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까지 점령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 굴기가 심상치 않다. 한때 세계의 값싼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은 이제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배터리, 드론 등 첨단산업 전반에서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변화가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공장과 연구소를 넘어 세계인의 스마트폰과 일상적인 콘텐츠 소비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이제 하드웨어만 만드는 나라가 아니다. AI로 드라마를 만들고, 가상 배우를 등장시키며, 알고리즘으로 시청자를 붙잡는 콘텐츠 산업에서도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력이 생산 현장뿐 아니라 세계인의 시간과 관심을 차지하는 데까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문화산업의 변화가 아니다. 기술과 자본, 데이터와 콘텐츠가 결합하는 새로운 경쟁의 시작이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에서 공개된 숏폼 드라마는 43만 편에 달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AI를 활용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 불륜, 복수, 출생의 비밀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1~2분 안에 압축한 작품들이다. 국내에서도 중국계 숏폼 드라마 플랫폼의 신규 설치가 빠르게 늘었다. 모바일인덱스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드라마웨이브와 넷쇼트, 드라마박스의 신규 설치 건수는 각각 84만 건, 80만 건, 74만 건이었다.
신규 설치 건수가 실제 이용 시간이나 시장 점유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중국계 플랫폼이 한국의 콘텐츠 소비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AI 기술이 콘텐츠 제작비를 낮추고 생산량을 늘리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그 결과물이 국경을 넘어 한국인의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왜 중년 남성들은 이런 막장 드라마에 열광하는가.
평범한 온라인 게임인이 알고 보니 재벌 회장이고,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을 통쾌하게 응징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던 주인공은 어느 순간 엄청난 권력과 재산을 가진 인물로 변신한다.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 몇 분 만에 벌어지고, 억울함은 복수로 해소되며, 주인공은 마침내 승자가 된다.
이런 이야기가 중년 남성들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과 가정에서 오랫동안 바카라임을 감당해 온 사람들에게 현실은 반드시 공정하지 않다. 노력한 만큼 인정받지 못하기도 하고, 경제적 부담과 노후에 대한 불안은 커진다. 나이가 들면서 슬롯적 지위와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을 단숨에 굴복시키는 이야기는 현실에서 얻지 못한 인정과 보상을 대신 제공한다.
물론 이런 콘텐츠를 즐기는 중년 남성들을 무조건 비판할 이유는 없다. 짧은 영상은 출퇴근길이나 식사 시간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이기도 하다. 문제는 개인의 취향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을 분석하고, 그 욕망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대량 생산하며, 반복 소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의 구조다.
과거에는 드라마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작가와 배우, 촬영진과 제작진이 필요했다. 이제는 AI를 이용해 대본을 만들고 가상의 인물과 목소리를 생성하며 영상까지 제작할 수 있다. 제작비가 줄어들면 같은 자본으로 더 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특정한 이야기 구조가 시청자의 관심을 끈다면 그와 비슷한 작품을 수십 편, 수백 편 생산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여기에 추천 알고리즘이 결합하면 상황은 더욱 달라진다. 시청자가 복수극에 반응하면 비슷한 복수극을 추천하고, 재벌의 신분 역전에 관심을 보이면 또 다른 신분 역전 이야기를 보여준다. 콘텐츠는 끊임없이 공급되고, 시청자의 반응은 데이터로 축적된다.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다시 추천을 정교하게 만들고, 이용자의 관심은 광고와 구독, 유료 콘텐츠를 통한 수익으로 전환된다.
이것이 AI 시대 플랫폼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다. 누가 더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는가만이 아니라, 누가 더 적은 비용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확보하고 그 관심을 지속적인 수익으로 바꾸는가가 중요해진다.
