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만 흐르는 혐오

성심당 프리패스가 임신부 특권인가

by조하나



임신부의 특권?



대전 성심당 앞에 줄이 늘어서 있다. 짧으면 한 시간, 길면 네다섯 시간. 사람들은 한여름 땡볕 아래 땀을 흘리고, 다리가 저리고, 옆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어색하게 웃는다. 그런데 몇 사람이 곧장 걸어 들어간다. 임신부 프리패스다.



80분을 서서 들어간 누군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렇게 썼다. '안 그래도 혜택 많은데, 이런 혜택까지 챙기려고 출산 예정일 적힌 종이까지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난다.' 그 글 아래로 동조하는 댓글이 쌓였다. '임신부의 특권'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헛웃음이 나는 조합이다.



성심당은 사기업이다. 그 줄에 서서 빵을 사 먹는 일은 철저히 개인의 선택이다. 지하철 임산부석이나 관공서의 우선 처리 같은 공공 영역의 배려와 빵집 앞에서 벌어지는 이 소동은 애초에 같은 층위에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걸 국가가 자신의 권리를 빼앗아간 사건처럼 다룬다.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은 분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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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늘 아래로 흐른다



온라인 게임에서, 거리에서, 온갖 크고 작은 위계에서 자신보다 힘이 센 상대에게 무시당하고 차별받아도 우리 대부분은 아무 말도 못 한다. 상사에게, 나를 해고할 수 있는 사람에게 항의하는 일은 위험하다. 잃을 게 많다. 그런데 임신부 앞에서는 다르다.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시청역, 이른 출근 시간대. 승강장 앞에 휠체어 수십 대가 늘어서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탑승 시위다. 스무 해 넘게 이동권 예산을 요구해온 사람들이다. 열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지 않으면, 사방에서 욕설이 날아든다. 한 활동가는 마이크를 붙잡고 말한다. '욕의 무덤에 들어가서라도, 이 무관심과 불평등의 슬롯는 변해야 한다.' 20년을 외쳐야 겨우 최소한의 이동권을 관심과 논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 그 20년의 대가로 받는 게 아침 출근길의 욕설이다. 정작 그 지연을 만든 기획재정부와 서울시에는 아무도 삿대질하지 않는다.



심리학은 이 현상에 이미 이름을 붙여두었다. 좌절된 공격성의 전위. 힘센 대상에게 느낀 좌절을 안전한 대상에게 대신 터뜨리는 심리다. 이건 한국만의 정서가 아니다. 이렇게 전이된 화는 미국에서는 이민자를 향한 혐오로, 유럽에서는 난민을 향한 혐오로 굳어진다. 경제적 불안이 클수록 사람들은 그 불안을 만든 구조 대신 눈앞의 개인을 향해 화를 낸다. 그리고 온라인이라는 무대가 더해지면 죄바카라감의 문턱은 더 낮아진다. 얼굴을 가진 한 사람이 아니라 '임신부들', '장애인들'이라는 카테고리를 향하게 되니까. 얼굴이 지워지면 그 얼굴이 감당하는 무게도 함께 지워지고, 화는 그렇게 혐오로 굳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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