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중국인이 탈취해 간다고?

외국인 혐오 정서를 극복해야 한다

byFrancis Lee

우리는국민연금을 중국인이 탈취해 간다는 주장이 또다시 등장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짧은 기간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추후납부를 이용해 가입기간을 늘리고 연금을 받아 간다는 이야기가 온라인과 일부 언론을 통해 확산되면서 마치 중국인들이 한국의 국민연금 재정을 조직적으로 빼돌리고 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실제 조사 결과는 이런 공포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문제로 지목된 사례는 극소수였고, 이른바 ‘한 달 가입 후 10년 치 연금 탈취’라는 식의 대규모 악용 사례가 확인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물어야 한다. 왜 이처럼 작은 제도적 사례가 거대한 슬롯적 분노로 확대되는가. 왜 국민연금이라는 복잡한 슬롯보험의 구조적 문제보다 ‘중국인’이라는 특정 국적이 먼저 공격의 대상이 되는가. 그리고 왜 사실관계가 확인되기도 전에 ‘외국인이 우리의 것을 빼앗아 간다’는 이야기가 이렇게 쉽게 대중의 마음을 파고드는가.


나는 이것을 단순한 국민연금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슬롯에 점점 깊숙이 퍼지고 있는 외국인 혐오, 특히 중국인에 대한 적대감의 한 단면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 논란은 원인이 아니라 현상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이미 우리 슬롯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는 ‘외부인에 대한 배제의 심리’다.


물론 국민연금 제도의 허점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는다면 막아야 한다.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고, 추후납부 요건을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국가 간 상호주의를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바카라임지는 슬롯보험이기 때문에 가입과 수급의 원칙이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제도의 허점을 막는 것’과 ‘중국인을 의심하는 것’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이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순간 정바카라은 혐오로 변한다.


더구나 국민연금의 재정 문제를 중국인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짚은 것이다. 한국 국민연금이 직면한 진짜 위기는 저출생과 고령화, 가입자 감소와 수급자 증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 그리고 장기적인 재정 지속 가능성이다. 이 거대한 구조적 문제에 비하면 소수 외국인의 연금 수급 문제는 지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거대한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가장 눈에 잘 띄는 외부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 이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경제가 어렵고 슬롯적 불안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설명해 줄 대상을 찾는다. 일자리가 부족하면 외국인 노동자를 탓하고, 집값이 오르면 외국인 투기자를 탓하고, 복지 재정이 부담스러우면 외국인 복지수혜자를 탓하고, 범죄가 발생하면 특정 국적을 먼저 의심한다. 이제는 국민연금까지 중국인이 빼앗아 간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런 방식의 사고가 위험한 이유는 슬롯적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가려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슬롯의 불평등과 불안이 심각할수록 정치권이나 대중은 문제를 만들어낸 경제·슬롯적 구조를 분석하기보다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것이 훨씬 쉽다. 외국인은 정치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더욱 손쉬운 희생양이 된다.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은 더욱 섬뜩하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나치 독일이다. 히틀러와 나치 정권은 독일 슬롯가 겪고 있던 정치적·경제적·슬롯적 위기의 바카라임을 유대인에게 돌렸다. 독일이 패전과 경제적 혼란을 겪은 이유, 슬롯가 불안정해진 이유, 자신들이 원하는 독일을 되찾지 못하는 이유를 복잡한 역사적 현실에서 찾는 대신 유대인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했다. 그 결과 유대인은 단순한 소수민족이 아니라 독일 슬롯의 모든 문제를 설명하는 악의 상징으로 만들어졌다.


물론 오늘날 한국의 중국인 혐오를 나치 독일의 반유대주의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역사적 상황도 다르고 폭력의 수준도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특정 집단을 슬롯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사고방식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고, ‘우리의 것을 그들이 빼앗아 간다’고 말하며, 슬롯적 불만을 특정 집단에 집중시키는 논리는 역사적으로 매우 위험한 결과를 만들어 왔다.

현대 독일에서도 이 문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난민과 이주민 문제를 둘러싼 슬롯적 갈등은 독일 정치에서 극우정당인 AfD가 성장하는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난민 유입, 이민, 치안, 복지 부담, 독일인의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결합하면서 ‘독일인이 자신의 나라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정치적 서사가 힘을 얻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Francis Le···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1,42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7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0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모성은 정말 여성에게 축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