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농담이 될 수 없는 한반도의 전쟁과 분단
"남한? 북한?"
해외에 나가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열 명 중 아홉 명에게서 같은 질문이 돌아오던 시절이 있었다. "북한이냐, 남한이냐." 그다음에는 으레 "김정은을 아느냐"는 농담이 따라붙었다. 어떤 이들은 "한국이 너무 위험한 나라라서 여행을 갈 수 없다"고 진지하게 말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한동안 화제가 된 영상이 있었다. 미국에서 거리의 시민들에게 무작위로 질문을 했는데 그들은 대부분 전 세계의 가장 큰 위협을 "북한"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인터뷰어가 미국인들에게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한국이 어디 있는지 짚어 보라고 하자, 많은 사람이 끝내 손가락을 어디에도 대지 못했다.
나는 그들에게 가끔 이렇게 물었다. "남한과 북한이 왜, 어떻게, 누구의 손으로 갈라졌는지 아느냐"라고. 제대로 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자신은 심지어 이 세상 어느 구석에, 지도의 어디쯤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와 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벌였는지조차 모르는 미국인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비하, 조롱이 가득한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를 '풍자'라고 두둔하고, 얼마 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등장한 중국 환영단 아이들에게 "아이폰 공장에서 일하다 휴일을 맞은 아이들처럼 기뻐한다"라고 말하는 걸 코미디라며 박수를 친다.
그들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선 곳이 다르면 풍경이 다르고, 아는 만큼 세상은 보이는 법이니까. 나는 오히려 그들을 이 대화에 초대하고 싶다. 우리가 흔히 "독재자가 있는 가난한 북한과 눈부시게 성장한 남한, 한 핏줄이지만 둘로 나뉜 나라" 정도로 가볍게 요약하고 마는 이 이야기가, 사실은 얼마나 깊고 긴 '사람'의 이야기인지를 함께 들여다보자는 초대다.
전쟁과 분단은 농담이 될 수 없는 일이다. 바로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선은 누가 그었는가
1945년 8월, 일본이 패전했다. 35년 동안 한반도를 지배하던 나라가 갑자기 사라지자 거대한 권력의 공백이 생겼다.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가를 놓고, 미국과 소련은 일본군의 항복을 어느 지역에서 누가 받을지부터 정해야 했다.
그때 갑자기 '38선'이 그어졌다. 미국 육군 대령 두 사람이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도를 펼쳐 놓고 삼십 분 만에 그은 선이었다. 한반도 가운데를 가로지른 그 선에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사정도, 산과 강의 모양도, 마을과 가족의 경계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군대가 일을 나누기 편하도록 그은 행정상의 금이었다. 그 자리에 한국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제국의 군대가 자를 대고 금을 긋는 이 방식은 한반도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그보다 앞선 1884년, 유럽의 여러 나라와 미국의 대표들이 독일 베를린에 모여 아프리카 대륙을 나눠 가졌다. 그 자리에도 아프리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이 바카라상 위에서 그은 직선들은 같은 부족을 둘로 쪼개고, 원수처럼 지내던 부족을 한 나라 안에 억지로 묶어 버렸다. 1884년부터 1914년 사이에 유럽이 차지한 아프리카 땅은 10퍼센트에서 90퍼센트 가까이로 늘어났다. 그렇게 그어진 선들이 오늘날까지 아프리카의 내전과 분쟁의 씨앗으로 남아 있고, 그 대륙의 풍부한 자원은 지금도 옛 식민 지배국들에게로 흘러 나간다.
한반도의 38선과 아프리카의 국경선은 다른 대륙에서 벌어진 같은 일이다. 강대국이 제 편의대로 그은 선 하나가 그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길고 깊은 고통을 남기는지를, 두 대륙이 나란히 증언하고 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43년 카이로에서 미국과 영국과 중국이 모여 한국을 "적절한 시기에" 독립시키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그 "적절한 시기"를 정하는 쪽은 한국이 아니라 강대국들이었다. 해방 뒤에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일정 기간 대신 맡아 다스리는 신탁통치를 추진했지만, 양쪽의 속내가 처음부터 달랐기에 협상은 끝내 무너졌다. 소련은 한반도에 자기편 나라를 세우고 싶어 했고, 미국은 공산주의가 번지는 것을 막을 울타리가 필요했다. 한국의 독립은 둘 모두에게 급한 일이 아니었다.
