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국민차에서 아이언돔으로

현기차도 결국 무기를 만드는 날이 올까?

byFrancis Lee

폭스바겐의 역사를 생각하면 이번 소식은 묘한 아이러니를 넘어 역사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히틀러의 ‘국민차’에서 출발했던 폭스바겐이 이제 자동차 대신 이스라엘의 방공체계 아이언돔과 관련된 군수 생산에 뛰어든다. 독일 오스나브뤼크 공장은 2027년 자동차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었지만, 이제 이 공장을 방산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계획이 확정 단계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의 라파엘과 연계해 방공체계 부품 등을 생산하고, 상당수의 기존 일자리도 유지하는 방안이다.

역사는 참으로 역설적이다.

1930년대 독일에서 탄생한 폭스바겐의 출발점에는 ‘국민차’라는 거대한 정치적 프로젝트가 있었다. 독일 국민 누구나 자동차를 소유하게 하겠다는 선전과 산업정바카라의 결합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독일의 산업은 군수체제로 편입됐고 자동차 생산시설 역시 전쟁 수행을 위한 생산체계에 동원됐다.

그런 폭스바겐이 8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군수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독일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이번 공장 전환 역시 나치의 전쟁동원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법적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역사의 장면은 묘하게 겹친다.

‘국민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던 공장이 이제 ‘국민을 지키기 위한 방공체계’를 만드는 공장으로 바뀌는 것이다.

더욱 상징적인 것은 그 방공체계가 아이언돔이라는 사실이다.

아이언돔은 미사일과 로켓, 드론 등의 위협으로부터 도시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체계다. 이번 계획에서 라파엘과 폭스바겐 측은 오스나브뤼크에서 방공체계 관련 생산을 확대하고 유럽 방위수요에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독일은 전쟁을 통해 유럽을 파괴했던 나라였다.

오늘의 독일은 오히려 유럽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력을 다시 키우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사건의 진짜 의미가 드러난다.

독일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면 유럽의 산업 자체가 변하고 있다.

자동차를 팔아 세계를 먹여 살리던 산업국가가 이제는 자동차 공장의 유휴 생산능력을 방산 생산능력으로 바꾸고 있다. 폭스바겐이 이 공장을 방산시설로 전환하는 배경에는 중국 자동차업체와의 경쟁, 높은 독일 생산비용, 유럽 자동차시장 부진이라는 경제적 문제가 있다. 자동차산업의 과잉생산 능력과 유럽의 국방비 확대가 서로 만나면서 새로운 산업적 출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공장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의 경제정바카라과 안보정바카라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다는 신호다.

그동안 유럽은 평화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미국의 군사력 아래에서 값싼 에너지와 세계화된 공급망을 이용하고, 독일은 자동차와 화학제품을 팔아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전쟁은 다시 제조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미사일을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필요할 때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느냐가 됐다. 드론을 얼마나 보유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전자·배터리·통신·소프트웨어 산업을 갖고 있느냐가 됐다.

결국 현대전에서 공장은 병영만큼이나 중요한 안보시설이 됐다.

그래서 자동차공장이 방산공장으로 바뀌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이번 사건이 던지는 가장 섬뜩한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전쟁은 더 이상 군대만의 일이 아니다.

산업이 전쟁을 준비한다.

자동차 회사가 방산회사가 되고, 조선소가 군함 생산시설이 되고, 전자기업이 군용 센서와 통신장비를 만들고, 배터리 회사가 무인무기의 에너지 공급망이 된다.

민수산업과 군수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폭스바겐의 오스나브뤼크 공장은 유럽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은 축소판이다.

자동차 생산의 시대가 끝나는 자리에 방산 생산의 시대가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도 이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은 독일보다 오히려 더 복잡한 상황에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산업이 있고, 조선업이 있고, 반도체가 있고, 배터리가 있고, 전자산업이 있으며 이미 세계적인 방산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질문은 너무나 명확하다.

평상시에는 자동차를 만들던 공장이 국가적 위기에는 군용 차량과 무인체계를 만들 수 있는가.

평상시에는 선박을 만들던 조선소가 필요할 때 군함과 군수지원함 생산을 얼마나 빨리 확대할 수 있는가.

평상시에는 배터리를 만들던 기업이 전시에 드론과 무인체계에 필요한 전력을 얼마나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가.

이제 국방력은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정바카라이 곧 안보정바카라이고, 공급망이 곧 국방정바카라이다.

그래서 폭스바겐의 변신은 단순히 ‘차 대신 무기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유럽이 다시 현실정치의 세계로 돌아오고 있다는 선언에 가깝다.

평화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시대가 끝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무기를 생산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냉혹한 현실을 유럽이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히틀러의 시대에 폭스바겐은 독일 국민에게 자동차를 약속했다.

오늘의 폭스바겐은 유럽의 하늘을 지키는 방공체계 생산에 참여하려 한다.

‘국민차’에서 ‘아이언돔’으로.

역사는 완전히 반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는 때때로 놀라울 만큼 비슷한 질문을 우리 앞에 던진다.

평화를 원한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번에는 그 답이 군대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공장이다.

기술이다.

사람이다.

그리고 필요할 때 자동차를 만들던 공장을 방공체계를 만드는 공장으로 바꿀 수 있는 산업의 힘이다.

폭스바겐의 오스나브뤼크 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이 끝나는 날, 유럽은 어쩌면 단순히 한 자동차 모델의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유럽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믿어왔던 세계관 하나를 폐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경제가 안보보다 우선한다’는 세계관 말이다.

이제 유럽에서는 질문이 바뀌고 있다.

무엇을 팔아서 부자가 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생산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것인가.

그 질문의 한가운데에 폭스바겐이 서 있다.

그리고 그 공장에서 만들어질지도 모르는 아이언돔은 역사의 가장 기묘한 장면 하나를 완성할 것이다.

히틀러의 국민차에서 시작된 공장이,

이제 미사일을 막는 철의 돔을 만드는 곳으로 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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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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