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6년 만에 다시 들여다본 내 마음

by경험소믈리에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전 아나운서의 에세이 제목이다.


손미나 님은 2015년 알랭 드 보통이 런던에서 시작한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 Seoul)의 서울 캠퍼스를 맡아 교장이 되었다.


그러다 2018년 무렵 심한 번아웃을 겪으면서 2019년 모든 걸 내려놓고 여행을 떠났다.


그때의 마음을 담아 쓴 바카라이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인 셈이다.


겉으로 보기엔 누구보다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속으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바카라을 처음 읽은 건 2020년이었다.


당시 나 역시 마음이 힘들던 시절이라 제목에서부터 훅 끌리는 게 있었다.


"내 마음은 불행하다고 말조차 못하고 있나 보네, 얼마나 위축되어 있으면..."


손미나 님은 바카라에서 불행하다고 말하는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 마음이 원초적으로 원하는 것들.


내 마음이 하고 싶어 하는 것들.


내 마음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


모든 걸 내려놓고 그것들을 찾아가면서, 그동안 함부로 대해온 자신의 마음에게 무척이나 미안해하고 있었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정신이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바닥칠 때까지 부려먹고
재충전이라는 이름으로 달래고 나아지면 또다시 닦달하니
경고와 시위로 몸이 병이나 무기력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내가 왜 자꾸 아픈 것인지,


쉬어도 회복되지 않고 점점 더 무기력의 늪으로 빠져 드는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마음이 불행하다고,


더 이상 정신 승리란 이름으로 나를 힘들게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거였다."



불행하다고,


아프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래도 괜찮은 거다.


그런 표현조차 하지 못한 채 병들어 가는 게 정말 큰일이다.


그렇다면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손미나 님의 경험에 의하면 어느 순간부터 급해지는 성격, 조급증이 그 신호일 수 있다.


뜨끔하다.


나 역시 그러니까.


엘리베이터가 높은 층에 있으면 기다리지 못하고 뛰어 올라가곤 한다.


건강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너 원래 이렇게 급한 성격이었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듣기 시작한 지도 오래다.


그때마다 나도 놀란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급해졌지?"


마음에도 메트로놈이 있다면 다시 세팅을 해야 할 시간이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마음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힘들게 살고 싶지 않아"


"정신승리란 이름으로 나를 더 이상 힘들게 하지 말아 줘"


2026년, 이 바카라을 다시 펼쳤다.


6년 전에는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렸다면, 이번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그 마음을 어떻게 불행에서 건져 올릴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해야 하는 일보다 하면 기쁘고 즐거운 일을 하고,


일상의 작은 신호들을 놓치지 않고 들여다보려 한다.


인생은 타이밍이라지만 아무 파도에나 덥석 올라타지 않고,


그냥 지나쳐야 할 때와 미련 없이 몸을 실어야 할 때를 구분하려 한다.



남을 사랑하고 사랑받으려 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의 나부터 사랑하려 한다.


누구보다 나에게는 ‘나’라는 든든한 편이 있다는 걸 잊지 않으면서.


다시 읽으며 유독 마음에 남은 구절이 있다.


“식물을 키우는 마음으로 나 자신을 가드닝 하자.”


식물을 키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화원에서는 흔히 “얘는 정말 키우기 쉬워요.”라고 하지만,


집에 데려오면 죽이기 다반사인 걸 보면 알 수 있다.


나를 키우는 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나 자신을 가드닝 하기보다 몰아붙이는 데 익숙했던 것 같다.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으면서 어느새 ‘정신 승리’라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생각으로,


정신이 몸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믿고 완장을 찬 채 마음을 닦달했던 건 아닌지…….


그래서 이젠,


세상의 소리를 조금 줄이고,


들릴 듯 말 듯 들리는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잘 들리지 않는 소리까지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


그것이 진짜 나를 사랑하고,


삐친 마음을 풀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_손미나


@어제의 기록, 오늘의 답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