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정원을 준비하고 있는 가드너들 손!!
올해 남쪽 정원의 사정이 좀 달라졌다. 주변에 심은 나무들이 올해 너무 경쟁적으로 키를 키워버렸다. 특히 목련 나무가 작년에 비해 키가 두 배 이상 자라 버렸다. 옆집이 집을 짓으면서 남쪽 해를 가려버리니 전에는 양지였던 곳이 반양지에서 음지 정도로 공간의 성격이 바뀌었고, 이에 나무들이 경쟁적으로 키를 키운 게 아닌가 싶다. 높은 곳에서 우거진 나뭇잎들이 햇빛을 가리니 키 작은 양지 식물들이 비실거리면서 꽃도 제대로 피지 못했다. 장마가 끝나고, 폭염. 이게 곧 올 태풍에 대한 대비도 더해 정원 정리를 하고 보니, 작년에 심은 꿩의다리 스플렌디드가 겨우 꽃 네 개를 가까스로 피우고 있다. 반양지 식물이어서 나무들 사이에서 부드러운 햇빛을 먹고 화사한 흰꽃을 보여주기를 바라며 심었는데 예상외로 키를 키운 나무들로 인해 햇빛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스플렌디드가 겨우 목숨 줄만 잡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올해 세 주를 심은 금꿩의 다리도 내년에는 가벼운 보라색 꽃을 피워줄 거란 기대를 했는데 지금의 환경으로는 꽃은커녕 내년까지 살아는 있을까 싶은 걱정이 든다. 그럼 내년은 이 공간을 도대체 어떻게 구성해야 하지?
작년까지는 검은 열매까지 감상했던 밥티시아를 정리하고, 말채나무도 정리를 하면서 보니 밥티시아도 내년부터는 이른 정리를 하고, 말채나무는 부피를 키우지 않는 성장 계획을 세워야 이 공간의 광량을 충분히 확보하겠다는 판단이 된다. 그렇다면 에키네시아 군락은 좀 더 콤팩트하고, 분명한 색감을 가지면서 이동 없이 뿌리내린 고향에서 자손만대가 번창할 수 있을 것이다. 옹기종기 사는 주민들이 많은데 대규모 이전보다는 재개발이 효율적이겠다. 금꿩의 다리도 햇빛을 더 공급받으면 덩치를 키우면서 성장할 수 있겠지. 바닥은 휴케라를 조금 더 심어야지. 휴케라 세 포트를 심었는데 가장 연한 색깔의 아이가 상태가 좋지 않다. 몸살인가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햇빛을 너무 보지 못한 까닭이겠다 싶다. 연한 아이를 다른 두 녀석 보다 조금 더 그늘 쪽으로 자리를 잡아줬는데 햇빛이 너무나 부족했구나. 당장은 햇빛을 확보하는 방법을 취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가을이 되면 그늘 쪽에서 탈출시켜 줄게. 그리고 오히려 강한 햇빛에 힘들어하는 두 녀석을 옮겨 와야지. 내년 여름 울창한 숲 바닥에 는 레몬빛, 연둣빛, 은빛 나는 휴케라들이 바닥층을 이루게 하고, 중간층에는 에린지움 구조와 가늘거리는 오이풀의 빨강이 점점이 가볍게 흩날리고, 그 사이를 메꾸는 금꿩의 다리가 하늘락거리면서 배경이 되어 주었으면. 더운 여름이 되면 위풍당당한 에키네시아 군락이 색을 더해 줄 것을 기대한다. 자, 이러면 성격이 달라진 공간에 대한 계획은 끝.
올해 새롭게 조성한 경사지 구역은 다른 종류의 초화를 식재해서 한 해 묵은 주민들과 새롭게 입주한 주민들이 다채로운 신도시 분위기를 만들어 내길 바란다. 바닥층을 보송하게 잡고 있는 램스이어는 내년은 더 포기를 키울 것 같다. 두 포트 심은 알리움 드럼스틱은 올해도 잘 컸으니 내년에도 롱다리를 뽐내며 사랑스러운 얼굴을 둥실둥실 공중에 띄울 것이고, 버들마편초는 아마도 자손을 번성시켜서 공간을 채워줄 것이다. 올해 처음 성공한 수레국화는 방랑벽이 있다고 하니 새로운 살 곳을 찾아 떠날 것을 예상해서 오렌지색 개양귀비 씨방을 털어놓았다.
산뜻한 주홍빛 생기가 뿜어 나와 주길. 수레국화가 이 공간이 아닌 어떤 낯선 공간에 자리를 잡아 살게 될 지도 내년의 기대 중 하나다. 경사지에 맨 밑단을 빽빽한 홍띠와 까칠 하늘바라기가 우글우글 섞여 들면서 단단하고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 것이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특별하게 까탈스럽지 않고, 무난한 주민들이 본인들이 가장 예쁘고 건강한 시기를 서로 부딪치지 않고 순서대로 질서를 만들어 갈 공간이 될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주민 누구를 더해야 이들의 순한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연결해 주는 미덕을 발휘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보자. 바니테일을 넣어줄까? 그러면 램스이어의 보송함에 바니테일까지 더해지면서 사랑스러움이 더해지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램스이어가 육중한 꽃대를 뻗어 올릴 때 바니테일은 황금색으로 변한 까칠까칠한 솜방망이가 서로 다른 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않을까? 길고 가늘게 흔들리는 다른 주민들 사이를 안정적으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기꺼이 해주지 않을까?
잡초가 무성한 공간을 싹 정리하고 에키네시아 패럿과 루드베키아 로맨스와 프로스트를 식재했는데 다행히 자리를 잘 잡아 주었다.
개성 강한 컬러와 곧은 직립성을 가진 애들이라 인상이 강하다.
이를 부드럽게 풀어 줄 수 있는 배경 같은 꽃은 뭐가 있을까? 흰꽃이 오종종하게 모여 피는 아미초를 군락으로 심으면 무거운 느낌 없이 공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미초는 봄에 개화를 한다고 하니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부드러운 외형을 가진 아일랜드 포피를 같이 심어서 봄은 가볍고 여린 파스텔의 이미지로 시작을 해야겠다.
이 아이들이 얌전하게 봄을 맞이하고 서서히 씨앗을 맺을 준비를 시작할 무렵이면 에키네시아와 루드베키아의 강한 이미지들이 슬슬 센 언니들의 면모를 드러낼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진한 녹색의 잎들이 기세등등하게 자라면서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나가겠지. 봄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고 센 언니들이 본격 등장하게 될 시기에는 이 공간의 터줏대감들인 배롱나무와 맥문동이 이에 질세라 각각 연핑크의 꽃무리와 보라색의 기운 찬 꽃기둥을 만들어 내서 어린 녀석이 혼자 날뛰게 하진 않을 것이다. 개성 강한 녀석들이 서로 으르렁거리지 않게 자리를 완전히 떠나지 않은 순둥한 봄 주민들은 불청객이 튀어나와 풍경을 방해하지 않게 이들의 화려한 자태를 바닥에서 고요히 지켜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