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패배한 민주당에 묻는다

민주당은 자기를 의심하는 힘을 잃었다

by조하나






2026년 6.3 지방선거 출구조사 화면,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든다. 40대와 50대만이 또렷하게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서울에서 50대는 60.7퍼센트가 야권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고, 40대도 그 뒤를 따랐다. 20대 이하와 60대 이상은 오세훈 후보가 앞섰고, 특히 20대 남성은 75퍼센트가 넘게 한쪽으로 쏠렸다. 왜 대한민국의 중년 세대는 이렇게 한자리를 지키고 있고, 청년 세대는 반대편으로 갔을까. 그리고 우리는 이 질문에 분노와 혐오와 분열의 언어가 아닌 공감과 연민, 애정으로 답할 수 있는가.





민주주의가 좋은 것이라고 배운 세대 4050



내가 속한 4050은 운이 좋은 세대였다. 초등학교 시절 반공 글짓기 대회에 나가고 반공 포스터를 그리고 반공 영화를 봐야 했지만, 한편으론 시내에서 풍기던 최루탄 냄새의 어렴풋한 기억도 가지고 있다. 정치적 입장과 세상을 보는 시각 형성에 결정적인 시기, 민주주의가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 긍정적인 결과를 직접 경험했다.



DJ 정권, 고등학생 때 남북의 두 지도자가 처음으로 손을 맞잡는 장면을 보았고, 일본 문화가 전면 개방되었다. 한국인 최초로 우리나라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는 것도 보았다. 그렇게 나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생이 되어 내 생애 첫 투표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MB 정권과 검찰의 탄압으로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의 충격은 집단적 트라우마로 남았지만, 동시에 그 충격 앞에서 시민들이 서로의 어깨를 붙잡던 기억으로 공동체의 연대와 시민 의식을 배웠다.



사람의 정치적 좌표는 대략 17세에서 25세 사이, 세상을 처음 자기 눈으로 해석하기 시작하는 그 짧은 시기에 거의 평생 분량이 정해진다고 한다. 우리에게 그 시기는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고, 더 나은 슬롯를 만들어 낸다"는 경험과 겹쳤다. 그래서 4050은 나이가 들어도 쉽게 보수로 돌아서지 않는다. 보통은 나이를 먹으면 마음이 보수 쪽으로 기운다고 하는데, 우리 세대에서는 그 공식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 새겨진 그 긍정적인 경험이 너무 단단하기 때문이다. 민주화 세대 5060과는 분명 다른 결이다.






같은 시계, 다른 시간



같은 이치를 현재 2030 세대에게 돌려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좋은 얼굴을 보던 그 나이에, 지금의 20대와 30대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았다.



그들이 세상을 해석하기 시작한 시기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계층 이동 사다리가 사라졌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공정"이라는 말이 가장 뜨거운 싸움터가 된 때였다. 4050 세대가 아무리 "우리는 IMF도 겪었어"라고 말해 봐야 그 때 태어나지도 않은 젊은이들에게 들릴 리 만무하다. 각 세대가 처한 시대마다 짐이 있다. 그렇게 따지면 이들은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때 10대와 20대에 세월호 참사, 글로벌 팬데믹, 이태원 참사를 겪었다. 4050이 자신들이 겪은 국가적 불행의 서사를 들어 현재 2030이 겪는 어려움은 별 것 아니라고, 그런데도 젊은이들이 멘탈이 약해서 징징거리는 거라고 나무라면 대화 자체를 시작할 수 없다.