여기가 가장 아픈 대목이다. 한국에는 이미 1919년에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었다. 3.1운동의 정신으로 세워져 27년 동안 중국 땅을 옮겨 다니며 독립운동을 이끌어 온 정부였다. 그런데 해방이 되어 그 지도자들이 고국으로 돌아올 때, 미국은 그들을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다. 정부 자격이 아니라 그저 개인 자격으로 들어오라고 통보했다. 우리에게는 분명 주인이 되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해방의 주인 자리는 우리 몫이 아니었다. 한국은 협상 테이블에 앉은 주인이 아니라, 그 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에 가까웠다.
여전히 전쟁 중인 나라
그 선은 5년 만에 전쟁으로 터졌다. 1950년 한국전쟁이다.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밥을 먹던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눴고, 3년 동안 수백만 명이 죽거나 다치거나 흩어졌다.
1953년 7월, 마침내 총성이 멎었다. 그런데 그 휴전 협정에 서명한 사람은 유엔군 사령관 클라크, 중국군 사령관 펑더화이, 그리고 북한의 김일성이었다. 남한의 이름은 거기 없었다. 당시 대통령 이승만이 끝까지 서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통일을 이루지 못한 채 전쟁을 끝내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여기서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1953년에 맺어진 것은 전쟁을 잠시 멈추기로 한 "휴전 협정"이지, 전쟁을 끝낸 "평화 조약"이 아니다. 그래서 남과 북은 7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법적으로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잠깐 총을 내려놓았을 뿐, 전쟁이 끝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여기에 역설이 있다. 통일을 포기할 수 없어서 서명을 거부했던 그 선택의 결과로, 남한은 자기 땅에서 벌어진 전쟁을 끝내는 문서에서조차 빠진 채 7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1994년에는 중국마저 정전 체제에서 발을 뺐고, 지금 그 협정의 당사자로 남은 것은 사실상 북한과 미국뿐이다. 한민족의 전쟁인데, 한민족은 그 전쟁을 끝낼 자리에 앉지 못한다.
그리고 이 구조는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 2026년 현재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 곧 전쟁이 났을 때 우리 군대를 우리 손으로 지휘할 권한을 미국에서 돌려받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대답은 한결같다. "준비가 됐을 때." 1943년 카이로에서 "적절한 시기에"라고 했던 그 말과 똑같다. 그 준비가 됐는지를 판단하는 쪽은 여전히 우리가 아니다. 표현만 바뀌었을 뿐, 우리 운명을 우리가 아닌 누군가가 심사하고 허락하는 틀은 80년째 그대로다.
미국이 북한과 직접 마주 앉아 종전을 논의하는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거대한 핵보유국"이라 부르며 김정은과 다시 만나겠다는 말을 거듭 꺼낸다. 종전 선언도, 남북 대화도, 평화 협정도 결국 워싱턴이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정작 같은 땅에 사는 우리는 그 만남을 곁에서 거드는 자리에 서 있다. 우리 대통령조차 트럼프를 "평화를 만드는 사람"에, 자신은 그 옆에서 함께 달리며 속도를 맞춰 주는 "페이스메이커"에 빗댔을 정도다. 한반도의 운명을 쥔 열쇠가 한반도 안이 아니라 바다 건너에 있다는 현실은, 80년이 지난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강대국의 체스판 위에서
왜 이런 일이 계속될까. 냉정하게 따져 보면 답이 보인다. 남과 북이 하나로 합쳐진 나라를 주변 강대국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상해 보자. 통일된 한국은 어떤 나라가 될까. 남한이 쌓아 올린 세계 열 손가락 안의 경제력과 앞선 기술이 있다. 북한에는 풍부한 노동력과 희토류, 우라늄 같은 세계적 수준의 지하자원이 있다. 인구를 합치면 7,600만 명으로,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많다. 게다가 북한이 가진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까지 더해진다고 생각해 보라. 통일 한국은 지금보다 훨씬 강한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그 가능성 때문에 네 나라가 통일을 반긴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둘 명분과 동북아시아의 군사 거점을 잃는다. 통일 한국이 언제까지 미국의 편을 들 건지도 확신할 수 없다. 중국은 미국과 가까운 강한 나라가 곧장 국경에 맞닿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한다. 지금 북한은 중국과 미국 사이를 막아 주는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역사 문제와 영토 문제에서 훨씬 당당해질 한국을 부담스러워한다. 러시아 역시 국경 너머가 서방 쪽 나라로 채워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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