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바랭이풀 대작전

by백경화

"아마 풀과의 전쟁이 시작될 겁니다."

집을 짓고 나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일 것이다. 외곽에 있는 단독 주택에서 호기롭게 정원을 꾸미며 낭만적인 전원생활을 꿈꾸었지만 손 쓸 수 없는 풀의 공격에 결국에는 일명 '공구리'를 깔아버린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물론 뭐 내 입장에서는 "그걸 내가 모를까 봐?" 패기롭게 '정원이 있는 집'이 아닌 '숲 속에 있는 집'을 목표로 정원 꾸미기에 나섰다. 어려운 길을 택했다는 전문가들의 얘기도 꽤 들었고, 주변에서는 너무 풀밭 아니냐, 벌레가 많지 않으냐 등등 말도 많이 듣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1, 어려운 길을 택한 것 맞다. 일반적으로는 전체를 잔디로 다 깔아 버리고 일부 뭘 심어야겠다고 결정한 부분만 화단으로 조성을 하면 전체적으로 정리가 되어 보이고, 깔끔해 보일 수 있다. 대부분 정원을 그런 식으로 꾸미는 건 나름의 장점이 있어서 그럴 것인데 살면서 보니 그것도 손 가긴 마찬가지이고 더 중요한 것은 화단으로 구획을 나눠 놓은 곳에 의도하지 않은 놈이 생겨나면 그 스트레스는 더 못 참겠다. 내 정원에도 두 군데 가두리를 치고 계획한 초화를 심었는데 역시나 초화들은 내 생각대로 자라주지 않는다. 순식간에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리고 잔디. 촘촘하게 자란 잔디 사이에 질감이 다른 풀 하나가 비죽이 나왔다. 하나를 뽑아보면 눈에 보이는 게 더 많아진다. 그거 파내는 건 손가락 관절을 내주고 해야 할 일이다.

2, 너무 풀밭 맞다. 온갖 것들이 다 올라온다. 그리고 그것들을 박멸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이미 첫 해에 깨졌다. 최대한 같이 사는 쪽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3, 벌레도 많다. 벌레가 많으니까 개구리도 많고, 사마귀도 많고, 새도 많다. 그런데 한 계절이다. 벌레 중 가장 무서운 건 말벌인데 말벌은 내 정원 같은 숲 정원이 아닌 화단 식 정원도 많더라. 최대한 조심하고, 벌집을 살피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원의 형태적 문제는 스타일의 차이일 뿐이다. 그게 아니면 공구리를 치느냐, 정원을 가꾸느냐인 제로섬 게임일 뿐이다.

잡초는 참 싫다. 귀찮고, 힘들고, 얄밉다. 한 겨울이 아니고서는 잡초는 계속 나온다. 그냥 잡초인 줄 알았는데 이것도 종류가 엄청나고, 성질들도 다양하다. 심지어 내가 돈 주고 사서 심은 애들이 잡초가 되는 경우도 있다. 슬픈 일이다.

봄에 가장 신경 쓰이는 잡초는 단연 쇠뜨기이다. 내가 악마풀이라고 하는데 얘는 뿌리까지 파 낼 수도 없다. 지하부 어딘가에서 원 뿌리가 시작되었는지 알 수도 없고 단지 땅 위로 드러난 애만 잡아 뽑는 방법이 유일한데 그것도 탄성이 있어서 쭉쭉 늘어나는 느낌이 들다가 똑 끊어져 버린다. 그리고 며칠 뒤에 같은 자리에서 또 나온다. 이걸 없애 버릴 방법이 있는지 알아봤으나 다들 보이는 대로 뽑고, 그냥 같이 사는 애로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뿐이다. 이것도 몇 년 하니 적어도 내 정원에서 포자를 날리는 나이 든 놈들은 안 나온다는 것이 나름의 성공이라고 자축하고 있다. 쇠뜨기에 비하면 쑥, 민들레, 괭이밥풀, 갈퀴나물 정도는 귀엽다.

