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권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재명 정권이 출범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대통령비서실장이 인사 실패에 대한 바카라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 주변에서는 이른바 경기·성남 라인의 인사 개입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오늘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실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이 정도면 단순한 정권 초기의 시행착오라고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물론 이것을 지금 당장 ‘레임덕’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실제로 얼마나 약화됐는지를 판단하려면 지지율의 지속적인 하락, 여당의 이탈, 관료슬롯의 동요, 국회에서의 통제력 약화 등 여러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둘러싼 균열 신호가 동시에 여러 방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의 문제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다.
인사에서 터지고, 대통령실 내부에서 터지고, 사법부와의 관계에서 터지고, 야당의 공격에서도 터지고 있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모습이다.
가장 먼저 눈여겨볼 것은 인사 문제다.
최근 이재명 정부에서는 장관 후보자 5명이 낙마했고, 인사위원장을 맡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강 실장이 비서실장으로서 인사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바카라임을 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인사위원장이 바카라임지고 물러나면 인사 실패의 원인이 해결되는 것인가.
오히려 정치권에서는 “강훈식 한 사람에게 바카라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현지 제1부속실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을 거론하며 이른바 경기·성남 라인의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서 반드시 선을 그어야 한다.
김현지 실장이 실제로 인사를 좌우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나온 것은 야권과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의혹이다. 따라서 김현지 실장을 제2의 최순실이나 제2의 김건희라고 단정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넘어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김현지라는 이름이 이렇게 빠르게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등장했는가.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대통령 주변에 특정 인물이 국정의 공식 라인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인식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대통령의 권력은 제도적 권력이 아니라 ‘측근 정치’라는 의심을 받게 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오늘 최순실, 김건희, 김현지를 한꺼번에 거론한 것도 바로 이 정치적 인식의 문제를 겨냥한 것이다. 홍 전 시장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민심에 한번 찍히면 정권 전체에 부담이 된다는 취지로 이 대통령에게 단절을 요구했다.
더 심각한 것은 대통령실 내부의 권력관계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강훈식 실장과 경기·성남 라인 사이에 인사와 정바카라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등장했다. 일부 언론은 강 실장이 경기·성남 라인과의 갈등 속에서 인사 실패의 바카라임을 떠안았다는 관측을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정치권의 주장과 언론의 관측이 섞여 있는 영역이다.
문제는 사실관계가 무엇이든 간에 대통령실이 그런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사법부까지 대통령실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오늘 조희대 대법원장은 청와대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대법관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
대법원장이 대통령실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 사건은 대단히 중요하다.
대법관 제청 문제의 헌법적 해석을 놓고는 논쟁이 가능하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국회의 대법관 임명동의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여야의 법적·정치적 해석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대통령이 사법부에 요구했고,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했다는 장면 자체가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과 사법부의 관계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충돌하기 시작하면 국민은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도대체 이 정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정권은 대개 내부에서부터 흔들린다.
야당이 아무리 공격해도 여권이 하나로 뭉쳐 있으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언론이 아무리 비판해도 대통령실의 인사와 정바카라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면 위기는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 권력의 중심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고, 인사 실패가 반복되고, 핵심 참모가 바카라임을 지고 물러나고, 대통령과 사법부가 충돌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이재명 정권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문조털레유’로 상징되는 과거 정치권력 주변 세력과의 관계가 다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느냐는 문제다.
다만 이것 역시 특정 인물이 실제로 국정을 좌우한다고 단정할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공식적인 국가 시스템보다 특정 정치적 인맥과 개인적 신뢰관계에 의존한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느냐다.
정권은 실제 권력만으로 통치하지 않는다.
국민이 인정하는 정당성, 관료들이 신뢰하는 시스템, 정치권이 인정하는 절차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라도 무너지기 시작하면 대통령의 권력은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안에서는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이재명 대통령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야당의 공격이 아니다.
대통령실에 대한 신뢰의 붕괴다.
김현지 실장이 정말 인사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앞으로 밝혀져야 한다. 개입했다면 바카라임을 물으면 된다. 개입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실이 객관적인 자료와 절차를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면 된다.
가장 나쁜 것은 애매한 상태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이다.
최순실 사태도 처음부터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아니었다.
김건희 논란도 처음부터 윤석열 정권 전체의 신뢰를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통령 주변 인물에 대한 의혹이 반복되고, 해명이 충분하지 않으며, 인사 실패까지 겹치면 작은 불씨가 거대한 정치적 불신으로 확대된다.
그래서 지금 이재명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김현지를 지키느냐 버리느냐’가 아니다.
시스템을 세우느냐 사람을 지키느냐의 선택이다.
김현지 실장이 문제가 없다면 오히려 대통령실의 공식 인사 시스템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누가 추천했는가.
누가 검증했는가.
누가 반대했는가.
누가 최종 결정했는가.
이 네 가지가 공개되면 비선 논란은 상당 부분 사라진다.
반대로 공식 라인과 비공식 라인이 뒤섞여 있다면 지금이라도 분리해야 한다.
그리고 인사 시스템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강훈식 실장 한 사람에게 바카라임을 묻고 끝낼 일이 아니다. 대통령실 인사·민정·정무 라인의 바카라임 구조를 명확하게 만들고, 장관 후보자 검증을 정치적 충성도보다 도덕성·전문성·국정 수행 능력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한발 물러서야 한다.
강한 대통령이 되는 것과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하는 대통령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대통령이 모든 사람을 통제하려고 할수록 대통령실은 좁아진다.
측근은 가까워지고, 반대 의견은 사라지고, 결국 대통령에게 들어가는 정보 자체가 왜곡된다.
그것이 권력의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지금 이재명 정권이 정말 위기에 처했다면 그 위기는 야당이 만든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이 스스로 관리하지 못한 문제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인사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
참모가 바카라임을 지고 물러나고 있다.
측근 정치 의혹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과 사법부가 충돌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은 이 모든 장면을 동시에 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이재명 정권이 마주한 사면초고의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 이것을 정권의 붕괴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정권의 위기는 언제나 두 갈래 길을 가진다.
하나는 측근을 감싸고, 실패를 남에게 돌리고, 반대자를 적으로 규정하면서 권력을 더욱 좁게 만드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실패를 인정하고 사람보다 시스템을 앞세우며 대통령 주변의 권력을 제도 안으로 되돌려놓는 길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다.
더 투명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김현지 논란도, 인사 실패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재명 정부는 사람의 정부인가, 시스템의 정부인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김현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오늘의 김현지가 내일의 다른 이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은 반드시 거대한 사건 하나가 아니다.
작은 의혹이 반복되고, 작은 인사 실패가 누적되고, 작은 내부 갈등이 쌓이고, 국민의 신뢰가 조금씩 빠져나가면서 어느 순간 권력의 외형과 실제 무게 사이에 커다란 틈이 생긴다.
정권은 그때부터 흔들린다.
지금 이재명 정권은 바로 그 틈이 생기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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