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왜 하필 지금 시진핑을 극찬했는가

신자유주의적 실용주의는 이데올로기를 무시한다

byFrancis Lee

미중 패권전쟁의 한복판에서 세계적인 미국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그것도 중국 관영매체를 통해서다.

머스크는 시진핑을 “뛰어난 지도자”라고 평가했고, 시진핑 집권 기간 중국이 엄청나게 번영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새로운 건물과 인프라를 직접 보았으며, 거리를 걸어보면 일반 중국인의 생활수준이 크게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별도의 인터뷰에서는 중국의 인프라가 “객관적으로 미국보다 낫다”고까지 말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발언의 내용보다 타이밍이다.

중국 관영매체가 이 영상을 공개한 것은 9월 24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중국중앙TV와 인민일보 계열 매체가 거의 동시에 머스크의 발언을 공개했다. 인터뷰가 정확히 언제 어디서 이루어졌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것을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정치적 타이밍이 너무 정확하다.

머스크는 지금 중국과 사업하는 미국 기업인 가운데서도 상징성이 매우 큰 인물이다. 테슬라는 상하이에 중국의 핵심 생산거점을 두고 있고, 상하이 공장은 테슬라의 최대 생산시설이다. 머스크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도 동행했다.

그런 머스크가 시진핑을 “훌륭하고 매우 유능한 지도자”라고 말한다.

중국으로서는 이보다 좋은 홍보물이 없다.

중국이 미국을 향해 직접 “우리 체제가 우월하다”라고 말하는 것과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가가 중국의 발전을 인정하는 것은 정치적 효과가 전혀 다르다.

중국은 후자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미국도 우리의 발전을 인정하고 있다.”

이 메시지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더구나 머스크는 단순한 기업가가 아니다. 테슬라뿐 아니라 스페이스X를 거느리고 있고, 미국 정부와 국방·정보 분야에서도 중요한 사업관계를 가진 인물이다. 동시에 트럼프와도 가까운 관계를 형성했던 인물이다. 이런 사람이 중국 관영매체에서 시진핑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장면은 중국이 미국에 보내는 하나의 메시지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머스크를 친중 인사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머스크에게 중국은 정치적 대상이기 이전에 거대한 시장이며 생산기지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은 단순한 해외공장 하나가 아니다. 중국은 테슬라의 생산과 판매,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 공장은 테슬라의 최대 생산거점이며 세계 최대 수출 허브이기도 하다.

따라서 머스크의 발언에는 중국에 대한 실제 평가와 사업적 이해관계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중국의 인프라가 빠르게 발전했다는 머스크의 관찰 자체는 그의 중국 방문 경험에 기반한 평가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평가에서 곧바로 “시진핑은 위대한 지도자”라는 정치적 결론으로 넘어가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의 고속철도와 도시 인프라가 발전했다는 것과 시진핑의 정치적 리더십을 평가하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스크는 두 가지를 연결했다.

바로 이 지점이 흥미롭다.

중국이 원하는 것도 바로 그것일 수 있다.

중국의 경제적 발전을 중국 정치체제의 성과와 연결하는 것.

중국 관영매체가 머스크의 발언을 정상회담 직전에 공개한 것은 이러한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중국 관영매체들은 시진핑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머스크의 발언뿐 아니라 중국의 기술과 산업 발전에 관한 그의 평가를 함께 부각했다.

여기에서 오늘날 미중 경쟁의 역설이 드러난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다. 그런데 미국의 기업들은 중국에서 돈을 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한다. 그런데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제조 능력을 이용한다.

워싱턴은 중국의 영향력을 경계한다. 그런데 미국의 세계적인 기업가는 중국의 인프라와 제조 역량을 공개적으로 칭찬한다.

이것이 21세기 미중 관계의 본질이다.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처럼 단순하게 둘로 갈라진 세계가 아니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은 경쟁하면서 동시에 서로 의존한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머스크라는 인물이 바로 이 모순의 한가운데 서 있다는 사실이다.

머스크는 미국의 기업가다.

그러나 그의 기업은 중국의 제조 능력을 필요로 한다.

머스크는 트럼프와 가까운 미국의 기업인이다.

그러나 중국 관영매체는 지금 그의 입을 통해 시진핑의 지도력을 홍보한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견제하는 동안 글로벌 기업가는 양쪽 세계를 오간다.

여기에서 우리는 국가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국가는 패권을 계산하지만 기업은 시장을 계산한다.

국가는 안보를 계산하지만 기업은 생산비용과 공급망을 계산한다.

국가는 적과 동지를 구분하지만 글로벌 기업은 고객과 시장을 구분한다.

그래서 머스크의 이번 발언을 단순한 친중 발언으로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왜 미국과 중국이 서로 싸우는데 미국의 거대 기업가들은 중국을 떠나지 못하는가.

바로 이것이 미국이 직면한 진짜 문제일 수도 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국은 거대한 소비시장인 동시에 세계 제조업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반대로 중국 역시 미국의 기술과 자본, 시장을 완전히 무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중 경쟁은 “누가 누구를 무너뜨리느냐”의 싸움이라기보다 “서로 얼마나 의존하면서 경쟁할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변하고 있다.

머스크의 발언은 바로 그 현실을 보여주는 작은 사건이다.

더구나 머스크는 이번 발언으로 중국에 무엇인가를 얻을 수도 있고, 미국에서 정치적·사업적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중국에는 중국에 맞는 언어를 하고, 미국에서는 미국에 맞는 이해관계를 지키는 것이 글로벌 기업가에게 반드시 모순은 아니다.

글로벌 자본에게 국경은 국가만큼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사건에서 머스크의 친중 여부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미국과 중국이 정말 서로를 버릴 수 있는가?”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머스크 같은 글로벌 기업가들일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 직전 중국 관영매체가 머스크의 입을 통해 “시진핑은 뛰어난 지도자”라고 세계에 보여준 것은 단순한 칭찬의 전달이 아니다.

그것은 중국이 미국을 향해 보내는 하나의 이미지다.

“당신들이 경쟁자로 부르는 중국을, 당신들의 기업가들은 이미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머스크 역시 그 메시지의 한가운데 서 있다.

미중 패권전쟁에서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군함이나 미사일만이 아닐 것이다.

누가 더 많은 기업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가.

누가 세계의 생산망과 기술망을 장악하는가.

누가 기업가들에게 더 매력적인 시장으로 남는가.

그리고 누가 경쟁국의 기업가조차 자기 나라의 발전을 인정하게 만드는가.

패권은 이제 백악관과 중난하이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공장과 공급망, 데이터센터와 AI 연구소에서도 결정된다.

머스크가 왜 지금 시진핑을 칭찬했는가.

그 답은 머스크 개인의 정치적 성향보다 훨씬 거대한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과 중국은 싸우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은 이미 두 나라 사이에서 미래를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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