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제넨셀 의혹, 이제는 ‘공익 민원’으로 덮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솔직히 말하자. 민주당에 기대가 컸다.
윤석열 정권이 보여준 무능과 독선, 인사 실패와 국정 운영의 혼란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은 정권이 바뀌면 적어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권력은 겸손해지고, 인사는 공정해지고, 원칙은 다시 세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과거 자신들이 그렇게 외쳤던 ‘공정과 상식’이 정권이 바뀐 뒤에도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요즘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결국 그놈이 그놈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야당의 정치공세가 아니다. 더 위험한 것은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냉소가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권의 실패에 실망해 민주당을 선택했던 사람들이 이제 민주당을 향해 묻기 시작했다.
“그래서 뭐가 달라졌는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제넨셀 임상시험 승인 의혹은 바로 그 질문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물론 지금 단계에서 김 후보자가 제넨셀로부터 직접 돈을 받았다거나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챙겼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검찰도 과거 수사에서 그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김 후보자 역시 자신이 한 일은 부당한 청탁이 아니라 공익적 민원을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바카라임은 형사법원의 유죄 판결보다 훨씬 넓다.
더구나 지금 공개되고 있는 녹취와 문자 내용은 처음 알려졌던 단순한 ‘민원 전달’이라는 설명과 상당한 간극을 보인다.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직접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고, 다시 진행 상황을 보고받는 정황까지 공개됐다. 특히 “과장 선에서 막혀 있다”는 말을 듣고 “알았어”라고 답한 녹취까지 공개됐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단순히 민원인의 말을 전달하고 끝난 사건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적극적이다.
더구나 문제의 브로커가 임상시험 승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언급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연합뉴스는 당시 통화와 문자에서 제넨셀의 승인 이후 거액의 수익과 자금화 가능성이 언급됐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질문은 너무나 간단하다.
김승원 후보자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알았다면 왜 식약처장을 직접 움직이려 했는가.
몰랐다면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였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의 다른 인사들은 무엇을 했는가.
최근 공개된 문자에는 김승원 후보자 이외에 다른 민주당 의원들을 지칭하는 내용까지 등장했다. 물론 이름이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의원들의 불법행위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적어도 이 사건이 김승원 후보자 개인의 단순 민원 사건으로 끝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해졌다.
바로 여기서 나는 ‘민주당 오빠들은 왜 저럴까?’라고 묻고 싶다.
왜 그렇게 자신 있게 남을 비판하던 사람들이 정작 권력을 잡으면 비슷한 모습으로 변하는가.
왜 야당일 때는 권력과 기업의 유착을 그렇게 강하게 비판하면서 자신들이 권력을 잡으면 ‘공익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정치권과 기업 사이의 접촉을 설명하려 하는가.
왜 자신들이 비판했던 권력의 문법을 자신들이 반복하는가.
이것이 정말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라면 민주당은 더 적극적으로 밝혀야 한다.
“김승원 개인의 문제다.”
그렇게 선을 그으면 된다.
자료를 공개하고, 관련자들의 통화와 문자와 행정기록을 모두 검증하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민주당의 대응은 점점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
의혹의 핵심을 설명하기보다 폭로 자료가 어떻게 유출됐는지를 문제 삼고, 폭로자의 정치적 의도를 공격한다.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한동훈 의원에게 수사기록을 제공한 인물을 고발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물론 수사자료 유출 문제는 별개의 법적 문제다.
그러나 국민이 묻는 질문은 그것이 아니다.
“자료를 누가 줬느냐”보다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그 자료에 담긴 내용이 사실이냐”이다.
도둑을 잡는 것과 도둑이 훔친 물건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민주당이 정말 떳떳하다면 자료의 출처를 공격하는 데 정치력을 쓸 것이 아니라 내용부터 검증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김승원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는 사실이다.
법무부 장관은 권력의 사법적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국민이 보기에 ‘공익 민원’이라는 설명과 실제 공개된 녹취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면,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느냐는 질문은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이 기대했던 것은 과거 정권의 청산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기준이었다.
과거 정권에서 문제가 됐던 인사와 권력의 행태를 똑같이 반복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조금씩 이상해지고 있다.
화합을 이야기한다.
통합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과거 정권에서 문제가 됐던 관료와 인사들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통합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정권이 모든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것보다 경험 있는 관료를 활용하는 것이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통합과 면죄부는 전혀 다른 것이다.
