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피 냄새를 따라 모여든 모기들

《외교관》 시즌 4|사람 사이의 모든 일은 외교이고 모든 외교는 권력이다

by조하나



(스포일러 있습니다)



넷플릭스 <외교관 시즌 3>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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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먼저 반응한 사람



넷플릭스 《외교관》 시즌 4를 보는 내내 마음이 피곤했다. 인물들이 숨 돌릴 틈 없이 심리적으로 극한으로 몰리는데, 보는 나도 같이 몰렸다. 어깨가 굳고 숨이 얕아졌다. 몸이 먼저 지쳤다.



그 극한을 가장 정직하게 몸으로 받아 낸 사람은 케이트 와일러였다. 영국 주재 미국 대사인 케이트는 이번 시즌 내내 위산이 역류해 구토를 한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남편 토드는 그 증상을 보고 임신이 아니냐며 입방정을 떤다. 그 말은 그의 아내이자 대통령인 그레이스의 귀에 들어갔고, 케이트의 남편이자 부통령인 할의 전화를 통해 맨 끝에 당사자인 케이트에게 닿았다. 자기 몸에 대한 말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사람들의 귀를 모두 돌고 나서야 본인에게 돌아온 것이다. 케이트는 화가 났다. 그리고 토드에게 선을 긋고, 그 증상이 무엇인지 제 입으로 짧게 잘라 설명했다. 위산 역류라서 토한다는 것이었다.



이 구토는 시즌 내내 이어진다. 영국 외무장관이 화면 밖에서 헬기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이 와도 케이트에게는 애도할 시간이 없다. 그에겐 감정을 얼굴에 올릴 수 없는 직업(외교관)이 있고, 그 직업의 몸은 감정을 위장으로 내려보낸다.



몸이 고장 나도 제 몸을 해석할 권리는 남에게 넘기지 않는 사람. 케이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시즌의 마지막에 G7 회의장에서 대통령 앞에 서서 사의를 밝히고 걸어 나온다. 제작자 데보라 칸은 인터뷰에서 그 순간의 케이트를 이렇게 설명했다. 거대하고 오래된 권력의 홀을 걸어 나오는 동안 케이트는 메스꺼움의 파도에 휩싸인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내가 방금 무슨 멍청한 짓을 한 거지.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다 망쳤다.’ 하지만 곧이어 다시 문이 열리고 백악관 비서실장 빌리가 따라 나온다.



《외교관》 시즌 4에서 외교는 곧 모든 인간 관계, 즉 연인, 부부, 동료, 정치 집단, 국가 간의 관계 모두를 아우른다. 대통령도, 부통령도, 주영 대사도 이 드라마에서는 같은 일을 한다. 서로에게 다가가고, 눈치를 보고, 거래하고,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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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피를 빠는 모기



제목의 피 냄새는 비유다. 모기는 실제로는 날숨의 이산화탄소와 땀 속의 젖산 같은 냄새를 따라 숙주를 찾는다. 피를 구하는 것은 암컷이고, 그것도 알을 키우기 위해서다. 암수 모두 꽃꿀로 힘을 얻는다. 모기는 한 숙주에 매이지 않고 숙주를 찾아 날아다니는 곤충이다. 피 냄새를 맡고 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몸이 내뿜는 숨과 땀을 맡고 온다.



권력도 사람의 몸이라 숨을 쉬고 땀을 흘린다. 그 몸이 불안하면 곁에 있는 사람이 먼저 안다. 모기들이 권력의 곁에 모여드는 까닭이다.



이 드라마에서 모기라는 말이 대사에 여러 번 등장한다. 권력의 냄새를 맡고 모여드는 무리다.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 줄을 서는 사람들이다. 할이 케이트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하다. 할은 자신에게는 결정권이 있다며, 권력에 충성하는 자신을 더는 알아볼 수 없다고 쏘아붙이는 아내 케이트의 행동을 앵앵대는 모기에 빗댄다.



이 시즌의 사람들은 모두 권력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곁으로 모인 모기들이다. 갈라진 것은 그 냄새를 맡고 무엇을 하느냐였다. 이익을 구하러 오는 모기가 있고, 경고하러 오는 모기가 있다. 권력자의 귀에는 둘 다 같은 소리로 들린다.



이 시즌에는 어느 쪽 모기인지 끝까지 알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권력의 곁에서 자리를 유지하려 애 쓴 할이다. 할은 어느 쪽 모기가 될까. 하지만 먼저 볼 사람은 이 시즌에서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서 앵앵거린 모기, 케이트다. 케이트가 처음부터 모기였던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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