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세력은 왜 권력을 잡으면 변하는가

조국에서 용혜인까지, 진보의 함정은 내로남불이다

byFrancis Lee

정치는 참 이상한 동물이다.

야당일 때는 그렇게 정의롭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 갑자기 현실주의자가 된다. 남의 특권에는 그렇게 엄격했던 사람들이 자기 특권 앞에서는 법률 조항을 찾는다. 남의 가족 문제에는 이해충돌을 외치던 사람들이 자기 진영의 가족 문제에는 절차를 이야기한다. 남의 인사에는 밀실과 담합을 의심하던 사람들이 자기편의 인사에는 정치적 필요성을 설명한다.

그리고 언제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말이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바로 이 한마디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최근 논란이 불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용 후보자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장관직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이를 “새로운 시도”라고 주장한다. 전례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용 후보자는 겸직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계속 답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배우자 박기홍 씨가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기본소득당은 가족정당이라는 비판을 부인하고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이것이 불법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정치적 신뢰의 문제는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느냐 아니냐보다 훨씬 넓다.

정치인은 법의 최소선을 지키는 것으로 끝나는 사람이 아니다.

국민에게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받는 사람이다.

더구나 용혜인이라는 정치인의 정치적 자산이 무엇이었는가.

기득권에 대한 비판이었다.

특권에 대한 비판이었다.

불평등에 대한 비판이었다.

기존 정치의 폐쇄성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자신에게 유리한 예외를 요구하면서 그것을 “새로운 정치”라고 부른다면 국민은 당연히 묻게 된다.

당신이 그렇게 비판했던 기득권과 지금 당신이 주장하는 예외는 무엇이 다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새로운 정치’는 순식간에 ‘새로운 특권’으로 바뀐다.

더욱 기막힌 것은 정당이 후보자를 대신해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후보자가 침묵하는 동안 당이 나서서 겸직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기본소득당은 겸직을 새로운 선례로 만들겠다고 한다. 배우자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당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한다.

정치인이 정당의 보호를 받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정치인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해야 할 사안을 정당이 대신 방어하는 구조가 반복될 때다.

그러면 정당은 정바카라을 만드는 조직이 아니라 정치인을 보호하는 방패가 된다.

작은 정당이라고 해서 바카라임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은 정당일수록 더 엄격해야 한다.

거대 정당을 비판하면서 성장한 정치세력이라면 거대 정당보다 더 깨끗해야 한다. 민주당의 독주를 비판하면서 존재 이유를 설명해 온 정당이라면 민주당보다 더 투명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을 비판하던 정치세력이 민주당과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을 방어하기 시작한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조국이라는 이름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

조국 사태의 본질을 단순히 조국 개인의 사법적 문제로만 보는 것은 너무 좁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상징했던 정치적 역설이었다.

공정과 정의를 말하던 사람이 자신의 가족 문제 앞에서는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는 인식.

특권을 비판하던 사람이 자신의 자녀 문제에서는 특권 논란에 휘말렸다는 인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지자들이 보여준 반응이었다.

“우리 편이니까 괜찮다.”

바로 그 순간부터 개혁은 무너진다.

정의가 진영의 소유물이 되는 순간 정의는 더 이상 정의가 아니다.

공정이 우리 편에게만 적용되는 순간 공정은 특권의 다른 이름이 된다.

조국 사태가 남긴 가장 큰 정치적 교훈은 바로 이것이었다.

진보의 위기는 보수가 공격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진보가 자기 진영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할 때 온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똑같은 장면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용혜인 후보자의 겸직 논란을 두고 “법적으로 가능하다”라고 한다.

배우자의 당직 문제에는 “절차를 거쳤다”라고 한다.

비판이 나오면 “새로운 시도”라고 한다.

그리고 정작 당사자는 침묵한다.

이것이 조국 사태 당시의 진영 논리와 얼마나 다른가.

물론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다.

용혜인 후보자가 조국과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게 단정할 근거도 없다.

그러나 정치적 사고방식의 위험성은 비교할 수 있다.

“우리 진영의 사람에게는 조금 다른 기준을 적용해도 된다.”

바로 이 생각이 위험한 것이다.

이것이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을 썩게 만드는 바이러스다.

그리고 지금 가장 곤란한 사람은 사실 용혜인 후보자만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다.

왜냐하면 이제 국민은 묻게 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 원칙은 무엇인가.

과거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던 그 기준을 지금도 적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정권을 잡았으니 기준도 바뀌는가.

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해 37.4%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온 상황이다. 인사 논란과 정바카라 혼선 등이 여론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인사 논란을 대충 넘긴다면 작은 흠 하나가 아니다.

정부가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된다.

“우리 편의 문제에는 조금 관대해도 된다.”

