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북한 포로 송환으로 무엇을 노렸나

국제정치라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다

byFrancis Lee

북한군 포로 두 명의 한국 송환을 둘러싼 한·우크라이나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비공개하기로 한 내용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한국과 직접 협의해 포로들의 송환을 진행했으며, 한국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문제 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겉으로 보면 한쪽이 약속을 지켰느냐 어겼느냐의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훨씬 복잡하다. 여기에는 포로 두 사람의 운명뿐 아니라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 우크라이나의 전쟁 외교, 남북관계, 그리고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동시에 걸려 있다.

젤렌스키가 포로 송환 사실을 유엔총회라는 국제무대에서 공개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에게 북한군 포로는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북한군이 실제로 러시아를 위해 전장에 투입됐고, 그 과정에서 포로가 발생했으며, 그중 일부가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가 국제슬롯에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우크라이나가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이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 아니며 북한까지 러시아의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에게 북한군 포로 문제는 단순한 인도주의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을 국제슬롯의 의제로 만드는 외교적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포로 두 명이 한국행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북한에도 불편한 메시지다. 북한군 병사가 러시아를 위해 싸우다 생포되고, 그 뒤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정착한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 체제의 선전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젤렌스키가 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얻는 외교적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그렇다고 젤렌스키의 행동을 단순한 외교적 무례로만 볼 수도 없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제슬롯의 지원을 유지해야 하고,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국제슬롯에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런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북한군 포로는 매우 강력한 외교적 소재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한국의 사정과 충돌한다는 데 있다.

한국에 북한군 포로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외교와는 다른 문제다. 포로의 자유의사와 안전은 물론이고 북한의 반응, 남북관계, 한반도 안보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비공개 원칙을 중시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판단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한국의 입장과 다른 판단을 했다고 해서 곧바로 양국 관계를 깨뜨릴 일도 아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한국이 국제정치에서 좀 더 냉정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의 국익을 위해 움직인다. 한국 역시 한국의 국익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두 나라가 북한 문제에서 이해관계를 공유한다고 해서 모든 사안에서 같은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젤렌스키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다. 포로 두 명의 안전과 자유의사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면서, 앞으로 유사한 사안에서 무엇을 공개하고 무엇을 비공개할 것인지 한·우크라이나 간 원칙을 보다 명확하게 합의해야 한다. 동시에 러시아·북한 군사협력이라는 공통의 문제에서는 우크라이나와 협력을 지속하되, 한반도 문제에 관한 결정권까지 우크라이나에 넘겨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도 최소한의 설명은 필요하다. 왜 정부가 비공개를 선택했는지, 그 판단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는 설명해야 한다. 포로의 신상이나 이동 경로를 공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가 중요한 외교·안보 사안을 어떤 원칙으로 판단했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하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결국 국제정치의 본질을 보여준다. 우방이라고 해서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문제를 놓고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을 바라보고, 한국은 한반도의 안보와 포로의 안전을 바라본다. 서로 다른 국가가 서로 다른 국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정치는 간단하지 않다.

젤렌스키가 무엇을 노렸는지를 정확히 읽는 것과 그 행동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중요한 것은 그의 외교적 계산을 읽고 한국의 다음 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필요한 것은 분노가 아니라 냉정함이다. 우크라이나와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한국의 국익을 지켜야 할 부분에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북한군 포로 두 명의 한국행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교훈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제정치는 친구의 선의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국익으로 움직인다. 그렇다면 한국 역시 한국의 국익을 정확히 계산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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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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