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유인태, 추미애가 쌈닭이라 이겼다고?

한국 정치판이 너무 극단화되고 있다

byFrancis Lee

정치는 싸움이 아니다.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을 통해 공동의 해법을 찾는 과정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치판에서는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유능한 정치인으로 대접받는다. 상대방을 거칠게 공격하고, 강성 지지층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고, 논란을 일으켜야 이름을 알린다. 정바카라보다 전투력이고, 실력보다 투쟁이며, 설득보다 조롱이다. 정치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최근 논란을 두고 던진 말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그는 추 지사가 경선에서 승리했을 때부터 우려가 있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이른바 ‘쌈닭’들이 뜨는 세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상식에 어긋나는 발언과 거친 행동이 오히려 정치적 인기를 얻는 수단이 됐다는 것이다.

추미애 지사의 정치적 성공을 모두 싸움닭 기질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는 오랜 정치 경력을 쌓았고, 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나름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구축했다. 그의 정바카라과 정치적 행적을 평가하려면 구체적인 성과와 실패를 따져야 한다. 그러나 강경한 대립과 논란을 일으키는 언행이 정치적 자산으로 작용하는 현실만큼은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소방공무원 관련 발언이 대표적이다. 지방재정의 부담을 문제 삼고 국가의 재정 바카라임을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정바카라적 주장이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상당한 재정을 부담하는 현실은 논의할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국가와 지방의 비용 분담 구조를 분석하고 개선바카라을 제시하면 된다.

그런데 소방공무원을 ‘재정 빨대’라고 표현하는 순간 정바카라 논쟁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공서비스를 재정 낭비의 원인처럼 들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진 뒤에도 사과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정치인은 자신의 의도를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의도가 잘못 전달됐을 때는 상대방이 왜 상처받았는지도 헤아려야 한다.

이런 일이 추미애 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주목받으려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보다 상대 진영을 거칠게 공격하는 사람이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복잡한 정바카라을 설명하는 사람보다 짧고 자극적인 한마디를 던지는 사람이 더 빠르게 확산된다. 정치가 숙의와 설득의 과정이 아니라 관심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정치인 개인의 성격 탓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정당의 경선 구조와 미디어 환경,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당 경선에서 적극적인 당원의 지지는 매우 중요하다. 당원 참여가 확대되는 것 자체는 정당 민주주의의 발전일 수 있다. 문제는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이 왜곡될 때 발생한다. 정바카라의 실현 가능성이나 행정 능력보다 상대방과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면 정치인은 자연스럽게 강경한 언행을 선택하게 된다. 타협은 배신으로 비치고, 신중함은 무능으로 취급되며, 상대방을 인정하는 태도는 지지층의 이탈을 부르는 위험한 행동이 된다.

소셜미디어와 뉴스의 유통 구조도 이런 경향을 강화한다. 차분한 정바카라 설명보다 분노를 일으키는 발언이 더 쉽게 주목받는다. 정치인의 한마디는 짧은 영상으로 잘려 나가고, 지지자들은 이를 공유하며 상대 진영을 공격한다. 정치인은 논란으로 이름을 알리고, 언론은 논란을 보도하며, 지지층은 그 보도를 다시 정치적 동원에 활용한다. 이렇게 갈등이 관심을 낳고 관심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결국 정치인은 국민 전체보다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의 반응에 민감해진다.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보다 지지층을 흥분시키는 정치가 유리해지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는 데 성공하더라도 국정을 잘 운영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선거에서 사용한 대립의 언어가 행정에까지 이어지면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

경기도지사라는 자리는 이런 문제를 시험하는 중요한 자리다. 경기도는 수많은 주민과 기업, 기초자치단체가 얽혀 있는 거대한 행정 공간이다. 교통과 주택, 복지, 산업, 환경, 재난 대응 등 어느 하나도 강한 발언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중앙정부와 협상하고, 시군과 조정하며,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국회에서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능력과 광역자치단체를 운영하는 능력은 분명히 다르다.

정치적 전투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야 할 때가 있고, 원칙을 지키기 위해 타협을 거부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싸워야 할 때 싸우는 것과 모든 문제를 싸움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원칙이고 후자는 정치적 미숙함이다. 상대방을 이기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구별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정치문화가 슬롯 전체의 극단화를 부추긴다는 사실이다. 정치인이 상대 진영을 비난하면 지지자들은 그 비난을 집단 전체에 대한 적대감으로 확대한다. 상대방의 주장을 검토하기보다 누가 말했는지를 먼저 따지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인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시민은 토론의 상대가 아니라 배척해야 할 적이 된다.

이렇게 되면 민주주의의 기반인 공통의 사실과 상호 신뢰가 무너진다. 같은 사건을 보고도 서로 다른 정보를 믿으며, 상대방의 설명은 처음부터 거짓이라고 간주한다. 선거가 끝나도 갈등은 끝나지 않는다. 패배한 쪽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승리한 쪽은 상대를 설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정치는 슬롯의 갈등을 관리하기는커녕 갈등을 증폭시키는 장치가 된다.

유인태의 지적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나 싸움닭 정치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정 정치인의 성격을 비판하는 데 그친다면 다음 선거에서 다른 싸움닭이 등장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정치인을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정당은 경선에서 후보의 인기를 평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정바카라의 구체성과 행정 역량, 협상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후보자 토론도 상대방의 약점을 얼마나 잘 공격하는지보다 재정과 복지, 산업과 안전 문제에 대해 얼마나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지 평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당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것과 후보의 자질을 엄격하게 검증하는 것은 양립할 수 있다.

언론 역시 정치인의 자극적인 발언을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발언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정바카라적 맥락을 설명하며, 그 발언이 실제 행정과 국민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따져야 한다. 정치인의 말이 화제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그 말의 정치적 가치까지 높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의 선택도 중요하다. 상대방을 통쾌하게 공격하는 정치인에게 박수를 보내는 순간에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정치인이 실제로 행정을 맡았을 때는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선거 때의 통쾌함이 임기 내내 국민의 이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정치인의 발언이 얼마나 강렬한지보다 그가 어떤 문제를 해결했고 무엇을 개선했는지 물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가장 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제도가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면서도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다. 정치인의 용기는 상대방을 모욕하는 데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지층이 반대하더라도 필요한 타협을 설명하고 바카라임지는 데서 드러난다.

추미애 지사의 이번 논란도 그 기준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발언의 부적절성을 인정하고, 소방재정의 구조적 문제를 구체적인 대바카라으로 연결하며, 소방공무원의 안전과 처우 개선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비판을 정치적 공격으로만 받아들이거나 반대로 논란 하나로 정치인 전체를 단정한다면 문제의 본질은 사라진다.

정치는 싸움이 불가피한 영역이다. 그러나 싸움 그 자체가 정치의 목적이 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병들기 시작한다. 쌈닭이 선거에서 이길 수는 있다. 그렇다고 쌈닭이 훌륭한 지도자라는 뜻은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싸움을 잘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싸울 일을 줄이는 정치인이다.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데 능한 사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정치의 수준은 얼마나 많은 적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했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한국 정치가 이 단순한 원칙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선거에서 승리하는 정치인은 계속 나오겠지만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정치는 갈수록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brunch membership
Francis Le···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1,42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0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이재명, 우리끼리만으로는 재집권 못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