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대백과사전
이글에서의 잡초는 내가 의도적으로 식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내 땅에 들어와 뿌리를 내리고 주인 행세를 하며, 심지어 쫓아내려고 하면 오히려 더 제 삶의 권리를 주장하며 세력을 떨치는 생명체로 정의한다. 또한, 이 글은 절대적으로 잡초의 무도함과 무례함을 소개하는 글이라는 것을 분명히 남긴다.
글을 연재하면서 소개한 백리향을 봐도 그렇듯이 내가 계획을 가지고 친절하게 내 땅으로 인도해 애지중지 하면서 키운 내 새끼들도 어느 정도 힘을 갖게 되면 참 말을 안 듣는다. 정원을 가꾸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면 세상 일은 내 맘대로 안 되고, 심지어 나 좋으려고 시작한 일도 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통제를 벗어나 자기 좋은 대로 성장을 한다는 점이다. 나에게는 너무 중요해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이 어느 순간 집착이 되어 버려서 그냥 놓을 수도, 그렇다고 끝까지 붙잡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나는 정원을 떠올린다. '나 좋으려고 심은 애들도 결국 지 좋은 대로만 크더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뭐랄까 할 만큼 했으나 내 손을 떠났구려 싶은, 뭐랄까 달관의 입장이 된달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으니까 일종의 관리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이것을 할만하면 취미 가드너라는 호칭을 받아들이기가 그나마 덜 민망스럽고, 이게 안 되면 바로 '공구리 쳐!'를 실행하게 되는 것이다. 취미 가드너로서의 역할은 감히 정원을 감동적이고, 아름답게 관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으면 안 되는 것들이 애써 가꾼 초화들을 못살게 굴지 않게 하는 정도까지 선을 그어 주는 활동이랄까?
자, 그럼 취미 가드너가 애를 써야 하는 잡초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사실 잡초라고 해서 다 극악무도하고 골칫덩어리이고 그런 것은 아니다. 나는 봄에 피는 민들레와 괭이밥풀에게는 너그러운 편이다. 오랫동안 자리를 잡은 민들레의 뿌리는 사실 풀뿌리라고 하기에는 많이 거대하다. 실제로 당근만 하다. 그리고 아주 깊이까지 내려가서 그걸 완벽하게 뽑아낸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이미 같은 자리에서 익숙하게 나오는 애들은 사실 매년 포기가 커지긴 하지만 그냥 상주하게 둔다. 그러다가 저거 선 넘네 싶으면 최대한 뿌리를 뽑아내려고 노력하지만 항상 어디선가에서 부러져 버린다. 민들레 정도는 새롭게 침입을 시도하는 어린 녀석들만 퇴출을 시킨다. 더부살이하는 녀석도 가끔 예뻐 보일 때가 있다. 내 힘으로 죽어라 고생해서 이 땅에 자리를 잡은 이상 아무도 내 자리를 빼앗지 못한다는 우격다짐으로 세를 확장하는 대신 내 집에 있는 녀석들과 잘 어울리면서 서로의 자리를 탐욕스럽게 빼앗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기꺼이 자리 하나 정도는 내줄 수 있다. 사이좋게 햇빛도 나눠 먹고, 물도 나눠 먹고 너희들끼리 서로가 양해가 된다면야 굳이 나의 간섭까지는 필요 없지 않을까?
더불어 함께 살기 좋은 애들 중에 대표적인 아이는 괭이밥풀이다. 일단 예쁘다. 그리고 순하다. 네잎클로버 같이 생긴 이파리에 노란색 꽃이 오종종하게 피는데 해가 뜨면 꽃이 피고 해가 지면 꽃이 닫힌다. 다른 잡초들이 그렇듯 괭이 밥풀도 빈 땅에 자리만 있으면 기세를 무섭게 떨치긴 하는데 기세만 무섭지 사실 없앨 마음이면 손가락에 힘만 주고 쑥 잡아 뽑으면 "네, 이제 저는 퇴장하겠습니다." 하면서 매우 순종적으로 사라져 준다. 이름도 예쁘다. '괭이밥풀'이라니. 나는 '콤이 방석'이라고 하는데 우리 콤 사모님이 맨 땅에 앉기 싫을 때 방석삼아 꼭 깔고 앉으셔서 아주 역할이 없는 것도 아닌 아이. 게다가 땅에서 받게 자라는 아주가꽃, 백리향꽃과 함께 어우러지면 연핑크, 청보라, 노랑의 조화가 소박하면서도 경쾌한 봄풍경이 된다. 낮게 핀 여린 색깔의 꽃 위를 콤 사모님이 살공살공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 서정성에 울컥하는 감동까지 생겨난다. 물론 그러다가 여기저기를 주바카라맞게 넘본다 싶으면 호미를 뉘어서 쓱쓱 몇 번만 긁어내면 간단하게 참교육이 끝난다. 너의 활동은 여기까지. 더 이상은 월권이야.
