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규제로만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상한 현상이 반복됐다. 민주당 계열 정부가 들어서면 서울 집값이 크게 뛰는 경우가 많았고, 보수 정부에서는 적어도 민주당 정부와 같은 폭등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일정 부분 통계로 확인되는 현상이다. 다만 그 원인을 민주당이라는 정당의 이념 하나로 설명하는 순간 분석은 끝나버린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왜 서로 다른 정부 아래에서 주택시장이 그렇게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느냐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을 정권별로 비교한 자료를 보면 노무현 정부의 상승폭은 매우 컸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약 57% 상승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의 충격까지 겹치면서 임기 말 서울 아파트 가격이 임기 초보다 약 8% 낮아졌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는 다시 상승세가 나타났다. 따라서 “민주당 집권=상승, 보수 집권=하락”이라는 기계적인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상승폭을 보면 민주당 정부에서 유독 큰 상승장이 나타난 사례가 눈에 띈다.
경실련이 KB국민은행 등 자료를 이용해 정권별 서울 아파트 가격을 비교한 분석에서는 노무현 정부 기간 94%, 김대중 정부 73%, 문재인 정부의 당시 조사 시점까지 5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13% 하락했다. 다른 자료에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86.5% 상승했고, 노무현 정부의 같은 기간 상승률 74.6%를 웃돌았다. 반면 이명박 정부 4년간은 2.64% 하락했다.
여기까지 보면 의문이 생긴다.
왜 하필 민주당 정부에서 이런 대형 상승장이 반복됐을까.
그러나 여기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민주당이 집권했기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는 단순한 인과관계다. 주택가격은 정권의 성향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금리, 유동성, 경기, 가구 수, 공급, 지역 집중, 투자심리, 미래 가격에 대한 기대가 모두 동시에 작용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집값 폭등을 분석한 국토연구원의 연구는 이 점을 매우 분명하게 보여준다.
국토연구원은 2017년 5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주택가격 상승 요인을 분석하면서 금리, 전월 주택가격, 실물경기, 주택 준공물량, 세대 수 등을 분해했다. 한국부동산원 지수를 기준으로 실질 CD금리가 주택가격 상승에 기여한 비중은 46.7%로 가장 컸다. 전월 주택가격은 26.4%, 실질 제조업 생산은 24.1%였으며 전체 주택 준공물량은 2.1%, 세대 수는 0.7%에 그쳤다. KB지수를 이용한 분석에서도 금리의 기여도는 49.8%로 가장 높았다.
이것은 결정적인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집값 상승을 설명하면서 “민주당의 부동산 정바카라 때문”이라고만 말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불충분하다. 2019년 7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금융시장이 저금리 구조로 전환됐고, 이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크게 늘었다. 국토연구원 역시 2019년 7월 이후 금리 요인의 주택가격 상승 기여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정부의 바카라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기서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바카라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바카라에는 공통적으로 강한 수요 억제의 색채가 있었다. 다주택자 규제, 대출 규제, 세금 강화, 투기지역 확대, 재건축 규제 등이 대표적이었다. 문제는 주택시장이 일반적인 소비재 시장과 다르다는 데 있다.
자동차는 수요를 억제하면 판매량이 줄어든다. 그러나 서울의 주택은 공급이 단기간에 늘어나지 않는다. 서울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은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를 억제하는 정바카라만 반복하면 거래량은 줄일 수 있어도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시장이 “앞으로 서울의 좋은 집은 더 부족해질 것”이라고 판단하면 정반대의 현상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집을 더 사려고 한다.
정바카라이 집값을 잡겠다는 신호를 보낼수록 시장은 “지금 사지 않으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규제의 역설이 발생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급의 양과 공급에 대한 신뢰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를 두고 흔히 “집을 짓지 않았다”라고 비판하지만 실제 준공 물량만 보면 이야기가 단순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 4년간 전국 입주 아파트 물량은 약 164만 가구로 노무현 정부 141만 가구, 이명박 정부 115만 가구, 박근혜 정부 111만 가구보다 많았다.
