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에 불 지르고 "불이야"를 외치는 사람들

'코어 지지층'이 돌아섰다고 호도하는 김어준

by조하나


팔짱을 낀 사람들



'충정로 대통령'이라 불리는 한 남자가 카메라를 향해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는 코어 지지층이 '어머' 하고 팔짱을 낀 것"이라고. "아직 등을 돌린 건 아니고, 팔짱을 꼈다"라고. '아직'이란 단어엔 '앞으로 내 말을 듣지 않으면'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은근한 엄포와 협박도 담겨 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반복되는 그 장면들을 보며 질문 하나를 떠올렸다. 그가 '코어 지지층'이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지난 한 달 사이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린 사람들은 같은 사람들일까.



같은 사람들이 아니다. 나는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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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김어준의 말대로 "코어 지지층이 빠졌다"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풍경은 이래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지되 여당 지지율은 버텨야 한다. 가장 단단한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실망해도 자기 정체성인 정당까지 버리지는 않으니까. 떠난다 해도 그 발길은 조국혁신당이나 진보당을 향해야 한다. 더 왼쪽, 더 선명한 쪽으로.



그런데 실제 풍경은 그 반대였다. 리얼미터의 6월 22일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46.7퍼센트, 5주 연속 하락이었다. 같은 시기 민주당 지지율도 함께 무너졌다. 4월만 해도 50퍼센트를 넘던 민주당이 40퍼센트 안팎으로 내려앉는 동안, 국민의힘은 30퍼센트 초반에서 40퍼센트 초반으로 솟구쳐 일부 조사에서는 역전까지 일어났다. 빠진 표의 수혜자가 조국혁신당도, 진보당도 아닌 국민의힘이었다. 코어 지지층이 국민의힘 지지율을 끌어올려 줄 리가 없다.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면 바로 버린다는 그 코어가, 정반대 진영의 지지율을 10퍼센트포인트나 채워 줬다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말이 되지 않는다.



빠진 건 코어가 아니라 '중도'였다. 잘하고 있는 대통령을 왜 흔드느냐고 묻는 사람들, 집권 여당이 제 손으로 세운 대통령을 물어뜯는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조용히 팔짱을 풀고 돌아섰다. 대통령 지지율은 빠지는데 여당 지지율은 멀쩡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둘은 함께 빠졌다. 함께 빠진 표는 코어의 이탈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코어'는 누구인가



김어준이 말하는 코어의 실체를 한번 따져보자. 4월 고점 무렵 67퍼센트에 이르던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 46.7퍼센트다. 20퍼센트포인트가 빠졌다. 그게 코어의 이탈이라면, 코어의 크기는 그 20퍼센트여야 한다. 그런데 코어라는 말은 본래 가장 단단한 핵심, 어떤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남는 층을 뜻한다. 정의상 코어는 제일 나중에 떠나야 한다. 제일 먼저 팔짱을 끼는 층은 코어가 아니라 조건부 지지자들, 그러니까 중도다. 김어준의 진단은 단어의 뜻 자체와 충돌한다.



진짜 코어는 빠지지 않았다. 김어준 방송을 챙겨 보지 않고, 딴지 게시판을 모르고, 그저 민주당이 역사적으로 옳은 편이라 믿어온 중장년, 노동조합 조합원, 호남의 오랜 지지자들. 그들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지금의 46퍼센트 상당 부분이 그들이다.



그러면 김어준이 코어라 부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매일 그의 방송을 듣고, 슈퍼챗을 쏘며 댓글을 달고, 딴지 게시판에 글을 쓰고, 여론조사꽃 구독료를 내고, 쇼핑몰의 상품을 사는 사람들. 그 숫자가 전체 유권자의 몇 퍼센트일지 나는 회의적이다. 통계에 잡힐지도 의문이다.



그가 "코어의 동요"라고 감지하는 것은, 실은 자기 미디어 생태계 안의 반응이다. 자기 방송 댓글과 게시판의 술렁임을 전체 진보 지지층의 마음으로 옮겨 읽는 것이다. 더 곤란한 건, 그가 매일 방송에서 "대통령이 잘못 가고 있다"라고 말하면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이 실제로 흔들린다는 점이다. 그가 스스로 지핀 불안을, 그가 다시 민심이라 부른다.





적이 사라진 자리



에릭 호퍼는 1951년에 쓴 《맹신자들》에서 "대중운동은 적을 필요로 한다"라고 했다. "운동의 결속은 무언가를 향한 마음이 아니라 무언가에 맞서는 마음으로 유지된다"고. 그래서 적이 사라지면 운동은 내부에서 새 적을 만들어낸다. 70여 년 전의 통찰이 지금 한국의 한 민주 진영 대형 스피커의 유튜브 스튜디오에서 그대로 재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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