예쁜 모습에 홀려서 꽃까지만 보고 걷어내려다가 머리를 쥐어뜯게 되는 애도 있다. 우리 이름으로는 갈퀴나물이라고 하는 애. 어느 해, 줄기도 가느다랗고, 이파리는 미모사 같이 생겨가지고서는 침엽수인 블루버드를 꼭 붙잡고 위태로운 모습으로 보라색 얼굴을 수줍게 빼꼼 보이면서 나타났다. 나는 여기서 살고 싶어요. 블루버드야 나도 여기서 살 수 있게 말 좀 잘해줘 하듯 애처로운 모습에 순간적으로 블루버드는 튼튼하고 침엽수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초록으로 심심한데 갈퀴나물의 보라꽃이 색종이 가루를 뿌린 듯 톡톡하게 내려앉으면 그 모습도 참 예쁘겠.........다고 생각한 내가 순진했다. 내 아이를 가스라이팅 하듯 너무 붙어 있는 애라면 일단 의심을 했어야 했는데 그 여린 줄기가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밧줄처럼 블루버드를 꽁꽁 묶고 제 살길만 찾는 이기적인 애가 갈퀴나물이다. 그뿐 아니라 블루버드 한 그루를 사다리 삼아 주변에 있는 초화와 관목을 온통 제 성공의 발판으로 삼으면서 모조리 묶어서 숨통을 조여 버린다. 피해를 알고 보이는 대로 제거 작전에 나섰지만 결국 가문비나무의 속이 파먹히고야 말았다. 예쁜 얼굴로 사람 잡는 애를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애가 닭의 장풀이다. 색깔이 파아랗다. 그리고 꽃술은 노랗다. 모양은 마치 아이리스를 아주 작게 축소시켜 놓은 것 같이 생겨서 꽃 모양이 어쩜 이렇게 신비로울 수가 있을까 싶다. 처음 봤을 때 요정의 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예뻤다. 첫 만남은 율 산바카라길 어딘가에서 봤고, 보자마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고, 바로 이름을 알아봤다. 이름이 닭의 장풀이라는데 이런 억척스러운 이름을 달고 있다고? 뭔가 천사나 요정의 이름에나 붙을만한 '~엘'이런 게 나와줘야 할 것 같은데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구나 싶었는데 웬걸 이게 내 집으로 침입해 오고 나서야 너는 그 이름이 맞다. 작명 한 번 기가 막힌다고 무릎을 쳤다. 달개비 종류인 이 아이는 일단 몸집을 엄청나게 키우면서 주변 식물들의 생존권을 몸집으로 박탈한다. 얘랑 경쟁할 수 있는 애는 바랭이풀 정도라고 나는 단언한다. 그리고 얘들이 서로 얽히면 마치 포보스와 데이모스와 같다. 통째로 없애 버리지 않는 이상 자비라는 것은 조금도 없이 주변을 다 덮어버린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심지어 얘네들은 뿌리째 통째로 뽑아서 시멘트 땅 위에 올려놓고 직사광선을 쪼이게 두어도 뿌리에 묻은 약간의 흙과 새벽녘에 내리는 이슬 몇 방울만으로도 죽지 않고 며칠을 버틴다. 재수가 없으면 이미 핀 꽃에서 씨앗을 뿌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우, 징그러운 것들. 매년 뽑아 없애도 매년 나타나는 엄청나게 위험한 애들이다.
2년 전부터 우리 집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 개여뀌, 너무 뻔뻔하게 자라고 있어서 내가 심은 앤가 싶었던 매듭풀, 아기일 때는 별거 없이 보여서 주목을 끌지 않게 하다가 순간적으로 존재감을 확 나타내는 방동사니. 성체가 된 방동사니는 이파리가 날카로워서 방심한 채 맨손으로 뽑다가는 피를 보기 십상이다. 전승되는 무서운 이야기에 나오는 악귀 중 하나인 두억시니. 얘랑 진짜 하는 짓이 비슷하다. 서너 포기만 확 피어버리면 정원 풍경이 버려진 풀밭처럼 되고 맞서 싸우는 인간에게는 피를 보게 한다. 하긴 매듭풀도 위장술로 사람 속여 먹는 건 악귀랑 비슷하다. 낮게 소담하게 시작하면서 자주색에 귀여운 꽃을 오종종 달고 있는데 언뜻 보면 지피식물로 심은 앤가 싶어서 뽑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고민하는 동안 줄기는 빠르게 목질화가 된다. 위장술로 시작해서 둔갑술로 마무리해서 사람 잡는 애. 개여뀌는 사초류 잡초인데 얘는 이미 다른 애들에게 크게 데인 후에 나타난 애라 매우 둔한 인간인 나도 학습이 되어서 아직까지는 개여뀌 따위는 내 손에서 해결된다.
그저 잡초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이것들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출몰 시기와 성장세, 제거 시점을 알아내기까지의 나의 눈물겨운 투쟁기는 또 다른 바카라 한 권으로 써내도 호메로스 급으로 설을 풀어낼 수 있다. 이 중 최고는 역시 쇠뜨기다. 정말 기를 쓰고 뽑아내서 이제는 내 정원에서는 적어도 포자를 날리는 애들은 없다. 어린 유조들이 초록색의 마디를 안고 고개를 드는 그 순간부터 뽑아내기 시작한다. 절대로 봐줘서는 안 되는 지독한 녀석들. 도대체 저 깊은 지하부에는 얼마나 거대한 왕국을 건설해 놓았길래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지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정말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겨울을 제외하고서는 끊임없이, 끈질기게, 나는 반드시 이 땅을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절대 기세를 꺾지 않는 쇠뜨기. 그런데 재작년부터 새로운 잡초가 하나 나타났다. 쇠뜨기의 생존 의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렬하고, 내 땅을 무단 이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거까지 시도하는 인간종 잡초, 1호 영숙이 등장했다. 앞으로의 나의 잡초 박멸기에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