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실망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개혁은 권력을 잡는 순간 변하는가

byFrancis Lee

유시민이 다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이번에는 표현도 거칠다. 그는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을 두고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검찰개혁의 최대치가 법무부 안에서 수사 담당 검사와 기소 담당 검사를 분리하는 것이라면, 자신이 그동안 알고 있던 검찰개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발언을 단순히 ‘유시민 대 이재명’이라는 정치적 갈등의 연장선으로 읽으면 이번 사건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개혁은 권력을 잡는 순간 변하는가.

유시민의 실망은 어쩌면 이재명이라는 한 정치인에게서 시작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모든 개혁 정치가 언젠가 맞닥뜨리게 되는 오래된 딜레마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야당일 때 개혁은 구호로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집권하는 순간 개혁은 제도가 된다. 구호는 법률이 되어야 하고, 이상은 조직도가 되어야 하며, 정의는 예산과 인사와 바카라임의 문제로 바뀐다.

바로 그 순간 개혁의 언어와 통치의 언어가 충돌한다.

이번 검찰개혁 논쟁이 그렇다.

현재 정부가 추진해 온 형사사법체계 개편은 결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준은 아니다. 정부의 공식 국정과제에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검사의 직무에서 범죄수사를 삭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10월 2일 새로운 체계가 시행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논쟁을 ‘이재명 정부가 검찰개혁을 하지 않는다’고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검찰청을 없애고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재편하는 상당한 규모의 제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유시민이 문제 삼는 것은 개혁의 유무가 아니라 개혁의 ‘내용’이다.

유시민에게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수사검찰과 기소검찰을 같은 법무부 안에서 둘로 나누는 정도가 아니다. 그가 생각해 온 검찰개혁은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장악하면서 발생해 온 권력 집중을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설명한 ‘최대치’가 수사 담당 검사와 기소 담당 검사를 나누는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자 유시민은 자신이 알고 있던 검찰개혁과 다르다고 반발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사실관계보다 정치적 기대의 간극이다.

유시민은 이 대통령이 처음부터 자신의 검찰개혁 구상을 명확하게 밝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이미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법제화했고,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곧 출범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수사는 중수청이,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 분리 원칙이 법으로 완성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같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말을 두고 서로 다른 그림을 보고 있었던 셈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유시민의 실망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거짓말 그 자체만이 아니다.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을 때다. ‘개혁’이라는 단어가 그렇고 ‘공정’이라는 단어가 그렇고 ‘통합’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모두가 같은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그 말을 제도로 만들려고 하면 서로 다른 세계가 드러난다.

유시민이 이번에 충격을 받은 것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그에게 검찰개혁은 오랫동안 민주주의의 핵심 과제였다. 검찰이라는 강력한 국가기관이 수사와 기소라는 막강한 권한을 동시에 행사해 온 구조를 바꾸는 것이 개혁의 본질이었다. 그런데 집권한 정부가 현실적인 제도 설계의 결과를 내놓았을 때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면, 그 실망은 단순한 정바카라적 이견을 넘어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는 냉정하게 구분해야 한다.

유시민의 “국민을 속였다”는 표현은 그의 정치적 판단이다. 그것 자체가 사실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 공개된 정부 자료만 보더라도 이재명 정부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이라는 대규모 개편을 실제로 추진해 왔다. 따라서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검찰개혁의 방향과 구체적 설계를 놓고 유시민과 이 대통령 사이에 상당한 인식 차이가 공개됐다’는 정도다. 그 차이가 의도적인 기만이었는지, 정치적 표현과 정바카라적 설계 사이의 차이였는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한 문제다.

그렇다면 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왜 개혁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집권하면 달라지는가.

답은 간단하면서도 불편하다.

야당에게 개혁은 권력의 제약이다. 집권한 정부에게 개혁은 자신이 행사해야 할 권력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야당 시절에는 검찰권력이 너무 강하다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집권하고 나면 국가가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권한을 분산하면서도 수사 공백을 막아야 한다. 기존 조직의 전문성을 어떻게 옮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인사를 해야 하고 예산을 배분해야 하며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부터 개혁은 순수한 이상이 아니라 행정이 된다.

현재 출범을 앞둔 중수청과 공소청에서도 이런 현실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중수청은 인력 확보 문제를 안고 있고, 공소청 역시 세부 직제와 검사 정원 등을 둘러싼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형사사법체계를 한꺼번에 바꾸는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바로 여기에서 정치의 역설이 발생한다.

개혁을 가장 강하게 주장했던 사람일수록 집권한 뒤에는 현실과 타협해야 하고, 현실과 타협하는 순간 과거의 동지로부터 배신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렇다고 개혁을 주장했던 사람이 모두 옳고, 현실을 고려하는 정치인이 모두 타락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반대로 현실을 이유로 과거의 약속을 수정하는 것이 언제나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바꾸었는가가 아니라 왜 바꾸었으며, 무엇을 포기했고, 그 사실을 국민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했는가이다.

그것이 개혁 정치의 진짜 시험대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사실 이재명도 유시민도 아닐 수 있다.

바로 ‘개혁을 믿었던 유권자’다.

유권자는 정치인의 말을 듣고 기대를 형성한다. 정치인은 그 기대를 바탕으로 권력을 얻는다. 그리고 집권한 뒤 현실적 이유로 정바카라을 수정할 수 있다. 문제는 그때다. 정치인이 “현실이 이러하니 약속을 이렇게 바꾸겠다”라고 솔직하게 설명하면 유권자는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의 의미가 달라졌는데도 같은 단어를 계속 사용한다면 불신이 생긴다.

유시민의 이번 발언은 바로 그 불신을 대변하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다.

더구나 지금은 단순한 야당 정치의 시간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이미 국가권력을 행사하고 있고, 검찰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10월 2일부터 시행될 실제 제도가 됐다.

그러므로 이제 이재명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개혁을 하고 있다’는 선언이 아니다.

개혁의 정확한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왜 이 방식으로 바꾸었는지, 무엇을 포기했는지, 새로운 제도가 과거보다 무엇을 개선하는지 설명하는 일이다.

그리고 유시민에게도 마찬가지의 질문이 필요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검찰개혁의 모델이 무엇인지, 그것을 실제 국가 운영 속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까지 말해야 한다.

개혁은 비판할 때보다 설계할 때 어렵다.

권력 밖에서는 원칙을 말할 수 있다. 권력 안에서는 원칙과 현실을 동시에 바카라임져야 한다. 이것이 정치의 냉혹한 법칙이다.

어쩌면 유시민의 실망은 이재명에게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정치 자체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정치는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지만, 이상을 현실로 옮기는 순간 이상은 반드시 변형된다. 문제는 그 변형 자체가 아니다. 그 변형을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개혁은 권력을 잡는 순간 변할 수 있다.

그러나 변했다면 변했다고 말해야 한다.

그것이 개혁의 실패와 개혁의 진화를 구별하는 최소한의 기준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유시민과 이재명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결국 이 질문으로 수렴한다.

이재명 정부가 과거의 개혁을 배신한 것인가, 아니면 권력을 잡은 개혁이 현실의 언어로 다시 번역되고 있는 것인가.

아직 그 답을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10월 2일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출범하면 이제 말이 아니라 제도가 답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 국민은 판단할 수 있다.

개혁이 변한 것인지, 개혁이 완성된 것인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Francis Le···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1,42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7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9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이재명 정권 결국 김현지와 경기성남라인이 무너뜨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