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따라가는 길 ⑪

밀크티 만들기

by신은정


차를 즐겨 마셨지만 잘 알지는 못했다.

압구정동 역사 수업에서 만난 강사님도 차를 좋아하셨다.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을 지내고, 퇴직 후에는 손수 찻잎을 따고 덖어 차를 만드신다. 첫 새순으로 만든 차를 조금 나눠 받은 적이 있다. 아까워서 한동안 아껴 두었다가 마셨다.

돌아보니 내 곁에 차를 가까이하는 사람이 여럿있다. 역사수업회원중에도 유명한차 선생님도 계시고 친한언니도 찻집을 오랫동안 운영했기에 녹차에 대해서는 조금 들은 정보가 있다.


차의 세계는 여전히 낯설다. 녹차 말고는 이름만 들었을 뿐, 무엇이 다른지 몰랐다.





설 선생님께 차 이야기를 듣고 밀크티 만드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꽃무늬 찻잔이 놓인 탁자에 둘러앉아 선생님이 미리 내려둔 홍차를 마셨다. 차를 마시며 차 이야기가 부드럽게 이어졌다.

백차, 녹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

같은 차나무 잎도 가공법에 따라 다른 차가 된다. 찻잎이 얼마나 산화되느냐에 따라 색과 향이 달라지고, 흑차는 미생물 발효까지 거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설 선생님은 녹차보다 홍차를 즐기신다고 했다. 찻잔 가득 우린 홍차 맛에 빠져 차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우려 주신 홍차를 한 모금 머금자 인도네시아에서 마신 차가 떠올랐다.

골프 여행 중 인도네시아백화점에서 이름난 티 전문점을 찾았다. 고급진 인테리어로 볼것이 많은 곳이었다.

일행 모두 메뉴판을 넘기며 한참 고민해 차를 골랐다.

다른 찻잔에 담겨 나왔다.

차를 잘 몰라도 제일 맛보노 싶은 차를 고르고, 잔을 구경하고, 마시는 시간마저 즐거웠다.

홍차 한 모금이 데려다준 추억의 시간과 함께 하니 차이야기가 더 잼났다.

홍차를 맛있게 우리는 '3·3·3 법칙'도 배웠다.

찻잎 3그램, 물 300밀리리터, 우리는 시간 3분.

홍차는 100도에 가까운 물로, 녹차는 80도쯤 식힌 물로 우린다고 했다.

같은 찻잎도 물 온도와 기다리는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오래 우리면 떫은맛을 내는 탄닌이 더 우러난다. 선생님은 3분을 넘기지 않는 방법을 권하셨다.

맛있는 차도 추천해주셨다.





카페인 이야기도 새로웠다. 마른 찻잎이 같은 무게의 원두보다 카페인이 많을 수 있다니 뜻밖이었다. 한 잔에 담기는 카페인 양은 사용하는 찻잎의 양과 우리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홍차 이야기를 마치고 밀크티를 만들었다.

설 선생님은 밀크티를 제대로 배우려고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셨다고 했다.

준비해 오신 구리 냄비가 인덕션에 맞지 않았다. 일반 냄비로 바꿔 밀크티를 만들기 시작하셨다.

뜻밖의 상황에 마음이 쓰이셨을까. 차를 따르다 인덕션 위에 흘리셨다.

선생님의 남편분이 조용히 다가와 흘린 차를 닦아 주셨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선생님은 다시 차분하게 밀크티를 만드셨다.

아삼 찻잎 대신 실론 찻잎을 썼다. 물이 끓자 불을 끄고 찻잎과 설탕을 넣어 저었다. 다시 불을 켜 3분쯤 끓인 뒤 우유를 붓고 데웠다.

냄비에 작은 기포가 서너 개 올라오자 불을 껐다. 거름망을 거친 밀크티가 찻잔을 채웠다.

한 모금씩 마셨다.

"맛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정말 맛있었다.

홍차의 진한 향에 우유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졌다. 입안에 은은한 단맛이 남았다. 카페에서 사 마시던 밀크티와는 달랐다. 맛이 깊고 풍부했다.

설탕이 제법 들어간다는 걸 알고 나니 자주 마시기는 망설여진다.

같은 재료도 다루는 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커피도 그랬다. 원두를 얼마나 볶는지, 물이 몇 도인지, 얼마나 천천히 내리는지가 맛을 바꾼다. 차도 다르지 않았다.

예전에는 입에 맞으면 마시고 맞지 않으면 내려놓았다. 이제는 한 잔을 앞에 두고 그 안의 과정을 궁금해한다.

나이 들수록 아는 것이 늘 줄 알았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이 보인다.

그 사실이 싫지 않다. 새로 배우는 일이 즐겁다.

글을 쓰고 공부하는 내 시간이 겹쳐 보였다.

한 편의 글을 위해 바카라을 읽고, 문장을 고치고, 다시 생각한다. 아직 서툴다. 오늘 쌓은 시간이 언젠가 내 글에도 깊이를 더해 줄까.

커피를 따라 걷던 길에서 차를 만났다. 차를 배우며 내가 모르는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알았다.

차 한 잔, 커피 한 잔에는 누군가 오래 배우고 익혀 온 시간이 스며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마신 밀크티 한 잔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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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설 선생님께 배운 밀크티 만들기

재료

- 아삼 찻잎 8g (실론 찻잎으로 대체 가능)
- 설탕 15g
- 물 150g
- 우유 160g

만드는 방법

1.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인다.
2. 물이 끓으면 불을 끄고 찻잎과 설탕을 넣어 젓는다.
3. 다시 불을 켜고 3분간 끓인다.
4. 불을 끄고 한 번 더 저은 뒤 우유를 붓는다.
5. 다시 데워 작은 기포가 서너 개 올라오면 불을 끈다.
6. 거름망에 걸러 찻잔에 담는다.

설 선생님의 수업에서 배운 방법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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