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이라는 이름의 '격리'
나는 올해 초, 배드 버니가 그래미 '올해의 앨범'을 받는 장면을 보면서 어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래미 68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스페인어 앨범이 본상을 가져갔다. 그러니 단순한 계산을 했다. 스페인어가 그 문을 통과했으니, 한국어가 통과할 차례도 멀지 않았다고. BTS가 본상 후보엔 꾸준히 오르면서도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오던 그 긴 기다림이 이제 보상받을 때가 됐다고.
그런데 그래미가 최근 내놓은 답은 내가 기대한 것과 결이 달랐다. 2026년 6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라는 새 부문을 만들었다. K-팝, J-팝, C-팝을 아우르고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쓴 곡이 대상이라고 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잠깐 헷갈렸다. 이건 진보인가, 후퇴인가.
앞으로 한국 음악 시상식 MAMA에 '미국 팝' 부문을 신설하면 어떨까. 영어로 부른 노래만 따로 모아 시상하고, 본상은 한국어 음악의 자리로 두고, 미국 팝은 옆방에 정중히 모셔두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우습다. 그런데 그 우스움이야말로 그래미의 '아시안 팝' 부문이 지구 반대편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거울처럼 비춰준다. 기준이 음악이 아니라 언어와 출신이 되는 순간, 그 음악은 보편이 아니라 특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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