중국의 위협을 단순히 저질 드라마의 범람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 반도체와 로봇이 산업의 생산성을 바꾼다면, AI 콘텐츠와 플랫폼은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어떤 정보에 노출되며 어떻게 시간을 소비하는지를 바꿀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와 유통이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물론 중국산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다는 사실만으로 중국 정부의 여론 조작이나 정치적 공작을 입증할 수는 없다. 중국 기업의 상업적 성공과 국가 차원의 영향력 확대 전략은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특정 국가의 기업들이 콘텐츠 생산과 유통, 이용자 데이터 축적에서 동시에 영향력을 확대한다면 그 구조를 살펴보는 것은 당연하다. 문화적 영향력이 국가의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증거에 근거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이 이 경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명확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AI 발전을 막을 수도 없고, 중국산 콘텐츠의 유통을 일괄적으로 차단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소비자는 더 편리하고 저렴하며 재미있는 서비스를 선택한다. 아무리 중국을 경계하자고 외쳐도 한국 기업이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이용자는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기술 개발 구호나 국내 콘텐츠 보호라는 선언이 아니다. 실제로 돈을 어디에 투자하고, 어떤 제도를 바꾸며, 어떤 시장을 확보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한국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AI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 방식이다. 정부가 AI 기술 개발에 예산을 지원한다고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 모델을 만드는 기업, 영상을 제작하는 기업,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 해외 이용자를 확보하는 기업이 서로 분리돼 있다면 기술 개발의 성과가 실제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연구실에서 성능이 뛰어난 AI를 개발하고도 이를 활용할 콘텐츠와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해외 기업의 기술을 공급하는 하청업체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추진할 사업은 이러한 단절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내 AI 기업과 방송사, 독립 제작사, 웹툰·웹소설 업체, 플랫폼 기업을 연결해 대본 생성부터 영상 제작, 다국어 음성 합성, 자막, 해외 배급까지 이어지는 제작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AI 드라마를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실제 해외 이용자의 시청 시간과 유료 전환, 제작비 절감 효과, 창작자 수익을 평가해 성과가 확인된 사업에 후속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다. 성과가 없는 사업은 지원 방식을 바꾸고, 경쟁력 있는 사업은 해외시장 진출까지 지원해야 한다.
국내 콘텐츠 기업의 규모가 작다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대기업만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는 없다. 독립 제작사와 신생 AI 기업이 해외 플랫폼에 진출할 수 있도록 공동 배급망을 만들고, 번역과 현지화, 결제, 저작권 관리, 해외 마케팅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작은 기업이 작품 하나를 만들 때마다 해외 유통망을 처음부터 구축해야 한다면 중국의 대량 생산 체계와 경쟁하기 어렵다. 제작 역량이 있는 기업들이 유통과 마케팅 비용을 나누고, 개별 작품의 성과를 다음 작품의 제작 자금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형 플랫폼을 육성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국내 플랫폼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용자가 선택해 주지는 않는다.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고, 광고 때문에 시청 경험이 지나치게 훼손되지 않으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작품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한국 드라마와 웹툰, 웹소설, 음악 등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콘텐츠를 연결해 국내외 이용자가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여러 형태의 작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플랫폼 하나를 인위적으로 키우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이용자가 찾지 않는 서비스를 보조금으로 유지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아니다. 공공 지원은 특정 기업의 시장 독점을 돕기보다 여러 기업이 기술과 유통망을 공유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원을 받는 기업에는 투자금 사용 내역과 성과를 공개하도록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도 경쟁력이 확인되지 않으면 지원을 재검토해야 한다.
콘텐츠 시장의 데이터 주권도 구체적인 정바카라 과제로 다뤄야 한다. 국내 이용자가 어떤 영상을 얼마나 오래 시청하는지, 어떤 콘텐츠에서 이탈하는지, 어떤 추천을 통해 유료 결제를 하는지에 관한 데이터는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다. 국내 기업이 이런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할 능력이 없다면 이용자와 시장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해외 플랫폼에 뒤처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자는 뜻은 아니다.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엄격하게 보호하면서도, 적법한 범위에서 콘텐츠 이용 패턴을 분석하고 창작자와 플랫폼이 그 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해외 플랫폼에도 국내법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와 이용자 권리 보장을 일관되게 요구해야 한다. 콘텐츠의 국적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 처리 방식과 위험을 기준으로 규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AI가 만든 콘텐츠의 저작권과 바카라임 문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AI가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를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기존 작품을 사실상 모방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생산한다면 창작자의 권리는 훼손된다. 국내 기업이 정당한 권리 처리에 비용을 들이는 동안 해외 경쟁사가 무단 복제로 제작비를 낮춘다면 공정한 경쟁도 어려워진다. 학습 데이터의 이용 조건, 배우와 성우의 동의, 가상 인물의 표시, 권리 침해 신고와 삭제 절차를 명확하게 정비해야 한다. 이는 국내 기업의 부담만 늘리는 규제가 아니라 정당한 권리를 지키는 기업이 시장에서 불리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여야 한다.
