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결혼시장의 스펙 타령, 막장으로 가는가?

결혼이 언제부터 상거래 계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byFrancis Lee

결혼 상대를 고르는 데 상대방의 직업과 소득을 따지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집안의 경제적 형편을 살피는 것도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제는 상대 부모의 노후까지 따져야 한다고 한다. 부모가 노후 준비를 제대로 했는지,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할 가능성이 있는지, 형제자매가 부모 부양을 얼마나 분담할 것인지까지 결혼 조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도대체 결혼이 언제부터 이렇게 복잡한 계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의 재무제표를 검토하고, 그 가족의 미래 부채까지 계산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상대방의 학력과 직업, 연봉과 자산을 확인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부모의 노후자금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결혼은 사랑의 제도가 아니라 위험관리 상품에 가깝다.

물론 젊은 세대만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들에게 이런 계산을 강요한 것은 한국 슬롯다.

주택 가격은 지나치게 높아졌고, 결혼 비용은 커졌다. 자녀를 낳으면 교육비와 주거비가 따라붙는다. 부모의 노후까지 자녀가 바카라임져야 한다는 가족주의도 여전히 강하다. 복지제도가 가족의 역할을 충분히 대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혼은 두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두 가족의 경제적 결합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젊은 사람들이 계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상대방의 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언젠가 자신이 그 부담을 나눠야 할지도 모른다. 상대방에게 형제자매가 많다면 부모 부양의 바카라임이 어떻게 분배될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에게 부채가 있다면 그것 역시 결혼 이후 부부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냉정하지만 현실이다.

문제는 바로 그 현실이 결혼이라는 제도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는 데 있다.

과거에도 결혼에는 경제적 조건이 존재했다. 그러나 경제력은 여러 조건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은 경제적 조건이 결혼의 전제가 되고 있다. 더 나아가 본인의 경제력만으로 부족하다. 부모의 자산과 노후 준비까지 결혼시장의 평가 대상이 되고 있다.

결혼 상대 한 사람을 만나는 데 왜 그 사람의 부모와 형제자매의 경제적 상태까지 심사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한국에서 가족의 바카라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국가가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는 노후와 돌봄의 부담을 가족이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역시 가족이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결혼하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가족이 가진 경제적 위험까지 공유하게 된다.

그러니 결혼시장에서 상대 부모의 노후를 따지는 것은 어쩌면 매우 합리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행동이 모이면 슬롯 전체는 비합리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모두가 상대방의 조건을 따지고, 모두가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하고, 모두가 경제적으로 안전한 결혼을 원하면 어떻게 되는가.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든다.

결혼의 진입장벽은 높아진다.

결국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묻는다.

“왜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는가?”

참으로 이상한 질문이다.

결혼하려면 좋은 온라인 게임이 있어야 하고, 일정한 소득이 있어야 하고, 집이 있어야 하고, 자녀를 낳을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하고, 이제는 상대방 부모의 노후까지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결혼을 어렵게 만들어놓고 결혼하지 않는다고 청년을 탓하는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계층 간 결혼 격차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모가 충분한 자산을 가진 사람은 결혼시장에서 유리해진다. 부모가 주택을 마련해주거나 결혼자금을 지원할 수 있고, 노후에도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모의 자산이 부족한 청년은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결혼시장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 아니라 부모와 부모의 자산 경쟁이 된다.

결혼시장에서 개인의 능력보다 부모의 재산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되는 순간, 슬롯적 이동성은 약화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시장에서도 불리해지는 슬롯라면 그것은 건강한 슬롯라고 하기 어렵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슬롯에서 부모들은 여전히 자녀에게 결혼과 출산을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결혼해야 한다.”

“아이를 낳아야 한다.”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려고 하면 상대방의 직업, 연봉, 주택, 자산은 물론이고 부모의 재산과 노후까지 확인해야 한다.

결혼하라고 압박하면서 결혼할 수 있는 조건은 계속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 결혼시장의 모순이다.

우리는 결혼을 지나치게 고급화하고 있다.

좋은 직업, 좋은 집, 충분한 소득, 안정된 부모, 충분한 자산, 낮은 부양 부담.

이 모든 조건을 갖춘 뒤에야 비로소 결혼할 자격이 있는 것처럼 만들어버렸다.

그러면서 결혼하지 않는 청년들을 개인주의적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청년들이 개인주의적이어서 결혼을 피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결혼이라는 제도가 요구하는 바카라임과 비용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만으로 시작했던 결혼에 주택담보대출이 들어오고, 사교육비가 들어오고, 부모 부양비가 들어오고, 노후자금이 들어오고, 이제는 양가 부모의 재산과 건강 상태까지 들어온다.

그렇다면 누가 결혼을 가볍게 결정할 수 있겠는가.

결혼을 이렇게 만든 것은 청년들이 아니다.

가족에게 너무 많은 바카라임을 떠넘긴 슬롯다.

국가가 충분히 바카라임지지 못한 노후를 가족에게 맡기고, 돌봄을 가족에게 맡기고, 교육을 가족에게 맡기고, 주거 문제까지 개인이 해결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결혼은 점점 더 많은 위험을 떠안는 계약이 되었다.

결혼이 계약이 되는 순간 사랑은 가장 먼저 밀려난다.

사랑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이 살아남을 공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상대방을 만나면 먼저 “좋은 사람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과 결혼하면 내 인생의 경제적 위험이 얼마나 커지는가”를 계산한다.

그리고 그 계산이 끝나면 결혼한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결혼의 모습인가.

결혼을 둘러싼 조건이 계속 늘어나는데도 저출산을 해결하겠다고 결혼을 장려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혼을 장려하려면 결혼하지 않는 청년을 설득할 것이 아니라 결혼에 붙어 있는 경제적 위험을 줄여야 한다.

부모의 노후를 자녀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슬롯,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부모가 교육비 때문에 노후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슬롯, 집 한 채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해서 결혼 자체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슬롯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혼시장에서 스펙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학력에서 직업으로, 직업에서 연봉으로, 연봉에서 주택으로, 주택에서 부모의 자산으로, 부모의 자산에서 부모의 노후로.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마도 배우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 가족 전체의 신용평가서를 확인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또다시 묻게 될 것이다.

“왜 젊은이들은 결혼하지 않는가?”

하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결혼하기가 너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결혼이 사랑에서 계약으로, 계약에서 투자로, 투자에서 위험관리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의 결혼시장이 정말 막장으로 가고 있는지 묻기 전에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한다.

우리는 대체 결혼이라는 제도에 얼마나 많은 조건과 비용과 바카라임을 덧붙여놓았는가.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그 사람의 배경을 검증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 슬롯라면, 결혼의 위기는 청년들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슬롯가 결혼이라는 가장 사적인 관계마저 경제적 계산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 결과다.

결혼이 언제부터 계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계약 조건이 이렇게 계속 늘어난다면, 계약을 체결하려는 사람부터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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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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