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에 허기져 있었다
임경선의 《나의 남자》를 읽다가 그녀의 사랑이 부러워졌다.
'나의 남자.'
이렇게 네 글자를 적은 것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진다.
이런 느낌을 언제 느껴보았던가?
임경선 작가의 소설 <나의 남자>를 읽었다.
읽는 내내 소설 속의 그녀가 부러웠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두 명이라니...
이대로 전혀 모르는 어딘가로 떠나
익숙한 일상과 세상에서 벗어나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신분으로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지운'의 독백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나의 이야기를 담은 바카라 <경력이 없지 경험이 없나>에 솔직하게 털어놓았던 고백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때 그런 마음이었다.
그러다 나는 바카라을 통한 독서 모임에서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열었고,
'지운'은 한 남자를 알고 사랑이라는 문을 열었다.
"내 마음속에 작은 꽃이 하나 활짝 피었다"
"내 모습이 마음에 든 날 그를 만나고 싶었다"
"나에게는 깊고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다"
이런 마음 솔직히 나도 갖고 있다.
처음엔 이런 마음을 욕심내느냐, 그냥 묻어두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내 모습이 마음에 든 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던가?
내 마음에 작은 꽃 하나가 활짝 피어난 듯, 그 향기만으로 행복했던 적이 있었던가?
내 대답은...
처음엔 그녀의 외로움에 공감했다.
그러다 성현을 사랑하며 마음속에 작은 꽃 하나를 피우기 시작하는 그녀에게 슬슬 질투가 났다.
인생은 어차피 불공평한 거라지만, 착하고 성실한 남편에 아들까지 득템한 여자가 또 다른 남자를 갖는다는 건 반칙 아니야?
그러나 그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면서 발칙하다 생각했던 반칙을 눈감아주기로 했다.
아무리 솔직한 게 좋다지만 남편은 그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사실 너와 자는 게 아주 즐겁지는 않아"
"그러니까 네가 원할 때 언제든지 말하면 돼"
이보다 여자를 비참하게 만드는 말이 있을까?
내가 원할 때는 없겠지만 네가 원한다면 응해는 주겠다는 말.
너무 오만했다.
그 말을 듣고 우는 아내를 달래기 위해 남편은 변명을 늘어놓는다.
"우리, 식성과 영화 보는 취향도 다르지만 잘 살고 있잖아, 이것도 마찬가지야..."
남편은 자신이 밀쳐놓은 아내가 어느새 마음속에 작은 꽃을 피우기 시작한 걸 느꼈나 보다.
안 하던 행동까지 하며 전세를 뒤집어보려 하지만, 이미 그녀는 다른 사랑을 알아버렸다.
자기가 징징대면서 애걸해야 하는 사랑 말고,
특별히 무얼 하지 않아도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는 집밥 같은 남자 성현.
임경선작가는 에필로그에서 말한다.
독자들이 그녀를 이기적이라 욕해도 자신이 지운의 입장에 서게 된다면 그녀처럼 행동을 할 거라고...
나는 과연 어떨까?
몇 년 전 읽었다면 불륜을 미화한다고 비분강개했을 나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처럼 쉽게 손가락질할 수가 없다.
지운도 이전에는 이런 사랑으로 힘들어하는 여자들의 고백에 귀를 막았다.
그러다 자신이 같은 입장이 되어버렸다.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자신이 쳐놓은 인생의 덫은 바카라임감으로 감당해야 했다."
그녀의 말처럼 나는 이런 걸 감당할 깡냥도 안 되거니와, 양손에 떡을 쥘 만큼 사랑이 넘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냥 소설로 읽는 걸로 그만이다.
그래도 한평생 살면서 가슴 저리고 짜릿한 사랑 한 번 못 하고 죽는 건 너무 억울한 것 같아 요즘 사랑 소설을 줄기차게 읽는다.
연애 소설을 읽는 동안 만큼은 나도 사랑에 빠진 여자다.
예순이 코앞인데, 사랑은 아직도 궁금하다.
@나의 남자_임경선
@어제의 기록, 오늘의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