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에 열광하는 사람들

태평양을 건넌 가죽 재킷

by조하나



가죽 재킷이 태평양을 건너면



홍대 앞 삼겹살 집 앞에 구름 인파가 모였다. 그들은 반도체 회사 CEO 이름을 아이돌처럼 연호했고, 가죽 재킷을 입고 치킨집에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밈이 됐다.



젠슨 황은 방한 첫 일정으로 홍대의 T1 베이스캠프 PC방을 찾아 '페이커' 이상혁과 T1 선수단을 만났다. "한국은 e스포츠의 발상지이고, 한국 게이머들이 지포스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놨다"고, 그는 말했다. 현장 팬들에게 그래픽카드 경품을 나눠줬고, 며칠 뒤에는 잠실 야구장 마운드에 시구자로 올랐다. 그의 동선 하나하나가 뉴스가 됐다.






이 장면엔 두 겹의 결이 겹쳐진다.



첫 번째 겹, 코스피의 절반이 그에게 걸려 있다.



싫든 좋든, 한국 경제의 현실이다. 2026년 5월 15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장중 8000선을 넘었다. 올해 첫 거래를 4300 대로 시작한 지수는 1월에 5000, 2월에 6000, 5월 초에 7000을 차례로 부수더니, 7000에서 8000까지 단 여드레 만에 닿았다. 다섯 달 만에 거의 두 배다.



그 상승을 끌어올린 두 주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5월 한 달에만 삼성전자가 약 29퍼센트, SK하이닉스가 약 46퍼센트 뛰었고, 그 한 달 코스피 시가총액이 늘어난 몫의 87퍼센트가 이 둘과 SK스퀘어, 반도체 세 종목에서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1300조를 넘기며 삼성전자의 78퍼센트까지 따라붙었고, 기업가치 평가 지표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30년간 굳어 있던 한국 증시의 1위 자리가 흔들린 것이다.



코스피의 절반 가까이가 반도체에 얹혀 있고, 그 호황의 진원지에 AI가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로드맵이 한국의 HBM 공급업체들과 직결된 상황에서, 젠슨 황의 한마디는 주가와 산업 지형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



기업 총수들이 삼겹살집에 줄지어 모인 건 그나마 맥락이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입국 첫날 저녁 그는 홍대의 한 삼겹살집에서 SK 최태원, LG 구광모, 네이버 이해진과 소주잔을 부딪쳤고, 이해진은 같은 식당에 있던 다른 손님들 몫까지 오백만 원어치를 대신 계산했다. 작년 삼성전자 이재용, 현대자동차 정의선과 나눈 깐부치킨 회동에 이은 두 번째 형님 회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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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겹, 태평양을 건너야 신이 되는 남자.



문제는 두 번째 겹이다. 이 열기는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대만은 그를 '젠새너티(Jensanity)'라 부른다. 그가 야시장에 나타나면 인파가 몰리고, 그가 들른 식당과 미용실 앞에 사람들이 진을 치고, 그의 얼굴이 박힌 티셔츠가 팔린다. 중국에서는 그가 들른 과일 가게의 매출이 폭발했다.



흥미로운 건 이 모든 일이 그의 본국인 미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엔비디아 동료들조차 어리둥절해한다. 미국의 기술 행사에서 그는 알아보는 사람 없이 조용히 지나간다고 한다. 미국에서 그는 'One of Us'다. 같은 사람, 같은 가죽 재킷인데, 태평양을 건너 동아시아에 도착하는 순간 신이 된다.



동아시아가 젠슨 황에게서 보는 것은 그 '개인'이 아니다. 대만에서 그는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맨손으로 세계 1위 기업을 세운 '고향이 낳은 아들'이다. 그의 성공은 곧 대만의 성공 서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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