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이번 호 커버로 점찍은 밴드는 최근 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팀이었다. 소속사에 세 번 전화를 걸고 두 번 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 마감은 사흘 앞이었다. 편집장은 매일 오후 세 시쯤 내 자리로 와서 물었다. 연락 왔어. 나는 매번 아니요, 라고 답했다.
세 번째 되던 날 나는 지난주 지하에서 본 밴드를 꺼냈다. 체르팔이요. 신보도 없는데, 소리가 좋아요. 편집장이 눈썹을 올렸다. 걔넨 화제성이 없잖아.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 해요. 편집장은 마뜩잖은 얼굴로 그럼 그거라도, 하고 말았다. 대안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대안이었다.
트위터 계정에는 얼굴을 화면 가득 채운 클로즈업이 많았다. 눈을 사시로 뜨거나 볼을 부풀린 사진들이었다. 자기 얼굴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계속 마주 보고 싶어 하는 쪽이라고, 나는 짐작했다. DM을 보냈다. 몇백 번 써먹은 문장이었다. 답장은 세 시간 만에 왔다. 이번 주 금요일 리허설 끝나고요. 나는 멤버 다 같이 뵐 수 있을까요, 라고 되물었다. 답은 짧았다. 그냥 저 혼자 할게요. 걔넨 인터뷰해 봐야 도움 안 돼요.
금요일 오후, 대기실은 골방이라 부르는 게 정확했다. 낮은 천장에 형광등 하나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고, 벽에는 곰팡이 자국을 가리려고 붙여놓은 포스터가 반쯤 떨어져 있었다. 눅눅한 냄새와 식은 담배 연기가 방 안에 고여 있었다. 접이식 테이블 위에 피자 박스가 놓여 있었다. 도현이 들어오기 전, 드러머로 보이는 사람이 스틱 케이스를 챙기다 나를 흘긋 보고는 도현에게 말했다. 인터뷰 또 해. 저번처럼 되면 어쩌려고. 도현은 대답 없이 자리에 앉았다. 드러머는 문을 좀 세게 닫고 나갔다.
먹으면서 하죠, 밥때라. 도현이 피자 한 조각을 집으며 말했다. 나는 녹음기를 꺼냈다. 도현이 그걸 힐끗 보더니 말했다. 켜도 상관은 없는데. 뒤에 아무 말도 안 붙였다. 첫 질문에 도현은 한 단어로 답했다. 두 번째 질문에도 그랬다. 세 번째 질문쯤에서 그가 피자를 내려놓았다. 저는 인터뷰 잘 안 믿어요. 예전에 어떤 데서 제 말을 멋대로 잘라 저를 반슬롯적 인간처럼 썼더라고요. 그러고 나서도 계속 그런 식이었어요, 몇 군데가. 사실 인터뷰 자체가 싫어요. 그는 나를 보지 않고 피자 박스만 보고 있었다.
이번엔 다를 거예요, 라고 나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짧게 말했다. 왜곡당하지 않을 권리는 기자가 아니라 취재 대상한테 있는 거니까요.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믿는 얼굴은 아니었다. 오해 안 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가 되받았다. 왜곡이랑 오해는 달라요. 나는 그렇다고만 했다. 그래도 다음 질문에는 두 단어로 답했다.
단층 부를 때 소개도 없이 바로 들어가던데요. 원래 그래요. 설명하면 그때부터 노래가 아니라 발표가 되니까. 그 대답은 길었다. 자기가 만든 것에 대해 말할 때만 그는 문을 조금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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