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결국 Fachidiot였나?

모두에게 사랑받으려는 갈팡질팡으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byFrancis Lee

사람들은 이재명을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말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며, 상대의 약점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는 평가도 많았다. 정치인 이재명의 가장 강력한 자산 역시 바로 그 ‘머리’였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뒤 국민이 보는 것은 다른 모습이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푸는 능력만이 아니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결정하고, 어디까지 밀어붙일 것인지 정하고,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하고,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까지 감당하면서 국가 전체를 하나의 방향으로 끌고 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독일어에는 Fachidiot라는 말이 있다. Fach는 전문 분야이고 Idiot는 바보라는 뜻이다. 직역하면 ‘전문 분야에서는 뛰어나지만 그 밖의 세상에서는 바보 같은 사람’ 정도가 된다. 자기 분야의 지식은 누구보다 많지만 세상을 넓게 보지 못하고, 자신의 전문적 사고방식을 모든 문제에 적용하려는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보면서 바로 이 Fachidiot의 그림자가 떠오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물론 이재명 대통령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검찰개혁은 오히려 상당히 빠르게 진행됐다. 정부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형사사법체계를 10월 2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개혁의 존재 여부가 아니다. 핵심은 대통령이 국가 전체를 어디로 끌고 가고 있는지가 국민에게 선명하게 보이느냐는 것이다.

검찰개혁은 국가권력의 구조를 바꾸는 거대한 작업이다. 부동산은 국민의 삶과 자산을 직접 건드리는 문제다. 경제는 기업과 노동시장, 세대와 미래의 문제다. 외교와 안보는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다.

이 모든 것을 대통령 개인의 ‘문제 해결 능력’만으로 풀 수는 없다.

더구나 대통령이 여러 현안을 직접 챙기고 그때그때 해법을 내놓는 방식은 처음에는 유능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운영은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것과 다르다. 오늘의 해결바카라이 내일의 문제를 만들 수도 있고, 한 집단을 만족시킨 정바카라이 다른 집단의 불만을 키울 수도 있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빨리 찾는 사람’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다.

최근의 국정에서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이 있다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무엇을 하겠다는 말은 많다. 그런데 그것들이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는 선명하지 않다.

검찰개혁은 어디까지 왔는지, 그 개혁 이후 국민의 기본권과 수사기관 사이의 견제 장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경찰 권한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실제로 대통령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 이후 경찰 권한 집중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견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와 주거복지를 동시에 추진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바카라의 이름이 아니다. 그래서 집값이 어떻게 안정되는 것인지, 무주택자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주거 안정을 얻을 수 있는지, 이미 집을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의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다.

국정은 ‘정바카라의 양’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국민은 결국 ‘그래서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묻는다.

더 심각한 것은 갈팡질팡의 정치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하려 하면 참모와 관료는 대통령의 눈치를 보게 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바카라이 움직이고, 대통령의 판단 하나에 국가의 방향이 흔들린다. 그렇게 되면 국정은 시스템이 아니라 대통령의 머릿속에 의존하게 된다.

그 순간 유능함은 오히려 위험해진다.

똑똑한 사람이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자신이 똑똑하다는 사실을 너무 믿기 때문이다.

자기가 문제를 잘 풀어왔다는 경험이 많을수록 더 그렇다. 과거에 자신의 판단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쌓이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기보다 자신의 판단을 믿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필요한 능력은 혼자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이 아니다.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찾아 쓰고, 서로 다른 의견을 충돌시키고, 그 가운데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다.

대통령은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신학박사가 신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이 안다고 해서 세상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자가 경제에는 뛰어나도 인간관계에는 서툴 수 있다. 의사가 질병에는 전문가여도 국가경영의 전문가는 아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의 전문가는 결국 사람과 제도를 다루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똑똑함’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했다며 “저와 정부의 부족함을 탓해 달라”라고 말했다. 또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밝혔다. 이것은 적어도 현재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담을 대통령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다.

방향이다.

검찰개혁을 했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부동산을 개혁한다면 최종적으로 어떤 주거체제를 만들 것인지, 경제를 살린다면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국민에게 돌아가게 할 것인지, 그리고 국가권력이 커질수록 그것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분명해야 한다.

국가는 대통령의 두뇌로 움직이는 기업이 아니다.

대통령이 모든 문제의 해결사가 되려는 순간 국정은 복잡해진다. 대통령은 해결사가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재명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똑똑해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신이 모든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Fachidiot의 진짜 위험은 무능함이 아니다. 자신의 전문성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데 있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국가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갈팡질팡하는 정부에는 아무리 뛰어난 대통령도 힘을 쓸 수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똑똑한 대통령이 아니다.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지 분명히 아는 대통령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Francis Le···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1,42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9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유시민의 실망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