가능한 소모품이었다. 사람이 아니라 물건으로 취급됐다는 것, 여기에 이 사건의 핵심이 있다.



이 발언을 한 사람이 유별나게 부도덕해서가 아니다. 그가 아무 거리낌 없이 이 말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게 그 2년 동안 갑자기 생겨난 임기응변이 아니라 훨씬 오래 굳어진 절차였다는 증거다. 문서가 남아 있던 창이 우연히 그 2년이었을 뿐, '관행'이라는 말은 원래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전제로 하는 단어다.



외국인 심판이 정말 먼저 요구했다면, 그건 한국에 오면 그런 걸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 아닌가. 그렇다면 그 소문은 어디에서 왔을까. 협회가 그 요구에 이렇게 매끄럽게 응할 수 있었다는 것, 경기 당일 새벽에 법인카드로 즉시 결제할 수 있었다는 것. 이건 낯선 대응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접대 매뉴얼 안에 있던 선택지였다는 뜻이다. 요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보다 훨씬 무서운 사실은, 그 요구에 아무 저항 없이 응할 수 있었던 시스템이 조직 안에 이미 갖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제 축구 심판들이 유난히 욕정에 눈이 멀어 그랬을까. 이건 성욕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위계 서열과 권력의 문제다.



남자들이 여성을 돈 주고 사는 순간, 실제로 오가는 건 성이 아니라 위계다. 접대하는 쪽은 성접대라는 예를 갖춤으로써 상대의 힘을 인정하고 추켜세운다. 접대받는 쪽은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위치와 권위를 확인한다. 한쪽은 낮추면서 상대를 높이고, 다른 쪽은 그 낮춤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라는 걸 증명한다. 판정이 실제로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는 그다음 문제다. 성접대가 성사되는 그 순간, 위계는 이미 확인되고 승인됐다.



돈 봉투를 건넸다면 그냥 뇌물이었을 것이다. 사무적이고, 계좌 이체 한 번으로 끝났을 일이다. 그런데 여성을 붙여 접대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얼마나 은밀한 자리를 골랐는지, 얼마나 정성껏 마련했는지, 상대가 얼마나 만족했는지가 전부 상대를 향한 존중의 크기로 환산된다. 여성의 몸이 남성들 간의 존중을 재는 눈금이 되는 것이다.



협회 직원이 심판에게 성접대를 한 건 판정을 사려는 뇌물이기 이전에, 개최국이 국제 무대의 권위자 앞에서 스스로를 낮추는 절차 같은 것이었다. 심판이 그걸 받아들인 건 자신이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확인이었다. 둘 다 원한 건 결국 같았다. 여성의 몸을 통해 서로의 위계 서열과 권력을 확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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