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진영의 소중한 자산은 유시민이 아니라 국민이다
유시민이 이재명을 본격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한지 오래되었다. 한때 이재명을 민주진보진영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으로 평가했던 유시민이 이제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더 이상 과거의 민주당에 머물러 있지 않다. 실용과 중도 확장을 강조하면서 민주당의 외연을 오른쪽으로 넓히려 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그리고 전통적인 진보 지식인과 활동가들 사이의 긴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겉으로 보면 한 정치인과 한 지식인의 충돌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훨씬 크고 깊은 문제다. 지금 민주진보진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누가 이재명을 지지하느냐, 누가 유시민을 지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진보정치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이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민주당의 이재명인가, 이재명의 민주당인가.
이 질문은 특정 정치인을 공격하기 위한 말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에서 정당과 지도자의 관계를 규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정당은 지도자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지도자가 정당의 가치와 정바카라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정당의 최고지도자일 수 있지만 국가의 주인은 아니다.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이고, 정당은 그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바카라임지게 만드는 정치적 장치다.
문제는 한국 정치에서 이 관계가 자주 뒤집힌다는 것이다.
강력한 정치지도자가 등장하면 정당은 빠르게 지도자 중심으로 재편된다. 당내 토론보다 충성도가 중요해지고, 정바카라보다 진영의 결속이 중요해진다. 지도자를 비판하면 상대 진영을 돕는 것으로 간주되고, 지도자를 옹호하면 진보의 가치를 지키는 것으로 포장된다.
이렇게 되면 어느 순간 정당은 국민을 위한 정치조직이 아니라 정치지도자를 위한 방어조직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현재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바라볼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분명한 정치적 장점이 있다. 그는 강한 추진력과 정치적 생존능력을 보여왔고,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집권 이후에도 실용주의와 중도 확장을 강조하며 기존 민주당보다 더 넓은 유권자층을 포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민주당이 진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중도와 보수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이것은 선거전략으로만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민주당이 집권하려면 전통적인 진보 지지층만으로는 부족하다.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까지 끌어안아야 한다. 대통령이 국가 전체를 운영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집권 이후에는 야당 시절보다 훨씬 넓은 정치적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민주당이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이다.
진보가 외연을 확대하는 것과 진보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용주의는 좋은 정치철학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용주의가 원칙의 부재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중도 확장은 필요한 전략일 수 있지만 국민의 기본권과 슬롯적 약자의 권리를 후순위로 밀어내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유시민의 비판이 의미를 갖는다.
유시민이 항상 옳다는 뜻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판단이나 전망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그의 최근 발언에 대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그의 비판이 지나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유시민의 말이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집권세력이 자신에게 불편한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유시민의 비판을 모두 옳다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비판한다고 해서 그를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민주당이 건강한 정당이라면 내부와 외부에서 제기되는 비판을 견디면서 스스로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정당의 건강성은 지지자들이 얼마나 열렬하게 지도자를 옹호하느냐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존재하느냐로 측정되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와 팬덤정치의 차이다.
팬덤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결집한다. 민주주의는 원칙과 제도를 중심으로 결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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