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까기

재료 준비

by그리고

생각이 많은 날이면 마늘을 깐다. 마늘 꼭지를 잘라 물에 불려 두었던 마늘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낸다. 마늘을 까는 데는 별다른 생각이 필요하지 않다.


며칠 전 지인의 말 한마디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이미 끝난 대화를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다시 꺼내 보았다. 그때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라면 괜찮았을까. 그 사람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생각이 채 익기도 전에 자꾸만 뒤집어대는 통에, 설익은 생각들로 속이 부대낀다. 그럴 때면 자꾸만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차라리 마늘이나 까는 편이 낫다.


손끝에는 알싸한 마늘 향이 배고, 빈 그릇에는 뽀얀 속살을 드러낸 마늘이 쌓여간다. 어느 순간부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잊는다. 한참 뒤 고개를 들어보니 마늘 한 망을 다 깠다. 깐 마늘을 믹서에 넣고 곱게 갈았다. 작은 용기에 꼭꼭 눌러 담아 냉동실 한쪽을 차곡차곡 채워 넣었다. 한동안 국을 끓이고 찌개를 끓일 때마다 한 숟갈씩 든든하게 꺼내 쓸 양이다. 덕분에 한 달은 거뜬히 쓸 간 마늘을 얻었다. 당분간은 마늘 깔 일이 없어진 셈이다. 그러니 부디 이 마늘이 바닥날 때까지는, 굳이 마늘을 까며 비워내야 할 복잡한 걱정거리들도 사라지기를.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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