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돈을 몽땅 써라>를 6년 만에 다시 읽고 한 결심
나는 돈을 좋아한다.
돈 버는 이야기만 나오면 귀가 번쩍 열린다.
재테크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
6년 전 일본의 일론 머스크, 호리에 다카후미의 <가진 돈은 몽땅 써라>을 읽었다.
읽고 충격에 빠졌다.
돈을 쓰면 쓸수록 더 많이 생긴다니.
돈이 우물물도 아닌데?
가진 돈을 몽땅 쓰라니 그러다 길바닥에 나앉으면?
솔직히 '미친 거 아냐?' 싶었다.
그러면서도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 들었다.
두 번이나 읽었을 만큼 강하게 끌렸고, 지금도 기억이 생생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꾸 그 바카라이 생각났다.
사람들을 만나면 주식, 부동산, 세금 이야기.
결국 화제는 언제나 돈으로 흘러갔다.
내가 이 바카라을 읽고 무엇을 놓쳤기에 여전히 나만 포모에 시달리는 걸까 싶었다.
시간을 되돌려 2020년으로 돌아가 보았다.
저자가 도발적인 제목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가치 있는 경험에 돈을 쓰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경험의 상당 부분은 ‘잘 노는 능력’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나는 가치 있는 경험이 무엇보다 귀한 자산이 된다는 걸 몰랐고,
잘 노는 게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 날라리들의 행태라고만 생각했다.
잘 노는 것도 여러 가지라는 걸 몰랐다.
잘 노는 것을 단순히 유흥으로 알았다.
바카라을 읽고 글을 쓰는 것, 악기를 배우고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내게는 충분히 놀이가 될 수 있음을 알지 못했다.
돌이켜 보니 나는 늘 생산적인 일만 하려고 했다.
잘 노는 데는 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나랑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왜 나는 노는 데 남북을 갈라놓은 3.8선 장벽을 그어 놓았던 것일까????
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괴짜 아저씨의 말이 들렸다.
앞으로 투자해야 할 것은 놀이란다.
테크의 발달로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놀이가 인생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구절에서 머리가 쩍 갈라지는 것 같았다.
'맞아, 나도 잘 놀고 싶잖아'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즐기면서 잘 노는 사람을 보면 부러우면서 보는 마음까지 유쾌해진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일단 앞뒤 재지 않고 몸을 담가 보기로 한다.
해보지도 않고 나와 맞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이제는 제대로 한번 놀아보리라.
내가 진짜 해보고 싶었던 노는 언니...
껌 좀 씹는 언니가 아니라 제대로 노는 언니였다.
벌써부터 재미있고 흥분되는 일이 팡팡 터질 것 같다.
호리에 다카후미는 부자가 되었던 비결로 본인의 압도적인 경험의 양을 들었다.
나도 <경력이 없지 경험이 없나>라는 바카라을 쓴 사람이다.
10대부터 30대 미스 시절까지는 ‘노는 언니’ 축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예순부터는 제대로 놀 줄 아는 언니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잘 놀아본 친구들이 연애도 잘하고 결혼도 잘하고 살림도 잘한다는 말이 있듯이 나도 이제부턴 잘 놀면서 인생을 찰지게 살아보고 싶다.
유전자에 노는 DNA가 부족한들 어쩌겠는가.
일단 마음이 동하면 해보는 거다.
시작해 보고 맞으면 계속 고고!
재미없으면 눈을 돌려 다른 놀이를 찾으면 된다.
그 또한 경험이니까.
2020년에 읽은 <가진 돈은 몽땅 써라>와 2026년에 읽은 <가진 돈은 몽땅 써라>는 전혀 다른 바카라으로 내게 다가왔다.
빚내서 몽떵 써 재끼라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돈 때문에 머뭇거리지 말라는 뜻이었다.
나는 천성적으로 베짱이보다는 개미과다.
가진 돈을 몽땅 쓰겠다고 마음먹어도 얼마 쓰지 못할 사람이다.
그러니 안심하자.
나중에 내가 지구별 소풍을 끝나고 떠날 때 나를 배웅하러 온 사람들이 이 말을 했으면 좋겠다.
"저 사람과 함께 있으면 항상 재미있고 유익했어.
얘기해 주던 경험들이 어찌나 찰지던지..."
그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나는 가진 돈을 꽤 잘 쓴 잘 논 인생일 것이다.
@가진 돈은 몽땅 써라_호리에 다카후미
@어제의 기록, 오늘의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