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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배터리만이 아니라 미래산업의 생태계를 바꾼다

한국 기업도 결국 일본 기업의 몰락을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byFrancis Lee

한국은 지금 중국을 너무 쉽게 보고 있다. 중국이 만든 제품은 베끼기라고 폄하하고, 중국의 기술은 아직 멀었다고 단정한다. 값싼 중국산 제품을 비웃으며 ‘메이드 인 차이나’를 조롱한다. 그러나 정작 세계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이런 태도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한국이 중국을 무시하는 동안 중국은 한국이 강점을 가졌던 산업을 하나씩 잠식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배터리 산업은 이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 기업들은 오랫동안 고성능 배터리 기술을 발전시키며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았다. 그러나 중국은 다른 길을 택했다. 기존 기술을 빠르게 개선하는 동시에 저렴한 배터리를 대량생산하고, 소재부터 완성차까지 연결된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시장을 넓히는 한편 나트륨이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에도 투자하고 있다. 하나의 기술에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술과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이다.

한국이 특정 기술의 우위를 자랑하는 동안 중국은 산업 전체의 경쟁 조건을 바꾸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변화다.

중국의 도전은 배터리에 그치지 않는다. 전기차와 태양광, 로봇, 드론, 전력변환 장치,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제조업과 첨단기술을 결합하고 있다. 개별 제품의 기술력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부품과 소재, 생산설비, 인력, 자본, 내수시장, 유통망을 연결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한 분야에서 확보한 기술과 생산능력을 다른 분야로 확장하고, 거대한 내수시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한다. 산업 하나가 성장하면 다른 산업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

한국은 이런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중국을 과거의 중국으로 생각한다.

중국이 새로운 기술을 발표하면 한국에서는 으레 의심부터 한다. 외국 기술을 베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실제 성능은 형편없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중국산 제품을 두고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말로 비웃는다. 물론 중국 제품의 품질이 모두 뛰어난 것은 아니다. 중국 기업의 기술 발표를 무조건 믿어서도 안 된다. 과장된 성능이나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 저가 공세, 과잉생산과 출혈경쟁 역시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경쟁국의 약점을 지적하는 것과 경쟁국의 실력을 부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중국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는 사례를 찾아내는 것이 중국 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일부 제품의 결함을 근거로 중국의 기술 전체를 낮춰 보는 것은 분석이 아니라 자기위안이다.

기술은 원래 모방과 개선, 응용을 거쳐 발전한다. 과거 한국 역시 일본과 미국, 유럽의 기술을 배우고 따라잡으며 산업을 키웠다. 처음부터 모든 기술을 독자적으로 발명한 것이 아니다. 외국의 기술을 습득하고 생산공정을 개선하며 가격과 품질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렇게 성장한 한국이 이제 와서 중국의 추격을 단순한 모방이라고 폄하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산업 발전 역사마저 잊어버린 태도다.

더구나 중국은 이제 남의 기술을 따라 하는 데만 머무르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여러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앞선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과 미국, 유럽이 우위를 가진 분야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중국이 더 이상 기술 후진국이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는 올바른 전략도 있을 수 없다.

한국이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일본의 전철이다.

일본은 한때 세계 제조업의 최강자였다. 반도체와 전자제품,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여러 산업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했다. 일본 제품은 품질의 상징이었고 일본의 기술력은 세계가 인정했다. 그러나 산업의 경쟁 조건이 바뀌면서 과거의 우위가 새로운 시장의 우위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 나타났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일부 분야에서 한국과 대만 기업에 주도권을 내줬고, 전자산업의 여러 영역에서는 경쟁력을 잃었다.

일본 기업들이 모두 몰락한 것은 아니다. 소재와 장비, 정밀부품 등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많다. 그러나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기업과 산업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얼마나 빠르게 영향력을 잃을 수 있는지는 일본의 경험이 보여준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일본의 성공을 연구해 성장한 한국이 이제는 일본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처지다.

