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따라가는 길 ⑨

마음속 커피집 하나

by신은정



커피를 따라가는 길을 연재하다 보니 작은 생각 하나가 나를 따라온다.

나도 커피집 하나 차려볼까.

동네마다 커피숍이 넘쳐난다. 문을 닫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 자리에 또 새 커피숍이 들어선다. 요즘은 메가커피 같은 프랜차이즈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오포에도 새로 생긴 곳이 여러 곳이다.

나는 체인점보다 나만의 작은 커피집을 차려보고 싶다.


커피 이야기를 찾아 읽다가 일본의 코메다커피에 눈길이 멈췄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을 주문하면 갓 구운 토스트와 따뜻한 삶은 달걀이 함께 나온다. 커피를 주문했을 뿐인데 작은 아침 식사가 선물처럼 따라온다.

그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비싼 것을 주어서가 아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러 온 사람에게 따뜻한 빵 한 조각을 더 내어주는 마음이 좋았다.

바쁜 아침, 잠시 들러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버터가 녹아드는 토스트 한 조각을 먹는다. 그런 곳이라면 커피를 마시는 시간도 조금은 느긋해질 것 같다.

나도 그런 곳의 손님이 되고 싶었다.

생각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내가 그런 커피집의 주인이 되어보면 어떨까.

화려한 인테리어나 거창한 메뉴는 없어도 좋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작은 먹을거리를 내어주며 말없이 ‘오늘 하루도 잘 보내세요’ 하고 응원하는 곳이면 좋겠다.



얼마 전 친구에게 부산의 모모카페 이야기를 들었다.

20여 년 전, 커피의 매력에 빠진 주인이 사람들에게 커피를 알리고 싶어 와플을 팔면서 커피를 공짜로 주었다고 한다.

재미있다.

코메다커피는 커피를 팔며 먹을거리를 얹었고, 모모카페는 와플을 팔며 커피를 얹었다.

방향은 반대인데 마음은 닮았다.



고명환 작가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공간에서 북클럽을 열었다. 사람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바카라을 읽으며 쌓은 지식과 경험을 나누었다. 사람들이 모여 바카라 이야기를 나눈 뒤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음식을 포장해 갔다.

음식을 공짜로 내어준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공간과 지식을 먼저 내어주었다.

코메다커피와 모모카페, 고명환 작가의 이야기가 한곳에서 만난다.

무엇을 더 팔 것인가보다 무엇을 먼저 내어줄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내어줄 수 있을까.

커피 한 잔에 작은 빵 한 조각을 곁들인다. 한쪽에는 내가 읽은 바카라을 놓아두고 마음에 남은 문장을 손님들과 나눈다. 가끔은 몇 사람이 둘러앉아 바카라을 읽고 글을 쓴다.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바카라 한 권을 펼쳐보고, 문장 하나를 마음에 담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는 곳.

생각만으로도 좋다.

남편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돌아올 대답을 안다.

“이제 돈 투자해서 뭘 하려는 생각은 하지 마.”

남편은 종종 그렇게 말한다. 함께 살아온 세월이 길어지니 어떤 말을 꺼냈을 때 돌아올 대답쯤은 짐작한다.

그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이제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가진 것을 지키며 편안하게 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나도 그 마음을 이해한다.

그래도 내 안에서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 고개를 든다. 좋아하는 것들을 한곳에 모아 사람들과 나누어보고 싶다.

그래서 지금은 마음속에 작은 커피집 하나를 열어둔다.

임대료도 들지 않고 문을 닫을 걱정도 없는 곳.

그곳에서 나는 커피를 내리고 바카라을 펼친다. 좋은 문장 하나를 건네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커피를 따라가다 보니 커피보다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람들과 나누며 사는 일.

어쩌면 내가 정말 갖고 싶은 것은 커피집이 아니라 그런 삶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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