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매일이라는 무게
그러나 알고 산다고 해서 매일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알람이 울린다. 눈은 떴는데 몸이 일어나지 않는 아침이 있다. 천장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미리 세어 본다. 해야 할 일, 만나야 할 사람, 견뎌야 할 시간이 한꺼번에 가슴 위로 내려앉는다. 아직 하루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지쳐 있다.
전날 저녁에는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던 날이 있었다. 그런데 아침은 그런 바람과 상관없이 어김없이 온다. 커튼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세상은 벌써 움직이고 있다. 나만 어제의 자리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도 있다.
그런 아침이면 이대로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는 그 마음을 없는 척하고 싶지 않다. 잘못 살고 있어서 생기는 마음이 아니라, 그만큼 오래 지쳐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마음이 자주 찾아오고 무겁게 남는다면 혼자 품고 있지 않았으면 한다. 가까운 누군가에게 한마디만 꺼내 놓아도 마음의 무게는 조금 달라진다.
이런 아침에는 큰 결심이 필요하지 않다. 몸을 일으키는 것부터 시작한다. 눕지 않고 앉은 자세가 되는 것, 그 하나만 해내면 된다. 그다음은 그다음에 생각한다. 하루 전체를 감당하려 하면 숨이 막히지만, 몸을 일으키는 것 하나만 보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작이 있는 것에는 끝이 있다. 아침이 시작이라면 저녁도 반드시 온다. 이 말을 힘든 아침에는 조금 다르게 듣는다. 이 버거운 하루에도 끝이 있다는 뜻으로. 아무리 길게 느껴지는 하루도 해가 지면 하루로 끝난다. 지금 가슴을 누르는 이 무게도 언제까지나 같은 크기로 머물지는 않는다. 그것이 잘 믿기지 않는 날도 있다. 그래도 오늘 아침이 저녁에 닿는 데 필요한 것은 오늘 하루치의 걸음뿐이다. 그 하루만 건너면 된다.
바람이 부는 날 촛불을 꺼뜨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을 더 크게 키울 수는 없다. 대신 손으로 감싸 쥔다. 세찬 바람을 막지는 못해도 불이 흔들리는 동안 그 곁에 손을 둔다. 아침이 버거운 날의 나는 내 불을 감싸 쥔 손이 되어 보려 한다. 더 잘 타라고 다그치지 않고, 흔들려도 괜찮다고 곁에 있어 주는 것이다.
내가 일어나는 것이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는 아침도 있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내 하루가 누군가의 하루와 이어져 있다. 그것을 알기에 힘겹게 일어나는 날도 있다. 누군가 때문에 일어난 아침도 분명히 일어난 아침이다. 이유가 나 하나만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렇게 일어난 몸이 어느새 조금씩 나를 위한 하루로 돌아오기도 한다.
오늘도 나는 일어났다.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은 아니다. 그래도 불은 오늘 아침에도 꺼지지 않았고, 나는 그 곁에 손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