나이 든 쑥과 민들레의 모습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봄에 뜯어먹는 솜털이 보송보송하고 향이 좋은 쑥쑥과 작은 키로 노랗게 올라와서 며칠 뒤 솜사탕 같은 모습이 되는 민들레만 알고 있다면 이것들이 나이를 먹고 흑화 되었을 때의 모습을 보았을 경우 결코 같은 식물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얘들이 묵으면 그 뿌리는 흡사 나무와 같다. 한방에 뽑아내기가 힘들어서 한참 물을 부어서 땅을 무르게 한 후에 호미로 땅을 집중도 있게 파헤치고 두 손으로 미운 년 머리끄덩이를 잡듯이 그러쥐어서 사방으로 스냅을 주어 가며 뽑아야 겨우 뽑힌다. 운이 나쁘면 중간에 부러질 수 있는데 그렇다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그래도 쇠뜨기에 비하면 뭐 사람을 약 올리진 않으니 사악하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 괭이밥풀과 갈퀴나물은 뽑아내기는 하지만 여유는 있다. 괭이밥풀은 이른 봄 아주가 꽃과 타임 꽃과 어울리는 노란색이 필요할 땐 그냥 두기도 한다. 갈퀴나물도 귀찮긴 하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여유 있게 정리하는 정도. 봄 잡초는 쇠뜨기 정도만 빼면 사실 한 번 힘쓰면 얼마 간은 쉴 수 있다. 문제는 여름이다. 그리고 여름의 빌런은 바랭이풀이다.

흔히 강아지 풀이라고 하는 류의 애들. 시골의 정취와 서정성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풀피리와 함께 연상되는 그 풀. 그 풀이 얼마나 지독한지 당해 본 사람이 아니면 짐작할 수도 없다. 우선 얘들은 양지와 음지를 가리지 않는다. 물론 양지에서는 더 세력이 거대해진다. 그러나 음지에서 시작되었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시작은 음지이나 튼튼한 줄기가 햇빛이 있는 곳으로 스스로 움직여 살 곳을 찾는다. 중심 뿌리가 길게 뻗어 난 줄기까지 어떻게 힘을 줄 수 있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줄기가 뻗어나가다가 맘에 드는 흙을 만나면 줄기에서 뿌리가 나와 공중 급유가 가능한 구조이다. 그러니 햇빛이 있는 곳까지 어디든 뻗어나갈 수가 있다. 심지어 얘들은 연비가 얼마나 좋은 지 뿌리 째 뽑아 던져 놓으면 뿌리에 묻은 흙만 가지고도 산다. 뿌리가 공중에 들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쨍쨍한 햇빛 아래서 마르지도 않고 산다. 봄의 쇠뜨기가 지하부에 중앙 세력을 가진 악마라면 바랭이풀은 좀비다. 죽어도 죽은 게 아닌 애들이라고 보면 된다. 보이는 대로 뽑는다의 개념이 아닌 날을 잡고 구역을 정해서 집중적으로 소탕 작전에 돌입하듯 없애야 하고 뽑은 애들은 무조건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보도 블록 틈에 있는 모래에서도 자란다. 창궐하는 때는 한 여름이라 비라도 한 번 온다 싶으면 그야말로 '우후바랭이풀' 상태. 키만 키우는 게 아니라 부피도 커져서 얘들이 있는 곳은 작은 초화들은 햇빛 경쟁에서도 이길 수 없고 주변은 통풍이 안 되니 병충해도 생긴다. 가장 흔한 건 곰팡이. 정말 도움이라고는 전혀 안 되는 풀이다. 쇠뜨기는 기세라도 꺾이고, 타임은 향이 좋고, 꽃이 예쁘기라도 하지. 심지어 잔디는 깎아 놓으면 멀칭제라도 쓸 수 있는데 얘는 정말 쓸 데가 없다. 도대체 너는 무슨 이유로 세상에 태어났냐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풀과의 전쟁'은 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얘 밖에는 없다. 정원 시작 처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싸우고 있고, 아마도 내가 공구리를 칠 때까지 싸울 것 같고, 공구리를 쳐도 어디선가 비집고 나올 놈이다, 이 놈은.

나는 솔직히 졌다. 바랭이풀이 이겼다. 쟤를 이기려고 필사의 노력을 했지만 결국 나는 손을 들었고, 저 놈을 인정하게 됐다. 다만 내가 심은 애들을 가리는 정도까지는 좀 봐주길. 내 정원에 자리를 잡은 것 같은데 기세라도 좀 줄여주면 안 될까 싶어 가을에 낙엽 멀칭에, 나뭇가지를 부순 바크를 열심히 깔고 있지만 왠지 그걸 먹고 크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며칠 전 앞집 이웃이 주차장 보도블록 사이에서 기세 좋게 커져 있는 바랭이풀 무리들을 보고 깔끔한 사람이 저건 왜 그냥 두냐고 묻더라. 솔직히 파도파도 자라서 포기했다고, 어차피 겨울이면 다 없어질 건데요, 저는 마음을 놓았다고 했다. 저것은 보여도 안 보이는 놈이라고. 정원에서도 다른 애들의 생장에 방해되는 애들만 심하게 관리하고 나머지는 흐린 눈을 한다고 했다. 풀보다는 땅 관리를 꾸준히 하면 기세가 줄긴 할 거라는 기대만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외의 방법으로 바랭이풀을 박멸할 수 있는 방법을 아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