그렇다면 왜 집값은 올랐는가.
전국에 집이 몇 채 공급됐느냐와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서울 핵심지역의 주택이 얼마나 공급됐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택시장은 전국 단일시장이 아니다.
서울과 지방이 다르고, 서울 안에서도 강남과 비강남이 다르며, 같은 지역에서도 신축과 구축의 가격 움직임이 다르다.
결국 정부가 발표하는 총공급 물량보다 시장이 보는 것은 “내가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집이 앞으로 얼마나 나올 것인가”다.
여기서 민주당 정부의 정바카라적 약점이 드러난다.
수요를 억제하는 정바카라은 즉각 발표할 수 있지만 주택공급은 최소 수년이 걸린다. 택지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하고, 정비계획을 세우고, 착공하고, 준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세금과 대출 규제는 정바카라 발표 즉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공급은 늦게 움직이고 규제는 빠르게 움직인다.
이 시간차가 시장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바카라의 일관성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건축 정바카라, 대출 규제, 세제, 임대차 정바카라, 공급 정바카라이 크게 흔들리면 시장은 정부가 발표하는 현재의 공급량보다 미래의 정바카라 방향을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5년 뒤에도 서울에 원하는 집이 충분히 공급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지나치게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은 정바카라적으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집을 사려는 모든 사람을 투기수요로 볼 수는 없다.
한 채의 집을 원하는 실수요자도 있고, 자녀 교육 때문에 특정 지역을 원하는 가구도 있으며, 온라인 게임 때문에 서울에 거주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투기꾼을 잡겠다는 구호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주택공급이다.
물론 보수 정부가 집값을 항상 안정시켰다는 주장 역시 통계적으로는 맞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상승했다. 일부 분석에서는 4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이 18.6% 올랐고, 전셋값은 52.3% 상승했다.
따라서 “민주당은 집값을 올리고 보수당은 집값을 내린다”는 공식 역시 지나치게 단순하다.
오히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다.
민주당 정부에서 노무현·문재인 정부와 같은 대형 서울 집값 상승장이 반복됐다는 것은 사실이다. 동시에 이명박 정부에서는 서울 집값이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다시 상승했다. 즉 정권의 정치적 성향만으로 가격을 설명할 수 없지만, 정부의 정바카라 대응 방식이 시장의 기대와 공급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결국 부동산 정바카라의 성패는 규제를 얼마나 많이 했느냐가 아니라 시장에 어떤 신호를 보냈느냐에서 갈린다.
집값을 잡겠다고 세금을 올리고 대출을 막고 거래를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이 집을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된 주거자산으로 인식하게 만들려면 공급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고, 재건축과 정비사업이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금융정바카라과 부동산 정바카라이 서로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시장을 이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
주택시장은 수백만 가구의 이해관계가 동시에 움직이는 거대한 시장이다. 정부가 법 하나, 세금 하나, 규제 하나로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장은 또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한국 부동산의 가장 큰 실패는 집값이 올랐다는 것만이 아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말과 실제 시장에서 벌어진 결과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그래서 “왜 민주당 정권 때만 집값이 올랐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정확한 답은 이렇다.
민주당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집값이 오른 것은 아니다. 저금리와 유동성, 서울 집중, 공급의 지역적 불균형, 가격 상승 기대가 거대한 상승 압력을 만들었고, 그 위에 수요 억제 중심의 정바카라과 정바카라 불확실성이 겹친 시기에 특히 큰 상승장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누가 집값을 올렸는가”가 아니라 “왜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할수록 시장의 상승 기대를 꺾지 못했는가.”
부동산 정바카라의 역사는 정치적 구호의 역사가 아니다.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 규제가 시장의 반격을 받은 역사다.
그리고 서울 집값이 다시 움직이는 지금, 이 오래된 교훈을 또다시 잊는다면 다음 상승장에서 똑같은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 왜 집을 사지 않았을까?”
문제는 개인이 그때 집을 사지 않은 것이 아니다.
정부가 국민에게 집을 살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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