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왕관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여기까지는 아직 술술 나온다. 그다음부터는 자신이 없다. 얼굴도 모르는 임금 스물일곱의 이름 앞글자를 외우느라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남은 것은 절반이다. 그나마 영화로 나오면 보면서 아, 그 임금, 하고 아는 정도다. 기록되기 전의 왕은 이름조차 없고, 기록된 뒤의 왕은 앞글자만 남았다. 아무리 애써도 그런 왕은 될 수 없고, 된다 한들 끝이 감옥인 경우를 우리는 여럿 보았다. 그러니 "화려한 왕관" 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왕 이야기에는 가슴 뜨거운 대목이 별로 없다. 왕좌를 둘러싼 숱한 죽음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의 더러운 쪽만 졸여 놓은 것 같아서 그런 드라마를 보고 나면 개운치가 않다. 재미는 있는데 감동은 없다. 그들도 원해서 왕이 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다 후보에 올랐고, 서로 죽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뿐이다. 왕조가 무너지는 순간, 혼자 죽지 않는다. 한 집안이 통째로 사라진다. 그 자리가 본래 그렇게 생겼고,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는 그런 자리가 있다. 오히려 이름 없는 무덤, 무관의 제왕,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