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의 분열은 고질병이다

또다시 바닷가 모래성처럼 산산이 부서지나?

byFrancis Lee

진보진영이 곧바로 무너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탄핵될 가능성 역시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민주당은 여전히 강력한 의석 기반을 가지고 있고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정치적 지지층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과 진보진영 내부의 분열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 것과 정권을 지탱하는 정치세력이 건강한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지금 민주당과 진보진영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대한 성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성을 이루고 있던 모래알들이 조금씩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이것을 진보진영 분열의 전조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분열이라고 본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최근 충돌은 그 하나의 징후일 뿐이다. 김민석은 추미애의 이재명 대통령 비판을 두고 노무현 탄핵의 전조까지 거론했다. 반면 추미애는 검찰개혁과 인사 문제를 놓고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옳으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진영 안에서 정바카라을 놓고 토론하는 정치가 서로의 충성심을 검증하는 정치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행위가 아니다. 여당 내부에서 대통령의 정바카라을 비판하는 것은 정권을 흔드는 행위도 아니다. 오히려 집권당이라면 대통령이 잘못된 길로 갈 때 가장 먼저 경고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민주당 안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대통령에 대한 반대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기 시작했다. 정바카라에 대한 이견이 충성심의 문제로 바뀌고, 정치적 견제가 내부총질로 불리며,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에게 배신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이렇게 되면 정당은 토론하는 정치공동체가 아니라 하나의 정치인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팬덤 조직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팬덤정치는 처음에는 매우 강력해 보이지만 결국 내부에서부터 정당을 파괴한다. 문재인에서 조국으로, 그리고 이재명으로 이어지는 지난 10여 년의 진보정치를 이해하려면 이 변화를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문재인·조국·이재명을 하나의 정치적 계보로 단순하게 묶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세 사람은 정치적 성격도 다르고 활동했던 시대의 조건도 다르며 지지층의 구성도 같지 않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중요한 정치적 현상이 있다. 정바카라과 이념을 중심으로 조직되던 진보정치가 점점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정치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시대에는 문재인이라는 이름 자체가 진보진영의 정치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강력한 표지가 되었다. 문재인을 지지하면 촛불의 가치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으로 간주되었고, 문재인을 공격하면 보수언론이나 적폐세력과 같은 범주로 몰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정바카라 가운데에는 분명한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에 대한 비판과 문재인 정부의 정바카라에 대한 비판을 구분하지 못하는 순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부동산 정바카라이 실패하면 정바카라을 고쳐야 했고, 인사에 문제가 있으면 인사를 바꾸어야 했으며, 경제정바카라에 부작용이 있다면 수정해야 했다. 그러나 팬덤정치에서는 정바카라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보다 우리 편을 방어하는 것이 먼저가 된다. 그 결과 진보진영 내부에서 정바카라을 놓고 논쟁할 공간이 점점 좁아졌다.

조국 사태는 이 구조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조국을 둘러싼 논쟁은 처음에는 법과 검찰개혁의 문제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것은 조국 개인을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로 변했다. 조국을 비판하면 검찰개혁의 반대자가 되었고, 조국을 옹호하면 개혁의 수호자가 되는 것처럼 정치적 의미가 부여됐다. 이렇게 정치적 쟁점이 개인의 도덕성과 충성심을 중심으로 재구성되면서 진보진영 내부의 균열은 오히려 깊어졌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문화가 만들어졌다. 우리 편의 잘못에는 사정이 있고 상대편의 잘못은 본질적인 악이라는 이중 잣대다.


이것이 팬덤정치가 가진 가장 치명적인 독소다. 팬덤은 자기편의 실수를 인정하는 순간 결집력이 약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도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실을 선택적으로 해석하고 불리한 보도를 공격하며 비판자를 적으로 규정한다. 처음에는 이것이 정치적 방어막처럼 작동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가 차단된다. 사람들은 듣고 싶은 말만 하고 지지자들은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결국 정치인은 국민의 현실보다 자신의 지지층이 만들어낸 현실 속에 갇히게 된다. 팬덤정치가 가진 가장 무서운 함정이 바로 이것이다.


이재명 정치도 이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이재명 시대에 팬덤정치는 더욱 정교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SNS가 결합하면서 정치적 지지자들은 단순한 유권자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 동원체가 되었다. 이재명에 대한 강력한 지지는 정권교체 과정에서 분명한 정치적 힘이었다. 하지만 정권을 만드는 힘과 정권을 운영하는 힘은 다르다. 야당 시절에는 강력한 팬덤이 장점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주고 선거에서 조직력을 발휘하며 정치적 메시지를 빠르게 확산시킨다. 그러나 집권한 뒤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제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보다 국민의 불만을 듣는 것이 중요하고 지지자에게 설명하는 것보다 지지하지 않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에서 이기는 능력보다 국가를 운영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팬덤정치는 한계를 드러낸다. 팬덤은 51%의 정치보다 100%의 충성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대통령은 100%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대통령은 자신을 찍지 않은 국민까지 통치해야 한다. 집권당 역시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만을 위한 정당일 수 없다. 그런데 팬덤정치가 강해지면 정당은 끊임없이 자기 지지층의 요구에 반응하게 되고 중간지대가 사라진다. 정치는 점점 양극화되고 진보의 외연은 좁아진다.


진보정치가 슬롯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자기 진영 내부의 다른 목소리를 참지 못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진보의 핵심은 내가 옳다는 데 있지 않다. 나와 다른 사람도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데 있다. 그런데 진보진영 내부에서조차 우리 편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기 시작하면 진보가 스스로 내세웠던 보편적 가치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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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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