화합과 바카라임 회피 역시 전혀 다른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화합은 “우리 편의 잘못을 덮어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잘못한 사람에게 바카라임을 묻되, 그 바카라임을 진 사람까지 다시 슬롯 안으로 끌어안는 것이 진짜 통합이다.
그런데 권력이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을 방패막이로 세우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순간 화합은 인사 거래가 되고, 통합은 면죄부가 되고, 국정 운영은 권력의 자기보호 시스템으로 변질된다.
나는 지금 민주당에서 바로 그 위험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고 본다.
물론 이것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부패한 관료들을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이 그렇게 느끼기 시작할 만한 인사와 행보가 반복된다면 그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정치는 사실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신뢰로 움직인다.
국민이 “저 사람들은 자기 편이면 무엇이든 감싸주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순간 정권의 도덕적 자본은 급속히 무너진다.
윤석열 정권도 처음부터 모든 국민이 등을 돌렸던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권력의 오만과 인사 실패와 내로남불이 반복되면서 그 기대가 무너졌다.
민주당이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그 과정의 반복이다.
윤석열 정권의 실패는 민주당의 영구 집권권이 아니다.
윤석열 정권이 실패했다고 민주당의 모든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국민은 민주당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라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그 기회를 ‘우리 편이면 괜찮다’는 식으로 사용한다면 국민은 다시 등을 돌릴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오랫동안 검찰과 권력기관의 공정성을 이야기해왔다.
그렇다면 자기 사람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 인사의 비위는 작은 의혹만 있어도 사퇴를 요구하면서 자기 사람에게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 “공익적 민원이었다”, “정치공세다”라고 말한다면 국민은 그것을 원칙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내로남불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방어가 아니다.
해명이다.
그리고 해명보다 더 필요한 것은 공개다.
김승원 후보자와 제넨셀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브로커는 누구였는지, 정치권에 누구를 접촉했는지, 식약처에 어떤 요청이 전달됐는지, 승인 과정에서 실제로 행정절차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경제적 이해관계가 어디까지 연결돼 있었는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만약 김승원 후보자가 정말 아무런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않았다면 그것도 밝혀야 한다.
정말 공익 민원이었다면 그 사실도 증명하면 된다.
그러면 된다.
그런데 만약 그 과정에서 정치권 인맥과 기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고, 그 대가로 직간접적인 이익이 오갔다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것은 단순한 청탁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 그렇게 비판했던 ‘권력과 자본의 유착’이기 때문이다.
나는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보다 나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대했다.
그런데 요즘 국민 사이에서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면 민주당은 그 말을 단순한 야당의 선동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민주당에 보내는 경고음이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권력의 습관은 바뀌지 않았다는 냉소가 퍼지는 순간,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실패에서 얻은 반사이익을 모두 잃게 된다.
국민은 이제 정권 교체 자체를 평가하지 않는다.
누가 더 깨끗한가를 본다.
누가 더 공정한가를 본다.
누가 자기 사람에게 더 엄격한가를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 권력을 사유화하지 않는지를 본다.
민주당이 정말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면 지금이라도 김승원 제넨셀 의혹부터 철저하게 털어야 한다.
김승원 후보자 한 사람을 지키는 것이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의혹이 있다면 지위와 인연을 막론하고 잘라내는 것이 민주당을 살리는 길이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할 마지막 방법은 거창한 개혁 구호가 아니다.
자기 사람에게도 똑같은 칼을 들이대는 것이다.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결국 이렇게 묻게 될 것이다.
“윤석열이 그렇게 잘못했다고 하더니, 당신들도 결국 똑같은 것 아닌가?”
정권의 몰락은 거대한 사건 하나 때문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대개는 작은 예외 하나에서 시작된다.
“이번만은 괜찮다.”
“우리 사람이다.”
“공익적인 일이었다.”
“정치공세다.”
그 예외가 하나둘 쌓이면 원칙은 사라지고 권력만 남는다.
그리고 그때 국민이 붙이는 이름은 단 하나다.
내로남불.
민주당이 정말 그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안은 이미 상당히 커지고 있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민주당 오빠들은 왜 저럴까?
정권이 바뀌면 사람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이 굳이 정권을 바꿀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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