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전쟁이 아니라 부채 아닌가?

결국 카드빚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byFrancis Lee

전쟁이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유가가 오르고, 휘발유와 디젤 가격이 뛰고, 미국의 국방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정부는 더 많은 돈을 써야 하고,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국채금리가 상승한다. 그리고 금리가 오르면 기업과 가계는 더 비싼 돈을 빌려야 하고, 정부 역시 과거에 빌린 돈에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CNN이 최근 미국 국채시장을 분석하면서 던진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전쟁이 돈의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는 전쟁 그 자체가 아니다. 전쟁은 이미 쌓여 있던 문제를 폭발시키는 촉매에 가깝다.


진짜 문제는 빚이고,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자다.


돈을 빌리는 것 자체가 죄는 아니다. 개인도 집을 살 때 대출을 받고, 기업도 공장을 지을 때 돈을 빌린다. 정부 역시 경기침체기에 재정을 투입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 문제는 빚이 소득이나 성장보다 빠르게 증가할 때 발생한다. 더구나 금리가 올라가면 과거에 빌린 돈의 이자가 새로운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러면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바로 그 순간부터 빚은 자산이 아니라 족쇄가 된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사실이 상징적이다. 더 놀라운 것은 미국 정부가 올해 들어 국방비보다 더 많은 돈을 국가부채 이자로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CNN이 인용한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회계연도 미국의 순이자비용은 이미 9,310억 달러에 달했고 국방비 지출 8,04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에서 조차 과거에 빌린 돈의 이자가 현재의 국방비보다 더 큰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의 순이자비용이 16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국가가 돈을 빌릴 때 사람들은 원금만 생각한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무서운 이유는 원금보다 이자가 더 끈질기게 따라오기 때문이다.


10억 원을 빌렸다고 생각해보자. 금리가 2%라면 연간 이자는 2천만 원이다. 하지만 금리가 5%가 되면 5천만 원이다. 원금은 그대로인데 금리 하나가 바뀌었을 뿐이다. 문제는 국가부채가 수십조 달러에 달할 때 이 작은 금리 차이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변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국채시장은 주식시장보다 중요하다.


주식은 기업의 미래 이익을 반영하지만 국채금리는 국가의 미래 재정과 물가, 통화정바카라, 투자자의 신뢰를 반영한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그것은 미국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올라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라가며, 투자에 필요한 자본비용이 상승한다. 결국 경제 전체의 돈값이 올라간다.


CNN이 말한 ‘price of money’, 즉 돈의 가격이 바로 금리다.


지난 15년 동안 세계는 너무 오랫동안 너무 싼 돈에 익숙해져 있었다. 미국과 유럽은 초저금리를 유지했고 일본은 사실상 제로금리의 세계에서 살아왔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 정부는 쉽게 빚을 늘릴 수 있었고, 기업도 값싼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었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도 그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 그 시대가 끝나고 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2011년 이후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올라갔고, 영국 30년물 금리는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 역시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섰다.


이것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가 동시에 돈의 가격을 다시 계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쟁은 이 변화를 더욱 가속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한국도 안보환경의 변화 때문에 국방비를 늘리고 있다. 문제는 국방비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공급망이 불안해지며 물가가 상승한다. 정부는 물가와 경기를 안정시키기 위해 또 다른 재정지출을 해야 한다.


그렇게 국가는 다시 빚을 낸다.


이것이 오늘날 세계경제가 빠져들고 있는 역설이다.


전쟁을 막기 위해 국방비를 늘려야 하지만 국방비를 늘리면 재정적자가 커진다. 전쟁 때문에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 금리를 높이면 정부의 이자부담이 커진다. 이자부담이 커지면 재정적자가 다시 증가한다.


전쟁 → 인플레이션 → 고금리 → 이자비용 증가 → 재정적자 → 국채 발행 증가 → 다시 금리 상승.

이것이 CNN이 말하는 ‘doom loop’의 본질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AI다.


AI 산업은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을 필요로 한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 막대한 투자자금을 채권시장에서 조달하고 있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동시에 민간기업들도 회사채를 발행한다. 결국 정부와 기업이 한정된 세계의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된다.


이것은 금융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를 만든다.


투자자가 미국 국채에서 5%에 가까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엄청난 밸류에이션을 가진 기술주에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해야 할 이유가 줄어든다. 결국 국채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도 압력을 가한다.


그래서 지금의 문제는 단순히 ‘채권이 떨어지고 주식이 오르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경제 전체의 자금 배분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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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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