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당할땐 당하더라도, 일단 헐벗는 걸로
오늘은 그래도 바람이 분다.
선풍기를 돌릴 만하다.
이 정도면 헤어드라이기를 돌리는 것 같지는 않을 테니까...
폭염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집안에서의 옷차림이 거의 안구 테러 수준.
나도 그렇고 너도 그러니, 서로 암묵적으로 양해하는 상태다.
이러다 벨이 울리는 순간 으악!!!
집에 올 사람은 없는데 이처럼 벨을 누르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우체국 등기를 전달해 주시는 집배원님.
왜 별것도 아닌 걸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에서는 등기로 보내는지...
벨이 울리면 허겁지겁 옷을 뒤집어쓴다.
서둘러 하다 팔이 잘못 들어가 벗지도 입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태가 된 적도 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비명처럼 외치는 데 비단 이런 상황이 우리 집만은 아닐 것 같다.
오늘도 헐벗고 지내다 문득 밀라논나 정명숙님의 바카라이 생각났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마음에 새기고픈 구절이 많았는데 독서노트를 보니 유독 내가 마음에 충격을 받았던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집에서 편하게 입고 지낸다 하더라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예기치 않은 일로 갑자기 밖에 뛰쳐나가더라도 당황하지 않도록 집에서도 어느 정도 의관을 정제하고 있어야 한다"
집에서는 늘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무릎이 나온 바지로 연명하고 있던 난 의관정제란 말이 참으로 신선했다.
'그래.
언제라도 늘 단정한 차림새로 지내봐야지.
식구들은 추레한 차림새만 보고 남들에게만 멀끔한 차림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
바카라을 읽고 필사하던 당시만 해도 그렇게 해 보리라 의지가 굳건했건만 여칠 해보지도 못하고 다시 추레함으로 돌아왔다.
왜 나는 안될까??
일단 편한 옷이 아닌 걸 입고 있으면 마음도 불편했다.
눈이 편하자고 감수하기엔 불편함이 너무 강력했다.
게다가 요즘같은 폭염에서는 헐벗고 있는 게 최고.
늘어나고 뚫어지기 일보직전인 너덜너덜한 옷만큼 통기성이 좋은 것도 없으니까...
이번에 다시 독서노트를 읽으면서 깨달았다.
평생 의관을 정제하고 살아온 밀라논나님은 그게 문신처럼 몸에 새겨져 있겠지만 내게 집에서 의관정제라는 건 고문에 가깝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 먹었다.
각자에게 맞는 스타일이 있다.
따라할 게 따로 있다.
망신을 당할 땐 당하더라도 일단 편하게 입고 지내는 게 최고다.
의관을 정제한다는 글만 읽어도 몸이 긴장하는 내게 필요한 처방!!!
폭염 기간 동안은 의관정제를 금하노라~~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_장명숙(밀라논나)
@어제의 기록, 오늘의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