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산성당

신앙이 만들어낸 200m의 기적

by지드

구산성당을 찾아가는 길에는 여기저기 솓아오른 아파트와 빌딩들이 즐비합니다. 그 길을 걷다보면 과거의 시간을 간직한 순백의 자그마한 성당 하나를 만나게 됩니다. 경기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신앙인과 시민들의 영혼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안식처, 바로 구산성당입니다. 성당의 뒷편은 마치 성당의 뒷마당처럼 자리한 미사한강공원이 있어 메마른 도시풍경속에 사는 주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구산지역은 1830년대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이 그 형제들과 함께 천주교를 받아들이고 열심히 복음을 전파하면서 마을 전체가 천주교 교우촌으로 발전할 만큼 신심이 깊은 공동체였습니다. 모진 박해와 순교 속에서도 그 신앙이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더 끈끈한 공동체 신앙을 유지 하였다고 합니다. 광복과 전쟁의 혼란으로 신앙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던 1956년 신자들은 자발적으로 마음을 모아 성전 건립을 추진하고 한강변에서 직접 모래와 자갈을 나르고 벽돌을 구워내며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공소를 완공했습니다. 그들의 신심이 얼마나 깊고 간절했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 성전은 내부 공간에 기둥이 없는 강당 형태로 지어져 초기 천주교 건축의 소중한 특징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이후 오랜시간 공소로 운영되다가 1979년에 마침내 본당으로 승격하며 신앙의 중심지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자들의 피와 땀으로 세운 성전이 2,000년대 미사신도시 개발로 허물어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신자들은 선조들의 신앙과 숨결이 깃들어 있는 성당건물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두고볼 수 없었습니다. 여러 방법을 고심한 끝에 원형 그대로 이축하는 어려운 결정하였습니다. 이 결정은 수억원이 드는 경제적 부담도 있고 기술적인 문제도 고려되는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본당 신자들이 하나 되어 기도하였고 많은 신자들이 개발로 인해 받은 보상금을 봉헌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본당신자들의 간절한 마음이 모아져 마침내 2016년 12월 건물 아래에 수많은 바퀴와 레일을 달고 종탑을 포함한 성당 건물 전체를 이동시키는 국내 최초의 이축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시간당 10cm씩 하루 15m, 200m를 이동하여 보름만에 지금의 자리로 기적의 이축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200m의 여정을 마치고 새 땅에 내려앉은 순간, 신자들은 숨죽이며 바쳤던 간절한 기도가 환희의 눈물로 바뀌며 한목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였습니다. 선조들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성전을 손끝하나 다치지 않고 지켜낸 아름다운 기적, 신앙의 힘과 신자들의 정성이 빚어낸 아름다운 기적은 오늘도 지금의 자리에서 기적을 증거하며 서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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