한국 콘텐츠 산업이 중국의 생산량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답은 아니다. AI로 누구나 비슷한 재벌 복수극을 만들 수 있다면 콘텐츠의 희소성은 오히려 낮아질 것이다.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제작비를 낮추는 기술과 함께 독창적인 이야기, 인물의 복잡한 감정, 슬롯적 현실을 포착하는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짧은 영상에서도 한국 슬롯의 경험과 문화적 특징을 살리면서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은 제작을 돕지만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는 여전히 중요한 경쟁 요소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과 기업의 역할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인기 있는 콘텐츠의 내용을 직접 결정하거나 특정한 문화적 취향을 국민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술과 인재에 투자하고, 공정한 경쟁 조건을 마련하며, 저작권과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국내 기업이 해외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어떤 작품을 만들고 어떤 콘텐츠를 선택할지는 창작자와 이용자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
결국 중국의 기술 발전을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한국은 경쟁의 조건을 바꿔야 한다. 중국보다 더 많은 영상을 만드는 데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AI 제작 기술, 창작 역량, 유통망, 데이터 분석, 해외시장 접근성을 하나의 산업 전략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전략이 실제 성과를 내는지 투자와 이용자 데이터, 창작자 수익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필요하다. 하지만 경계만으로는 시장을 지킬 수 없다. 중국산 콘텐츠를 보지 말라고 요구하는 대신 한국 콘텐츠가 선택받을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외국 플랫폼을 막는 데 집중하기보다 국내 기업이 경쟁할 수 있는 기술과 자본, 인재와 유통망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특정 국가의 플랫폼이 이용자의 데이터와 콘텐츠 유통을 과도하게 장악하지 못하도록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중년 남성들이 중국산 AI 막장 드라마를 보며 잠시 현실을 잊는 동안, 중국의 기업들은 AI를 이용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시장을 넓히고 있다. 시청자 개인에게 그 소비를 탓할 이유는 없다. 진짜 질문은 왜 한국의 기술과 자본이 같은 수준의 생산성과 유통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AI 시대의 경쟁은 공장에서 누가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느냐로 끝나지 않는다. 누가 더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고, 누가 더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며, 누가 세계인의 시간과 관심을 확보하는가가 함께 중요해진다. 중국이 이 세 영역에서 동시에 영향력을 확대한다면 한국은 산업정바카라과 문화정바카라을 따로 생각할 수 없다.
기술을 잃으면 생산 경쟁력이 약해진다. 플랫폼을 잃으면 소비자와 직접 만날 기회가 줄어든다. 콘텐츠 경쟁력을 잃으면 세계에 한국의 이야기를 전달할 통로도 좁아진다. 이 세 가지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현실적인 대응이 시작된다.
중국의 AI 발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패배를 선언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지켜야 하고 어디에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라는 뜻이다. 구호와 경계심만으로는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없다. 구체적인 투자와 제도 개혁, 시장에서 검증되는 성과가 필요하다.
중국은 AI로 제품을 만들고, 로봇으로 생산하며,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확보하려 한다. 한국이 반도체와 일부 첨단산업의 성과에 안주한 채 이 변화의 속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잃는 것은 단순한 시장 점유율이 아닐 수 있다. 세계와 연결되는 기술적·문화적 통로를 다른 나라의 기업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공포가 아니다. 중국의 발전을 현실로 인정하고, 한국이 독자적인 기술과 콘텐츠, 플랫폼을 갖추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옮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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