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예쁜 것만 골라 불러요

by조하나

이번 호 인터뷰는 이지로 정해졌다. 정한 건 내가 아니라 대표였다. 이지 알지, 요즘 '홍대 여신'. 표지에 얼굴 하나 예쁘게 걸어두면 이번 호는 좀 나가지 않겠어. 대표는 여신이라는 말을 물건 이름 부르듯 편하게 썼다. 편집장은 한술 더 떴다. 화보 느낌으로 좀 뽑아 와. 요즘은 음악 기사보다 얼굴 기사가 팔려. 나는 알겠다고 했다. 표지가 좀 팔려야 다음 호가 나온다는 걸 아니까. 여신이 밥값을 한다는 문장을, 나는 처음으로 곱씹어 봤다.


이지 공연은 전에도 몇 번 봤다. 정확히는 이지 공연이라기보다 이지를 찍으러 온 사람들을 봤다. 무대 앞 두 줄은 늘 카메라였다. 렌즈가 팔뚝만 한 것들이 삼각대 위에 도열해 있었다. 곡이 시작되면 노래보다 셔터가 먼저 터졌고, 그 줄은 곡이 끝나기도 전에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얼굴을 가지러 온 사람들이었지 노래를 들으러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그 카메라 부대에 밀려 뒤로 한참 물러선 적도 있다. 이지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려던 여자애 둘이 그 줄에 시야를 다 뺏기고, 서로 눈짓만 하다 곡 중간에 나가버렸다. 그날 이지는 신곡을 두 곡이나 처음 선보였다. 다음 날 팬카페 사진 게시판엔 신곡 제목을 묻는 글 대신 이지가 입은 원피스 브랜드를 묻는 글이 먼저 올라왔다. 그 밑으로 오늘 여신님 미모 실화냐, 그런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그 여자가 그날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적어둔 글은 하나도 없었다.


약속 장소는 이지가 잡았다. 홍대 놀이터 뒤편, 간판도 잘 안 보이는 이층 카페였다. 사람들이 자기를 못 알아보는 데를 고른 거라는 걸 나는 앉고 나서 알았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모자를 눌러쓴 이지는, 무대 위 여신과 같은 사람이라고 아무도 못 알아볼 만했다. 여신은 무대에 두고 온 모양이었다. 나는 사진기자를 데려오지 않았다. 대표가 원한 화보 대신 녹음기 하나만 꺼내 놓자 이지의 어깨가 눈에 띄게 내려갔다. 오늘은 얼굴 안 찍히겠구나 싶은 얼굴이었다.


첫 질문으로 나는 3집 5번 트랙 이야기를 꺼냈다. 2절에서 코드가 반음 떨어지는데 그게 가사랑 붙는 방식이 좋았다고. 이지가 커피잔을 내려놓다 말고 나를 봤다. 그 곡 얘기 물어보는 사람 처음이에요. 목소리가 반 톤 낮아졌다가 금방 원래대로 올라왔다. 반음을 떨어뜨린 건 가사에서 화자가 거짓말을 하는 대목이라 그랬다고 했다. 진심일 때는 제 음을 지키다가 거짓말할 때만 반음을 흘리게 뒀다고. 기타도 세션 안 쓰고 자기가 쳤고, 편곡도 혼자 짰고, 사람 손을 빌린 건 믹싱뿐이라고 했다. 그렇게까지 설계한 곡을 두고 사람들은 얼굴이 예쁘다는 말만 하고 갔다. 앨범 소개 기사엔 그런 얘기가 한 줄도 안 실려요. 예쁘게 나온 프로필 사진이랑 여신이라는 제목만. 음악 얘기를 하는 동안 이지의 말이 빨라졌다. 그 몇 분 동안만 여신이 벗겨지고 뮤지션이 남았다.


예명 이지는 자기가 지은 거라고 했다. 쉽게 살고 싶어서요. 그렇게 지어놓고 하나도 안 쉬웠어요. 남자 뮤지션들은 그 이름을 다르게 읽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누가 이지 이름 참 이지하다고 웃었다는 얘기를, 이지는 지나가듯 흘렸다. 나는 그 자리에 없었는데도 그 웃음이 어떻게 생겼을지 정확히 그려졌다. 이지는 그때도 웃었을 거다. 예민한 여자는 피곤하니까.


같은 무대에 서는 남자애들은 천재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실력이 어중간해도 아티스트, 진지한 표정 하나면 음악 하는 사람. 여자는 노래를 아무리 잘해도 여신에서 안 올라가요. 여신은 칭찬처럼 들리지만 사람을 한자리에 못 박아버리는 말이에요. 나는 그 말을 받아 적다가, 내가 남자 뮤지션 인터뷰에서는 사람을 한자리에 못 박아버리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쪽엔 늘 다른 단어가 준비돼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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