과거 일본은 한국 기업의 추격을 과소평가했다. 한국은 일본을 따라올 수 없다는 인식이 산업의 변화에 대한 대응을 늦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지금 한국 슬롯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당시 일본의 태도와 닮은 구석이 있다. 중국 제품은 품질이 낮고, 중국 기술은 독자성이 없으며, 한국의 기술력은 여전히 한 수 위라는 믿음이다. 이런 믿음이 사실에 근거한 자신감이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하기 위한 믿음이라면 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독이 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의 추격이 과거 한국의 추격보다 훨씬 큰 규모와 복합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생산기반을 갖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가격을 낮추고 제품을 개선한다. 국가의 산업정바카라과 금융지원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완성품 제조사와 부품업체, 소재기업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러한 구조가 언제나 효율적이거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과잉투자와 부채, 수익성 악화라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생산 경험과 기술, 공급망의 규모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개별 기업의 기술력과 특허 건수를 내세우는 동안 중국은 생산비용과 공급망, 시장점유율을 함께 관리한다. 한국이 새로운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동안 중국 기업은 실제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고객의 반응을 확인한다. 실패한 제품을 개선하고 가격을 낮추며 다음 제품을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기술과 시장이 함께 발전한다. 실험실에서 앞선 기술을 보유하는 것과 세계시장에서 산업의 주도권을 차지하는 것은 다르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이 차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인공지능은 연구개발과 설계, 생산공정의 개선 속도를 높인다. 로봇과 자동화 기술은 제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린다. 전력과 배터리, 반도체, 데이터센터는 서로 연결돼 새로운 산업의 기반을 형성한다. 이런 시대에는 개별 기업의 우수한 기술 하나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산업 전체가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고, 실험하고, 개선하며,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느냐가 중요하다.

중국의 진정한 위협은 저렴한 제품을 만드는 능력에만 있지 않다. 저렴한 제품을 만들면서 기술을 개선하고, 대량생산으로 원가를 낮추며, 그 수익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중국이 배터리에서 확보한 생산능력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의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전력과 배터리의 경쟁력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로봇 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연결이 강화되면 개별 산업에서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산업 전체에서 경쟁의 출발선이 불리해질 수 있다.

한국의 대응이 절실한 이유다.

그렇다고 중국의 모든 전략을 모방하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중국식 산업정바카라에는 막대한 투자와 공급과잉, 기업의 수익성 악화, 정바카라 실패의 위험이 따른다. 한국은 한국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만 전략을 세우려면 먼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중국이 앞선 분야에서는 무엇이 앞섰는지 분석하고, 한국이 뒤처진 이유를 밝혀야 한다. 한국이 우위에 있는 분야에서는 그 우위를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 승부가 나지 않은 분야에서는 실패를 감수하면서도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을 시험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과거의 성공 산업을 보호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이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지키느라 미래 투자를 미루지 않도록 연구개발과 실증, 초기 시장 형성을 지원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논문과 특허의 성과를 넘어 실제 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정부 지원이나 보호무역이 영원히 경쟁력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투자자 역시 당장의 실적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기술 전환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슬롯 전체가 중국을 바라보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중국을 무조건 찬양하자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약점은 약점대로 분석하되, 강점은 강점대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경쟁국의 성과를 인정한다고 해서 한국의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쟁국의 실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하다. 중국을 비웃는 데서 만족하는 슬롯와 중국을 분석해 대바카라을 세우는 슬롯 가운데 어느 쪽이 미래에 살아남겠는가.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과거의 성공만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반도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해서 배터리와 인공지능, 로봇에서도 자동으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를 잘 만든다고 해서 미래 모빌리티의 주도권까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산업의 역사는 영원한 승자가 없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지금 한국이 마주한 위기는 중국이 강해졌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다. 중국이 강해지는 속도보다 한국이 현실을 인정하고 대응하는 속도가 느릴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국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슬롯는 정바카라을 바꾸지 못하고, 정바카라을 바꾸지 못하는 산업은 결국 시장을 잃는다. 그때 가서 중국의 저가 공세가 문제였다고 말하거나 정부의 지원이 부족했다고 비판해 봐야 이미 잃어버린 시장을 되찾기는 어렵다.

한국은 일본의 성공을 배우며 성장했다. 이제 일본의 몰락에서 배워야 한다. 과거의 영광에 대한 자부심이 현재의 현실을 가리는 순간, 자부심은 경쟁력의 원천이 아니라 쇠퇴의 원인이 된다. 중국을 얕보는 말 몇 마디로 한국의 기술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를 비웃는다고 중국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국을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보다 더 빠르게 배우고 개선하는 것이다. 중국의 기술을 분석하고, 시장의 변화를 읽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산업 생태계 전체를 혁신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한국은 과거의 성공을 자랑하면서 현재의 시장을 내주는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도 결국 일본 기업의 몰락을 따라갈 것이라는 경고가 과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려면, 지금부터 그 경고가 틀렸음을 증명해야 한다. 현실을 외면하는 낙관론은 위기를 막지 못한다. 중국을 비웃는 동안에도 중국은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산업의 역사에서 승자는 상대를 가장 우습게 본 나라가 아니라, 상대의 변화를 가장 먼저 이해하고 자신을 바꾼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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