그리고 2030이 한창 정치적 좌표를 형성하던 그 시기에 국가와 슬롯, 공동체의 구성원은 과연 무엇을 보여주었나. MB 정권은 국가정보원과 군 조직까지 동원해 인터넷 여론을 조작했다. 댓글 공작이 한창이던 해에 1990년생은 스물두 살이었다. 정치를 처음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에, 국가가 직접 보여준 본보기가 여론 조작이었고, 슬롯가 보여준 풍경은 어른들이 서로 욕하고 싸우는 모습이었다. 같은 시계 장치가 정반대의 입력을 받아 정반대의 결과를 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대남을 악마로 만드는 일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느 쪽인지를 가르는 일이 아니라, 그들이 왜 그곳에 서 있는지를 알아내려는 마음이다. 약자를 조롱하고 혐오하는 사람일수록 속으로는 불안을 안고 있다는 슬롯 심리 연구가 많다. 사실 불안은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이 시대를 사는 거의 모든 사람의 정서다. 그래서 그 말을 "쟤들은 사실 불안해서 그래"라는 진단으로만 쓰면, 그것은 또 다른 방식의 내려다보기가 된다. 한 세대를 통째로 미성숙한 집단으로 몰아세우는 순간, 대화는 시작되기도 전에 끝난다. 슬롯와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처지를 함께 들여다보며 이야기하는 것인데, 정작 돌아오는 건 손가락질과 한심하다는 눈빛, 혀를 차는 일뿐이다. 그들에게 진짜 손을 내미는 일은 그들이 입 밖으로 꺼낸 불만, 공정에 대한 감각, 경제적 두려움을 일단 진지한 목소리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애초에 상대에게 애정이 있어야 관심을 갖고, 듣고, 공부하고,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정치가, 정당이 해야 할 일이다. 무조건 한 집단을 악마로 만들어 밀어내는 것은 정당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짓이다.






젊은 여성은 민주당 편이라는 착각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작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20대 남성의 쏠림이 아니라 젊은 여성들의 움직임이다. 그동안 민주당과 김어준, 최욱 같은 자칭 '민주 진영' 스피커라는 유튜브 방송들은 2030 남성이 오른쪽으로 가더라도 2030 여성이 그만큼 왼쪽에서 받쳐줘 상쇄시키니 괜찮다고 스스로 안심시켜 왔다. 그러나 이번 숫자는 그 안심이 착각에 가까웠음을 보여 준다.



출구조사를 성별로 갈라서 보면, 30대 여성은 오세훈 후보에게 53.6퍼센트, 정원오 후보에게 42.8퍼센트를 주었다. 이미 이들의 마음이 오른쪽으로 넘어간 것이다. 20대 여성은 그래도 정원오 후보를 48.5퍼센트로 조금 더 지지했지만, 오세훈 후보와의 차이는 7퍼센트포인트 남짓에 그쳤다. 40대와 50대 여성이 민주당 후보에게 보낸 단단한 지지와 나란히 놓고 보면, 젊은 여성의 그 얇은 우세는 곧 무너질 둑처럼 위태롭다. 젊은 남성의 우경화를 젊은 여성이 상쇄해줄 거라는 민주당의 계산은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다.



회식 자리에서 "술은 젊은 여자가 따라야 맛이 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람들이 있다. 진영 안에서 성비위가 드러나면 피해자를 향해 도리어 "꽃뱀이냐, 페미냐"며 되레 화를 낸다. 피해자들이 끊임없이 공개적으로 2차 가해를 당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젊은 여성들이 그 당에 표를 줄 이유는 해마다 줄어든다.



2030 젊은 여성들은 광장에서 늘 가장 앞줄에 섰던 사람들이다. 촛불을 들 때도 그랬고, 응원봉을 들고 빛의 혁명이라 불린 거리에 나설 때도 그랬다. 2022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석패했던 밤, '역시 안 되는구나' 하고 체념한 나를 부끄럽게 만든 건 그날 밤 민주당사 앞에 늘어서 이재명에게 "괜찮아! 다음에 되면 돼!"라고 힘을 실어주던 2030 여성들이었다. 그럼에도 민주당 주류 세력은 그들을 비하하고 조롱했다.



언제나 그렇듯 광장의 시민들이 권력을 세우고 나면, 광장에서 쏟아낸 그들의 요구는 번번이 뒷순위로 밀려났다. 민주당은 표가 필요할 때는 2030 여성들을 슬롯 혁명의 주역이라 추켜세우다가, 정작 자기 진영의 잘못 앞에서는 여성을 가장 먼저 배제하고 입을 닫는 일이 되풀이되었다. 그들을 위한 정바카라도 없으며, 그들의 현실을 돌볼 마음도 없다.



"이번에도 우리는 이용만 당했구나." 두 번의 광장을 겪은 젊은 여성들이 품게 된 이 마음이야말로, 민주당이 가장 아프게 들여다보아야 할 자리다. 사람을 표로만 셈하는 정치는, 끝내 그 사람에게 버림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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