그 순간 과거 정권과 무엇이 다른가.

윤석열 정부의 인사 문제를 비판하면서 민주당이 내세웠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같은 잣대’였다.

그렇다면 지금 그 잣대를 자기 자신에게 들이대야 한다.

용혜인 후보자가 정말 훌륭한 장관 후보자라면 더 엄격하게 검증하면 된다.

문제가 없다면 통과시키면 된다.

그것이 오히려 후보자를 살리는 길이다.

그런데 검증을 피하거나 당사자의 침묵을 방치한다면 결과적으로 후보자에게 더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는 꼴이 된다.

정부가 후보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를 망치는 것이다.

정권은 자기편을 보호할 때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편을 검증할 때 강해진다.

조국 사태에서 민주당이 뼈아프게 배웠어야 할 교훈도 바로 이것이다.

자기편이라고 감싸는 순간 상대 진영에게 공격의 무기를 쥐여주는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다시 같은 함정으로 들어가고 있다면 이것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정권의 DNA 문제다.

더구나 조국혁신당 역시 이제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최근 조국혁신당은 부동산 세제, 정치개혁, 인사, 외교·안보 문제까지 비판의 전선을 넓히며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한때 같은 진영에서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던 사람들이 이제 서로를 향해 개혁의 후퇴를 말한다.

그런데 국민 입장에서는 한 가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들은 정권이 바뀌어서 원칙을 다시 발견한 것인가.

아니면 권력의 위치가 바뀌었기 때문에 상대방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인가.

정치권의 가장 큰 문제는 원칙이 없는 것이 아니다.

원칙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공격할 때 사용할 원칙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자기편을 심판해야 할 때 사용할 원칙은 갑자기 사라진다.

그래서 한국 정치에서는 모든 정권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정권을 잡기 전에는 공정을 외친다.

정권을 잡으면 예외를 만든다.

야당일 때는 특혜를 공격한다.

여당이 되면 관행이라고 한다.

상대방 가족의 인사 문제에는 이해충돌이라고 한다.

자기편 가족의 인사에는 능력과 절차를 말한다.

상대방 정치인의 침묵은 바카라임 회피라고 한다.

자기편 정치인의 침묵은 신중함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 정치의 내로남불이다.

그리고 이제 국민은 이런 정치에 점점 지쳐가고 있다.

용혜인 후보자에게도 한마디 해야 한다.

정말 억울하다면 직접 설명하라.

정말 새로운 정치라면 왜 새로운 정치인지 국민을 설득하라.

정말 겸직이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그 이익을 숫자와 논리로 제시하라.

배우자의 당직 선출에도 문제가 없다면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라.

그것이 정치인의 바카라임이다.

정당 뒤에 숨지 마라.

“새로운 시도”라는 추상적인 말 뒤에도 숨지 마라.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말 뒤에도 숨지 마라.

그리고 이재명 정부에도 요구한다.

용혜인 후보자를 보호하지 말라.

검증하라.

민주당이 과거 야당 시절 윤석열 정부에 요구했던 바로 그 기준으로 검증하라.

그 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면 임명하면 된다.

문제가 있다면 탈락시키면 된다.

그게 공정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기편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편도 똑같이 심판받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개혁이다.

그리고 조국에게도, 민주당에게도, 용혜인에게도, 이재명 정부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당신들이 말하는 공정은 누구를 위한 공정인가.

당신들이 말하는 개혁은 누구에게 적용되는 개혁인가.

당신들이 말하는 특권 철폐는 남의 특권만 없애자는 이야기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개혁이라는 말은 이제 아무런 가치가 없다.

개혁은 상대방을 몰아낼 때 사용하는 구호가 아니다.

자기편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증명되는 가치다.

조국 사태가 그랬고, 지금 용혜인 논란도 그렇다.

정권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도 자기편에게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면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

간판만 바뀐 것이다.

그래서 용혜인 한 사람의 겸직 문제가 아니다.

조국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한 정당의 문제도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가 아직도 ‘원칙’보다 ‘내 편’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그 낡은 정치의 가장 위험한 모습은 거창한 부패가 아니다.

아주 작은 예외에서 시작된다.

“이번에는 괜찮다.”

“법적으로 문제없다.”

“우리 사람이다.”

“새로운 시도다.”

이 네 마디가 쌓이면 결국 기득권이 된다.

그리고 그 기득권을 개혁이라고 포장하는 순간 개혁은 끝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또 다른 조국도, 또 다른 용혜인도, 또 다른 민주당도 아니다.

이름이 누구든 똑같은 잣대를 적용받는 정치다.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정말 어렵다면 정치가 아니라 권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권력을 개혁이라고 부르는 순간,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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